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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때 그시절

사라져 가는 어리

by 소담* 2013. 11. 23.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마당 구석진 곳에 조그만 닭장이 하나 있었다.

 

닭장에는 닭이 머무를 수 있게 대나무로 만든 긴 홰가 옆으로 길게

놓여있었고 그 아래로는 이가 빠진 헌 사발에 물을 놓아두고

닭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했다

 

닭장 주위에는 유난히 달개비 꽃이 많이 있었는데 이 달개비 꽃의

정식명칭이 "닭의장풀"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 이유를 알 듯도 하다

 

그 시절 우리 고샅에 무서운 장닭 한 마리가 있었다.

이 장닭이 있는 집은  골목 중간에 자리하고 있어서 집에 돌아오려면

언제나 이 집앞을 지나야만 했는데 그때 닭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

 

이 장닭은 크기가 어마어마했을 뿐만 아니라 하도 싸나워서

이 집 앞을 지나칠 때면 숨을 죽이며 장닭의 눈치를 봐야했다

 

신기하게도 이 장닭은 사람을 구별 할 줄 알았다 (?)

꼭 우리같이 어린아이나 노약자를 노렸다.

이럴 때면 얼른 달아나서 남의 집으로 숨었다가 닭이 돌아가는 걸

확인 한 뒤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장닭이 알을 낳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주인아저씨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알이 작고 깨어서 보니 노른자가

없었다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확실한지 아닌지

긴가민가 헷갈리지만 여하튼 그 닭은 태어나서 내 머릿속에

가장 큰 닭으로 가장 무서웠던 닭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반면에 우리 집 닭들은 참 온순했다

닭이 알을 품고 병아리가 깨어나오면 할머니는 어리를 챙기셨다

어리란 병아리나 닭 따위를 가두어 기르기 위하여 대나무를

쪼개서 둥글게 엮어 만든 물건을 말하는데 요즘말로 한다면

이동식 닭집이라고나 해야 될까?

해질 무렵이면 할머니는 어리를 마당 한가운데 에 놓고 한 쪽을

들어 돌로 괴어 놓았는데 신기하게도 어미닭이 병아리들을

데리고 어리 안으로 들어갔다.

닭이 들어가고 나면 할머니는 괴었던 돌을 빼서 어리위에 올려

놓았는데 이는 밤새 삵이나 족제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닭들이 꼭 알을 낳을 때면 꼭 일정한 곳으로 가는 한곳이 있다.

바로 짚으로 만든 닭둥우리인데 고맙게도 어떤 닭은 닭둥우리가 아닌

헛간으로 간 닭이 있었다. 헛간에는 벼를 찧고 남은 왕겨를 수북이

쌓아 놓았는데 몇몇 닭들은 이곳에서 알을 낳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헛간부터 찾게 되는데 용케 계란을 만날때면

어머니 몰래 양쪽에 구멍을 내서 쪽쪽 빨아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늘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어리를 만났다.

한 장의 사진에 소싯적의 어떤 풍경 하나를 만난 듯 그 시절의 모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갑자기 돌아가신 할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은 시골에 가도 쉽게 볼 수 없는 어리다 (사진출처: 전라도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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