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 보름날이 다가오면
우리는 깡통을 찾기 위해 온 들녁을 헤메고 다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뜻밖에도 깡통은 골목길 이웃집에서 발견했다.
얼씨구 좋구나!
우리는 깡통을 가져와서 불깡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빈 깡통 안에 깡통크기에 맞는 받침목을 넣고
큰 못으로 깡통 곳곳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구멍을 뚫고 마지막으로 깡통에 좌우로 긴 철사줄을
매달면 마침내 불깡통이 완성되는데.
이렇게 불깡통이 완성이 되고 나면 이제는 불깡통에
들어갈 나무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또 다시 하루종일
먼 산을 헤집고 다녔다.
그 시절 불깡통에 들어갈 나무로는 관솔이 최고였는데
송진을 잔뜩 머금은 관솔은 오랜 탈뿐만 아니라
향기도 참 고왔다.
마침내 정월 대보름 날.
동구 밖 논배미 친구들이 몰려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깡통은 복숭아 통조림 깡통인데 내 친구 희철이는
'아기밀"이라는 큰 분유 깡통을 가지고 나타났다.
오매! 기죽어.
그때는 왜 그렇게 큰 깡통이 부러웠는지!
마침내 관솔에 불이 붙여지고.......
깡통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순간
우리들은 너나 없이 불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누이들의 말에 따르면 정월 대보름 날 자기 나잇수 만큼
불을 뛰어 넘으면 한 여름 날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그런 그때 갑자기 동네 선배들이 다가왔다
석정에 있는 마을 당산나무를 지키러 가야 한단다.
우리 마을 옆에는 갓바위라 부르는 입암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 아이들이 쳐들어 와서 우리 당산나무를 먼저
돌고가면 우리가 진다는 말에 형들의 뒤를 따라서
당산나무를 지키러 갔다
그때 이웃마을 아이들도 불 깡통을 돌리며 우리 쪽을
넘보고 있었다.
형들의 말을 빌리자면 예전에는 불 깡통을 돌리며
서로 싸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때만 해도 싸우지는 않고 불 깡통으로
서로의 세력을 탐색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되었다
세 싸움이 끝나고 난 뒤 마지막에는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관솔이 화끈하게 타고 나면 마침내 이글이글 끓는
잉걸불이 세력이 끝을 향해 가는데 이때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여려 친구들과 함께 동시에 하늘을 향해 힘껏 불깡통을
휙 던지는데 이때 바람을 타고 떨어져 나오는 불꽃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마치 불씨를 뿌리는 듯 온 하늘이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다.
시간이 깊어지면서 깡통수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어떤 아이들은 집으로 가고 남은 아이들은 불을 들고
밤이 깊도록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돌아 다녔다
다음 날 아침!
새까맣게 변해버린 뚝길에 짚이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들녘 여기저기서 아직도 연기를 품고 있는 짚가리들이
어젯밤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었다
'♣ 꽃들의 밀어 > 그때 그시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두막이 있는 풍경 (0) | 2016.06.27 |
---|---|
삘기와 호드기 (0) | 2016.03.29 |
사라져 가는 어리 (0) | 2013.11.23 |
박 바가지의 추억 (0) | 2013.09.03 |
365일이 딸랑 한장에 (0) | 2012.01.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