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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모정의 세월

삶의 여정(餘情)

by 소담* 2013. 4. 13.

 

오늘은 토요일!

어머님이 고향으로 돌아가시는 날이다

 

그러니까 일주일 전.

 

집안에 기일이 있어서 고향에 가는 길에 어머님을 모시고 이곳 김해로 왔다

 

팔순의 노모는 세상지리에 어두워 아파트를 오갈 때 열쇠가 아닌 버튼식의

도어락은 그야말로 마음대로 외출을 할 수 없을 만큼 요즘세상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오신 분이시다

 

그러다 보니 맞벌이 부부인 와이프와 나 학생인 딸과 아들 제각기 출근과

등교를 하고나면 집에 남은 어머님은 온 종일 텔레비전을 보다가

이따금씩 베란다에 의자를 놓고  바깥풍경을 바라보는 게 하루의 일과였다

 

일주일 내내 이렇게 지내시던 어머니께서 오늘은 다른 여느 날 보다 더 빨리 일어나셨다

 

세수를 하고 곱게 단장을 마친 어머님.

 

오늘도 어머님은 습관처럼 조용히 베란다로 나섰다 

한참동안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그 순간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니 뭐 하세요

 

내 물음에 시익 웃으시던 어머니는

 

앞에 있는 나무하고 꽃들에게 인사했다. 너희들도 잘 있으라고…….

 

이렇게 어머니는 고향에 갈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토요일 오늘은 쉬는 날 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토요일에 특근이 없다고 해서

어머니를 직접 모셔다 드리기로 약속 했는데 오늘 갑자기 특근을 해야 한다는

회사의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대신 와이프가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내가 당연히 배웅을 해 줄 줄 알았던 어머니께서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잘 가시라는 짧은 인사를 마치고 출근을 하는데 죄송스런 마음에

훈훈한 봄바람이 왠지 차갑게만 느껴졌다.

 

퇴근 무렵이 다가올 무렵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부산인데 어머님 차에 보내드리고 아이들하고 가방도 사고 옷도 사고 …….

조금 늦겠으니 이해 해 달라고.

 

오후 5드디어 지루했던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 !

 

현관에 떡하니 서있던 어머니의 빨간 지팡이도. 전축위에 놓여있던 작은 손가방도.

그 옆에 놓인 약봉지도, 안약도 모두 사라지고 없다. 베란다로 나가보았다

늘 어머니가 앉아 계시던 의자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어머니가 바라보았던 4차선의 넓은 도로와 가로수

그리고 베란다에 놓인 화분속의 꽃들뿐.

 

허전한 마음에 잠시 어머니가 바라보았던 풍경 속에 빠져 들어 보았다

 

끝없이 스쳐지나 가는 차량들. 어딘가를 향해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그런데 어머니는 이 풍경들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혹여 지나온 삶을 생각하며 긴 한숨을 내 쉬지는 않았을까.

 

잘 해 드려야 했는데…….잘 해 드려야 했는데…….

 

내게 있어서 어머님의 존재는 늘 이렇게 안타깝게 남아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까이 있어도 그때마다 마음뿐이다

부모님을 위하는 것이 마음뿐이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자식들이

부모 앞에 떳떳하지 않을 사람 누가 있겠는가 마는.

그런데 살아보니 마음이 전부가 아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왔어도 잘 해드린 게 별로 없다

몇 번의 외식과 손에 쥐어진 몇 푼 안 되는 돈이 고작이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은 돈도 어머니는 받지 않으려고 손사래를 쳤다

 

너희들도 얘들 가르치랴 힘들 텐데 무슨 돈을 주니!

내버려둬라.

 

이런 어머니를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어머니! 이 돈이라도 받아 가셔야 제가 마음이 편해져요

그러니 아무 말 마시고 그냥 받으세요.

 

어머니는 그렇게 몇 푼 안 되는 돈을 받아들고 고향 남원으로 가셨습니다.

 

왠지 오늘 같은 날은 없이 사는 내 자신이 한없이초라해 지는 날입니다

 

석양은 물드는데 문득 아침에 어머님이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이렇게 여기서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며칠간 너희 집이 눈에 선하겠다.......

 

지금쯤 남원에 계신 어머님이나 여기 있는 나나 허전한 마음과

짠한 여운은 앞으로도 사나흘은 길게 이어질 것이다

 

!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절없는 봄이 가고 있다

이 봄! 다 가기 전 일장춘몽이라도 좋거늘.

오늘 로또라도 한 장 사 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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