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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모정의 세월

김장 김치 오던 날

by 소담* 2010. 11. 22.

 

퇴근이 가까워 올 무렵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가!  나다.  어째 잘 지내고 있냐!"

"오늘 김장했다. 지금 택배 차 불러서 막 부쳤응개

받고 나면 받았다고 꼭 전화해줘라~~이 잉"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애타게 하지 말고.

양념도 많이 넣고 니가 좋아하는 파김치도 같이 보냈다"

"맛이 어떨랑가 모르것다!"

"나이가 묵어 농께 자꾸 짜게 묵어지는디"

"느그들 생각해서 싱겁게 한다고 했다마는 나도 잘 모르것다!"

"입맛에 안 맞아도 엄마가 한 것 잉개 그리 알고 맛있게 묵어라 ~~이 잉"

 

"글고 아가!

"나도 인자 심이 없다. 이번 김장 겁나게 심이 들었어!"

"그렁 개, 내년부터는 며늘애기가 담가서 묵어라고 해라!"

"오늘 김장을 해 불고 낭개 내 속이 다 시원하다"

"내가 언제까지 살랑가 모르것는디, 인자 심이 부친다."

"그리 알고 받고나면 꼭 전화해라~이 잉"

"전화세 많이 나오것다. 어서 끊자!

 

내일이면 지천명을 앞둔 소담…….

어머니는 늘 이 처럼 나를 부르실 때 언제나 “아가”라고 하신다.

“아가”라는 소리에 나는 오늘도 얼마나 행복해 하며 사는지 모른다.

어머니의 찐한 전라도 사투리그 소리를 듣는다는 게

아니! 어머니가 이 세상에 같이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지금 “아가”라고 부르는 소리에 세상에 더 없는 행복을 안고 살고 있다.

 

그런데 오늘 어머니의 전화는 나를 슬프게 했다

잘 해드리지 못한 나의 불효가 끝을 향해 가는 건 아닌지?

서른넷에 결혼해서 40여년을 어머니 곁에서 보냈다

부득이 고향을 떠나 이 곳 경상도에 이사를 온지도 어언 9년째다

그 동안 떨어져 지낸 날이 왜 이리 아쉽게 느껴지는지...

 

퇴근무렵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께서 보내신 김장김치가 도착했으니 술 생각 있으면 올 때 사 오라고.

 

한두 해 사는 것도 아니고 와이프도 나의 속마음을 훤히 뚫고 있다

어머니가 해주신 김장김치가 집에 오는 날이면 나는 늘 막걸리를 마셨다

어머니의 깊은 그 손맛에 어찌 술 한 잔이 생각나지 않겠는가?

 

점방에 들러 막걸리와 두부를 사서 집에 돌아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돼지고기 수육을 준비 해 놓고 온 가족이 내가 오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마 위에는 돼지 살코기들이 모락모락 김을 내뿜고 있는 가운데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김장 김치가 식탁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누가 말했던가! 음식에 너무 칼이 가도 맛이 없다고…….

역시 김장김치는 손으로 찢어서 먹는 맛이 제격이다

와! 이런 감탄사를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지금의 이 감탄사 문자표를 !!!!!!!!!!!!!!!!!!!!!!!!!!!!!!!!!!!!!!!!!!!!!!!!!!!!!!!!!!!!!!!!!!!!!!!!!!!

 

시골 우리 집 마당을 열 번을 돌고도 모자랄 만큼 그리고 싶다

잘 삭은 멸치 젖갈에 이따금씩 씹히는 청각의 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그야말로 온 세상이 꿀 맛이다

 

팔십 중반에 들어서신 어머니의 손맛이 아직도 이렇게 변함없이

살아있다니 새삼 그 맛에 나는 눈물겹도록 고마워했다

 

이런 어머니께서 이제 힘이 없으시다니…….

입맛도 없어 먹는 것도 싫다고 하시니....

오죽하면 내년부터는 와이프가 직접 담가서 먹으라고 하겠는가!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렸다

 

막걸리를 마시면서도 입에 들어가는 김치가 예전 같지 않았다

그 거룩한 맛을 내 머릿속에 놓치지 않고 싶어서

오랫동안 입안에 남긴 채 두고 두고 새겼다

 

      어머님이 텃밭에서 손수 가꾸시는 배추다. 이 배추가 자라서 김장김치가 된다(추석날 아침에)

 

허겁지겁 금세 밥 두 공기를 비웠다

막걸리 한 병을 다 마시고 나니 괜스레 짠한 마음이 나를 울렸다

 

조용히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음력 시월 열 이레

십오야!  둥근 달이 휘영청 아파트 옥상에 걸터앉아 있다

 

고향집 뒷동산에도 저 달이 떠 있겠지

 

어머니!

 

오늘따라 달이 왜 이리 큰지요. 너무 커서 울어버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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