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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아침 식탁의 풍경

by 소담* 2019. 9. 27.

한 병만 마셔야 될 술을 두병을 마신 탓일까!

밤새 뒤척이다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회사 안 갈거에요!" "빨리 일어나세요!"

 

와이프가 부르는 소리에 겨우 잠에서 깨어나 거울 앞에 섰다

 

헝클어진 머리 ,충혈 된 눈, 삐죽삐죽 길어난 수염

옆으로 삐친 긴 눈썹하나.

 

꾀죄죄한 몰골이 내가 봐도 한심스럽다

한 잔술로 밤새 뒤적이던 흔적이리라 위안을 삼아 보지만

충혈 된 눈을 바라보니 주독에서 헤어나지 못한

가련한 인생의 추한 모습이 왠지 안쓰럽다

 

급한 대로 우선 머리를 감고 부랴부랴 면도를 하고

집게를 들고 삐쳐나온 긴 눈썹을 뽑아내고

거칠어진 피부에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나니

그제야 본모습을 보는 듯 환하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짜식 웃기는…….

 

나름대로 추한모습을 지워버리고 나니 출근할 힘이 솟았다!

 

식탁에 앉아 차려진 음식들을 살펴보니 내가 좋아하는

계란찜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얼른 한 숟갈을 떠서 입안에 넣으니 알싸한 새우젓 향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간밤의 흔적을 모두 삭혀 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와이프를 쳐다보는데

아내의 콧등에 숭얼숭얼 맺혀있는 작은 땀방울이

오늘따라 누가봐도 참 예쁘다.

 

누군가가 나에게 여자가 가장 아름다울 때가 언제냐고

물어 온다면 바로 이 순간을 이야기 하고 싶다

 

"우리 싸모 너무 예쁘다"

 

예쁘다는 말에 와이프가 피식 웃으며 하는 말.

 

"싱겁긴" …….

 

이 사람아!

예쁜걸 예쁘다고 이야기 하는데 싱겁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순간 와이프가 나를 멍하니 쏘아보았다.

 

왜 그렇게 사람을 뚫어지게 보는가

 

만면에 미소를 짓던 와이프가 눈치를 못채고 있는

나를 위하여 자기 입가를 훔치고 있었다.

 

아뿔싸,

 

그때서야 눈치를 차린 나는 얼른 내 입가를 훔쳤다

아니나 다를까 밥알 두 개가 손에 잡혔다

 

애고!

 

와이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건만

입가에 밥알이 붙은 지도 모르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니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을 붙이고도 그 무게를 느끼지도

못한 채 가장 추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내가 봐도 웃음이 나올 일이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웃고 있는 그때

와이프가 또 한 소리를 했다.

 

"왜! 떼지 말고 회사에 가서 먹지." ㅎㅎㅎ

"예쁘고 보기 좋구먼." ㅎㅎ

 

낄낄거리는 와이프의 표정이 재밌다

 

애고!

이럴때는 뭐라고 해야할지?

 

내가 못살아!

 

우리집 식탁 풍경이다 . 계절에 따라 사진을 바꾸어 주는데 어떠다 잡지책에서

좋은 사진을 보면 오려두었다가  코팅을 해서 이렇게 유리 밑에 넣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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