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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시발비용

by 소담* 2019. 6. 20.

나이가 들어 갈수록 멋을 부려라라는 말이 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참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이라는 것은 곧 가꾸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에서 ‘가꾼다. 는 말은 식물을 가꾼다는 뜻도 있지만

아름답거나 맵시 있게 보이도록 매만지고 다듬다는 뜻도 있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멋을 부려라는 이 말을 달리 말하면

나이가 들수록 거울을 자주보라말과도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요즘 들어 거울을 자주 보게 된다.

돈을 아끼겠다고 집에서 염색을 하다 보니 염색 할 때

놓친 부분이 있었는지 흰머리 몇 개가 희끗희끗 드러나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귀한 머리니 만큼 뽑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보기 싫어서 냉큼 뽑아 버렸다.

제멋대로 휘날리는 긴 눈썹도, 귓속에서 자란 털도,

턱밑에 숨어있던 긴 털도 뽑아내고 나니 어느 정도 털 정리가 다 되었다.

 

정리를 끝내고 다시 바라본 내 모습.

그런데 아무리 봐도 몰골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머리도 깎고 파마도 해야 하는데.......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미용실로 달려가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내 현실이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이런 나를 바라보며 혹자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미용실에 가고 싶으면 생각날 때 언제라도 가면 되지

그 까짓 것 아무것도 아닌 일로 뭘 그리 답답해하느냐고.......

 

나라고 왜 미용실에 가고 싶지 않겠는가!

 

여기에는 다 그만한 까닭이 있다.

나는 머리를 파마하거나 커트를 하거나 염색을 할 때

웬만하면 미용실에  잘 가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미용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와이프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머리 손질은 집에서 와이프가 스스로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굳이 미용실에 갈 필요가 없다.

 

나를 알고 있는 몇몇 분들은 이런 나를 매우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첫째 돈을 안 써서 좋고 

둘째 내가 원 할 때 바로 할 수 있고

셋째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할 수 있고.......

 

하지만 동전도 양면이 존재 하듯이 세상살이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나를 부러워하는 그들 앞에서 나는 가끔 헛웃음을 지을 때가 많다.

물론 첫째는 인정을 한다. 하지만 둘째와 셋째는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머리를 깎고 싶다고 해서 아무 때나 쉽게 와이프가 바로 해주지 않는다.

이때는 와이프의 컨디션도 그리고 마음까지도 적당히 눈치를 보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자기 몸이 뒤따라 주지 않을 때에는 아무리

하늘같은 서방님 이라고 해도 절대 해주지 않는다.

 

와이프의 말에 따르면 커트도 예술이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작품이 별로라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지만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그때마다 꼭 자기 스타일대로 깎아준다.

 

총각처럼 젊게 깎아준다는데 어이하랴! 이런 때는 그저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작년 추석 무렵에 있었던 일이다.

 

추석이 곧 다가오는데 며칠 전부터 머리를 깎아달라고 노래를 불렀건만

어찌된 일인지 와이프는 그때마다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자꾸 뒤로 미루었다.

 

화가 잔뜩 난 나는 그 즉시 미용실로 향했다

먼저 염색을 했다. 그리고 파마를 하려고 하는 그 때 원장이 모발이 많이

손상 되었다고 영양제를 하라고 권했다. 좋은 것이 좋다고 

양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흔쾌히 승낙을 했다.

마지막으로 커트를 끝내고 계산대 앞에 섰는데.

 

애고! 워째야쓰까이잉~

 

돈이 무려 9만원이나 나왔다.

흠칫 놀랐지만 이런 내 모습을 행여 눈치라도 챌 까봐

애써 태연한척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순간! 와이프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파마도 하고 염색도 하고 커트까지 했으면  마음이 상쾌해야 하는데

내 머릿속은 온통 캄캄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나를 힐끗 바라 보 던 와이프가

 

애고! 내가 못살아. 내일 해 주려고 했는데 그새를 못 참아서

 

돈을 길거리에 쏟아 붓고 오네.

 

그렇찮아도 억울해 죽겠는데 와이프가 속을 박박 긁고 있다.

 

시끄러워 이 사람아! 누구는 돈 쓰고 기분 좋은 줄 알어!

 

그 날 밤 우리 집은 한참동안 티격태격 요란했다

 홧김에 쓴 비용이 9만원이라면 그야말로 지출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

 

요즘 인터넷에 시발비용이라는 말이 화제다

 

시발비용이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말하는데

이것은 곧 계획에 없던 충동지출을 의미한다.

 

한가지 예를 든다면 버스를 기다리다가 짜증이나서 택시를 탔다든가.

옷을 사러갔다가 종업원이 싼 옷만 고른다고 은근히 무시 할 때

홧김에 비싼 옷을 골라서 샀을 경우 여기에 지출된 비용을

시발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시발이란 센발음으로 하면 욕이되는 비속어의 상징이다

여기에다 비용이란 말을 붙여서 시발비용이 된 것인데

쉽게 이야기 하자면 지출하고 난 뒤에 헛되게 쓴 돈이

아까운 나머지  욕을 하며 붙인 새로운 "사자성어"이다.

 

오늘은 일요일. 휴가 마지막 날이다

 

내일 출근을 위해서 커트도 하고 파마도 하고 싶은데

오늘도 나는 내 맘대로 할 수가 없다.

나와는 달리 내일부터 휴가에 들어가는 와이프는 지금 

처형들과 함께 미용관련으로 부산에 머물고 있다.

 

눈썹에 문신을 해야 된다나 어쩐다나.........

 

일요일이 저물어 가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으니

마음 같아서는 당장 미용실로 뛰어 가고 싶지만

그 놈의 시발비용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젠장!

 

말 그대로 시발! 이다.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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