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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내 생애 첫 마이 카!

by 소담* 2019. 5. 9.

오는 어느 날 오후.

 

퇴근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이 구멍이라도 난 듯 엄청나게 내리는 비에 퇴근을 미루고

잠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데 삼십 여 분을 기다려도 비가

치기는커녕 오히려 더 굵어지면서 바람까지 세차게 불었다.

 

아무래도 쉽게 그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우산을 쓰고 자전거에

올라 길을 재촉하는데 어찌나 비가 많이 내리던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온 몸이 비로 흠뻑 젖어 있었다.

 

다음 날 점심시간.

 

점심을 마치고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앞 동에서 근무하는

동료 직원이 커피를 뽑아들고 성큼성큼 내 곁으로 다가왔다.

 

소담씨! 어제 집에 잘 들어갔어요? 

 

아뇨. 비가 엄청나게 왔는데 잘 들어 갈 리가 있겠습니까!

 

비를 쫄딱 맞고 갔네요.

 

그때 피식 쓴웃음을 짓던 그가 별안간 내 앞에서 푸념을 쏟아냈다

 

애고! . 어제 차가 없는 서러움을 톡톡히 겪었네요. 

 

서러움이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 물음이 답답하기라도 한 듯 그는 남은 커피를 땅에 휙 뿌리더니

갑자기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세상이 떠날 갈 듯 길게 한 숨을 내 쉬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K씨가 몹시 서운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 직원은 자기가 살고 있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데.

 

어제는 하도 비가 많이 와서 내심 K직원의 차를 타고싶었단다.

그런데 정작 K씨가 혼자 훌쩍 가버리더라는 것.

 

얼마나 서러웠으면 나를 찾아와서 이렇게 푸념을 할까.

생각이 여기에 이른 나는 서운해 하는 그를 향해 이렇게 구슬렸다.

 

애고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습니까!

 

잠시 후 우리는 각자 자기의 일터로 향했다.

 

조금 전 동료가 내 앞에서 자연스럽게 속사정을 늘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동병상련이라고나 해야 할까! 

동료도 나도 아직까지 자차가 없다.

  

자차가 없이 세상을 살다보니주위에서 한결같이 물어오는 말이 하나있다.

 

마이 카 시대에 아직까지 차도 한 대 없냐고.

 

나는 그런 그들에게 이렇게 얘기 해 주고 싶었다.

 

차가 없어도 세상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단지 조금 불편 할 뿐이라고.......

 

그러나 정작 그들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돈이 없어서 못 산다고 빚이 많아서 못 산다고.

어떠한 말을 하던 초라한 변명 같아서 그때마다

그저 입 다물고 씩 웃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직장의 동료처럼 나라고 해서 어찌 차 없는 서러움이 없었겠는가.

 

우리 한국 사회는 무조건 차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똥차가 되었든 중고차가 되었든 년식도 따질 필요가 없다

무조건 굴러가는 차만 있으면 무시를 당하지 않는다.

 

차가 없으면 아예 사람 축에 끼지도 못하는 세상!

 

그렇지만 나는 이런 일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무시를 하든 업신 여기든 그건 내 소관이 아니다. 그들이 나를 무시하겠다는데

그때마다 쫓아가서무시하지마라고 겁박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진짜 아쉬웠던 것은 바로 내 자신에게 있었다.

 

아들이 군에 입대 하던 날!

자차가 없는 탓에 부득이 입영버스를 선택했다.

아들은 강원도 화천으로 가게 되었는데 자차가 있었다면 6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를 김해 부산 울산 대구 등 여러 곳을

거치다보니 시간이 무려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입대하는 아들을 편하게 바래다주었으면 좋으련만 차안에서 하루 종일

시달려야 했던 그때의 아들 모습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언제든지 달랠 수가 있다. 차가 생긴다면 무시당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아들과 함께 멋진 여행을 다닐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차가 있어도 영원히 이루어 질 수 없는  슬픈 풍경 하나가 

내 가슴속에 응어리로 깊이 남아 있다.

 

3년 전 고인이 되신 어머님!

세월이 지나도 어머님 생각을 하면 늘 가슴이 아프다.

 

내가 고향에서 살 때는 월급날이 되면 어머님을 모시고

맛있는 음식도 해 드리고 종종 외식도 함께 했다.

하지만 김해로 이사를 온 뒤에는 이런 모임을 한 번도 갖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님을 집으로 모시게 될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6년 전.

 

4월의 어느 봄 날.

때마침 기일이 있어 고향 집에 들렀다.

차례를 마치고 난 다음 날 어머님에게 물었다.

날도 따뜻한데 우리 집에 가서 며칠간 쉬었다오면 어떻겠느냐고.

늘 힘들다고 손사래를 치던 어머니께서 어찌된 일인지 그날 만큼은

선뜻 흔쾌히 허락을 하셨다.

 

그래! 죽기 전에 우리 막둥이 아들 어떻게 사는지 한 번 보고 와야겠다.

 

그렇게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참을 달린 끝에 마침내 버스가 김해에 도착했다.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는 300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

그런데 이 길이 어머님에게는 아주 멀고도 먼 길이었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프다고 늘 노래를 불렀던 어머님은

길을 가다가 주저앉고 또 가다가 주저앉고.......

그런 모습을 뒤에서 지켜봐야 하는 내 마음은 무척이나 속이 상했다.

 

엄마! 내 등에 어부바.

 

그 순간! 어머님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짚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 허공에 흔들었다

 

아가! 아직도 집이 멀었냐.

 

아니요 조금만 더 가면 되요

 

어머님은 자신의 고집대로 끝내 내 등에 업히지 않았다.

그렇게 집에 온 어머니는 이레를 머물다가 고향집으로 돌아가셨는데.

 

어머님이 고향으로 돌아가시던 날.

그 날은 토요일 휴무였지만 밀린 수주로 인해 전 직원이 특근을 해야 했던

까닭에 부득이 나를 대신해서 와이프가 배웅을 하기로 했다.

와이프의 말에 따르면 집에 올 때처럼 갈 때도 가다가 앉고 또 가다고 앉고

여러 번을 가다가 앉았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왜 이리 가슴이 시리던지.

 

좀 더 일찍 모시고 왔더라면. 내 차가 있었더라면.

 

그렇게 어머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 집을 다녀 가셨다.

 

래 아빠!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던 와이프가 계산기를 앞에 두고 급하게 나를 불렀다

 

우리 이제 차 좀 삽시다.

 

갑자기 차를 사자니 그게 무슨 소리야!

 

와이프와 함께 가계부를 들고 한참동안 여러 가지를 계산해 보았다.

2002년도에 시작되었던 채무가 17년 동안 열심히 갚아오다 보니

이제 빚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때마침 대학에 다니던 딸도 졸업을 하고.......

 

이제는 차를 살 때도 된 것 같은데.  

빚은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빚을 다 청산하고 나서

차를 산다면 그때는 내 나이가 어언 일흔 살에 가까워 진다.

다 늙어서 차를 산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러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와이프와 함께 차를 구매하기로 했다.

 

 

201953.

태어나서 58년 만에 처음으로 내 차를 마련했다.

독서실에서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는  딸도 군대에서 잠시 휴가를 나온 아들도

와이프도 나도 가족 모두가 입이 귀에 걸렸다.

 

나는 와이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싸모야! 그동안 고생 많이 했네.내가 차가 없어서 참 많이 아쉬웠는데

자네 심정도 오죽 했겠는가. 오랫동안 잘 참아줘서 고맙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와이프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

금방이라도 주르룩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을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는데 하얀 뭉게 구름 사이로

어머님이 우리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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