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에는 "요천수" 라고 부르는 큰 강이 있다.
요천수는 마을 앞을 휘돌아 흐르는데 뚝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랜 세월 삼각주로 형성된 넓은 들판이 한 눈에 펼쳐진다.
이 곳에는 할아버지께서 일궈놓은 큰 밭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는 해마다 여기에 참외와 수박, 오이를 심었다.
한 여름날!
수박과 참외가 발디딜 틈 없이 자랄 무렵.
어머님은 형과 함께 원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원두막은 전망이 가장 좋은 뚝 가장자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는데
사다리에 올라서 보면 온 밭이 한 눈에 다 들어왔다.
원두막은 비바람을 가릴 수 있도록 가리개가 있어서 비가 오거나
저녁잠에 들 무렵 사방을 둘러치고 나면 마치 안방에 있는 듯 아늑했다
우리 원두막은 신작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도로가에 있는 다른
원두막 보다 우리 원두막에 손님들이 더 많이 붐볐다
그때만 해도 도로가 비포장 이었기 때문에 먼지가 많이 날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안쪽에 있는 우리 원두막을 더 선호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
이따금씩 어머니께서 그때 이야기를 하시곤 했는데......
수입이 제법 쏠쏠했다고 .
한편 손님들이 떠나고 나면 어머님은 부랴부랴 씨앗부터 챙기셨다
손님들에게 팔았던 수박은 최고의 상품이었으니 그만큼 씨앗도
굵고 튼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어머니!
그때는 종이가 참 귀했다. 어머님은 수박씨를 말릴때 종이 대신
뚝에 심어진 넓고 큰 호박잎을 따다가 그 위에 말리곤 했는데
이렇게 잘 말려진 씨앗은 그 이듬 해에 종자로 쓰였다.
반면에 흠집이 있고 못난 수박은 어머니의 허락없이도
내 마음대로 따 먹을 수 있었다
방학이 되면 요천수에서 멱을 감고 놀다가 허기가 지면 밭에 들어가서
수박과 참외로 배를 채웠는데 이렇게 강과 들녘을 쏘다니다 보면
여름날의 긴 햇살도 어느 듯 짧게만 느껴졌다.
땅거미가 질 무렵 나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러서 저녁을 먹고 난 후
누나가 싸놓은 어머니의 저녁밥을 보따리에 싸 들고 다시 원두막으로
돌아오는데.
그 사이 모깃불에 자욱한 연기가 원두막을 휘돌고 있었다.
매캐한 연기 속에서 어머니는 그렇게 늦은 저녁을 드셨다
저녁을 들고 난 후.
어머니는 모기장을 펴기 시작했다.
나는 깊은 잠에 빠지지만 어머님은 밤손님들의 서리를 막기 위해서
이따금씩 마른기침을 하시며 손전등을 들고 밭 여기저기를 살피셨다
잠들기 전 먹었던 수박 탓일까!
어머니의 인기척에 잠에서 깬 나는 소마를 보기위해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원두막에서 멀리 떨어진 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언뜻 바라본 하늘…….
머리위로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수많은 별들…….
나는 지금도 그 때의 밤하늘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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