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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때 그시절

박 바가지의 추억

by 소담* 2013. 9. 3.

 

어느 가을날!

 

초가지붕에 탐스런 박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할머니는 잘 여문 박을 따서 톱으로 자른 다음 소금물에 넣고

오랫동안 삶았는데 이렇게 삶은 박은 나중에 튼튼한 바가지가 되었다

할머니께서는 깨진 바가지도 허투루 다루지 않았다

깨진 바가지는 양쪽에 구멍을 내어 헝겁을 대고  꿰매어서 다시 사용했다

그릇이 귀했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아껴 쓰는 할머니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바가지에 가득 담겨 있었다.

  

어머니께서  손수 만든 바가지를 마루에 올려놓고 사진으로 담았다

 

나는 바가지에 대한 야릇한 추억이 하나 있다

 

제사를 지낼 때면 여기저기서 많은 친척들이 찾아오는데.

오는 친척들 마다 한결같이 바가지에 쌀을 가득 담아오셨다.

쌀은 제사를 지낼 때  들어가는 비용을 서로 돕자는 의미인데

가지고 온 바가지는 오는 순서대로 제사상 옆에 따로 놓아두었다.

어머니는 용케도 친척들의 바가지를 다 기억하고 있었는데

제사가 끝나고 난 다음날 아침이면 바가지의 쌀을 비우고

간밤에 젯상에 차려진 음식들을 골고루 나누어 담으셨다

 

이렇게 음식들로 가득 채워진 바가지는 친척집에 배달을 해야 하는데

누나와 나는 이 배달 심부름이 싫어서 엄청 다투었다

이럴 때면 누나와 나는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쪽이 가까운 친척집을, 지는 쪽이 동산너머 먼 친척집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런 결정은 항상 하나마나였다

누나를 한 번도 이겨본 때가 없는 나는 누나와 싸우고 난 뒤

결국은  먼 친척집으로 바가지를 날라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여하튼 그 시절 바가지는 그릇 못지 않게  집안에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바가지가 소리 없이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제사를 지낼 때면 제사상 아래로 죽 늘어서 있던 친척들의 쌀바가지는

이제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그 대신 이름 석 자에 하얀 돈 봉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왠지 그 시절 풍경 하나가 사라지는 것처럼

못내 아쉽기만 하다

 

박 바가지가 사라지고 나서 플라스틱 바가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잘 깨지지도 않고 튼튼한 이 바가지를 우리는 뿔바가지라고 불렀다

 

요즘 깊은 산속에 옹달샘이나 산사를 찾다보면 우물가에

햇빛에 탈색된 플라스틱 바가지가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왠지 고무신 신고 양복 입은 것처럼 품위가 없어 보인다.

여기에는 그저 하얀 박 바가지가 제격인데. 어찌 격식만 그러겠는가?

플라스틱 바가지보다는 박 바가지의 물이 훨씬 더 맛이 있고

운치가 있는 것을.......

 

반룡산을 다녀오다 성당 옆 텃밭에 심어놓은 박을 보았다

주렁주렁 매달린 박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새삼 유년시절

할머니께서 귀하게 다루던 바가지가 눈에 자꾸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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