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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들의 밀어/그때 그시절

정월 대보름

by 소담* 2015. 1. 25.

소싯적, 보름날이 다가오면 

우리는 깡통을 찾기 위해 온 들녁을 헤메고 다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뜻밖에도 깡통은 골목길 이웃집에서 발견했다.

 

얼씨구 좋구나! 

우리는 깡통을 가져와서 불깡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빈 깡통 안에 깡통크기에 맞는 받침목을 넣고

큰 못으로 깡통 곳곳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구멍을 뚫고 마지막으로 깡통에 좌우로 긴 철사줄을

매달면 마침내 불깡통이 완성되는데.

 

이렇게 불깡통이 완성이 되고 나면 이제는 불깡통에

들어갈 나무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또 다시 하루종일

먼 산을 헤집고 다녔다.

 

그 시절 불깡통에 들어갈 나무로는 관솔이 최고였는데

송진을 잔뜩 머금은 관솔은 오랜 탈뿐만 아니라

향기도 참 고왔다.

 

마침내 정월 대보름 날.

 

동구 밖 논배미 친구들이 몰려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깡통은 복숭아 통조림 깡통인데 내 친구 희철이는

'아기밀"이라는 큰 분유 깡통을 가지고 나타났다.

 

오매!  기죽어.

그때는 왜 그렇게 큰 깡통이 부러웠는지!

 

마침내 관솔에 불이 붙여지고....... 

 

깡통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순간

우리들은 너나 없이  불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누이들의 말에 따르면 정월 대보름 날 자기 나잇수  만큼 

불을 뛰어 넘으면 한 여름 날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그런 그때 갑자기 동네 선배들이 다가왔다

 

석정에 있는 마을 당산나무를 지키러 가야 한단다.

우리 마을 옆에는 갓바위라 부르는 입암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 아이들이 쳐들어 와서 우리 당산나무를 먼저

돌고가면 우리가 진다는 말에 형들의 뒤를 따라서

당산나무를 지키러 갔다

 

그때 이웃마을 아이들도 불 깡통을 돌리며 우리 쪽을

넘보고 있었다.

 

형들의 말을 빌리자면 예전에는 불 깡통을 돌리며 

서로 싸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때만 해도 싸우지는 않고 불 깡통으로

서로의 세력을 탐색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되었다

 

세 싸움이 끝나고 난 뒤 마지막에는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관솔이 화끈하게 타고 나면 마침내 이글이글 끓는

잉걸불이 세력이 끝을 향해 가는데 이때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여려 친구들과 함께 동시에 하늘을 향해 힘껏 불깡통을

휙 던지는데 이때 바람을 타고  떨어져 나오는 불꽃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마치 불씨를 뿌리는 듯 온 하늘이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다.

 

시간이 깊어지면서 깡통수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어떤 아이들은 집으로 가고 남은 아이들은 불을 들고 

밤이 깊도록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돌아 다녔다

 

다음 날 아침!

 

새까맣게 변해버린 뚝길에 짚이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들녘 여기저기서 아직도 연기를 품고 있는  짚가리들이 

어젯밤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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