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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때 그시절

원두막이 있는 풍경

by 소담* 2016. 6. 27.

내 고향에는 "요천수" 라고 부르는 큰 강이 있다.

요천수는 마을 앞을 휘돌아 흐르는데 뚝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랜 세월 삼각주로 형성된 넓은 들판이 한 눈에 펼쳐진다.

 

이 곳에는 할아버지께서 일궈놓은 큰 밭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는 해마다 여기에 참외와 수박, 오이를 심었다.

 

한 여름날!

 

수박과 참외가 발디딜 틈 없이 자랄 무렵.

어머님은 형과 함께 원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원두막은 전망이 가장 좋은 뚝 가장자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는데

사다리에 올라서 보면 온 밭이 한 눈에 다 들어왔다.

 

 

옛날 원두막 (사진출처: 다음 카페 "용전댁의 팔남매")

 

원두막은 비바람을 가릴 수 있도록  가리개가 있어서 비가 오거나

저녁잠에 들 무렵 사방을 둘러치고 나면 마치 안방에 있는 듯 아늑했다

 

우리 원두막은 신작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도로가에 있는 다른

원두막 보다 우리 원두막에 손님들이 더 많이 붐볐다

그때만 해도 도로가 비포장 이었기 때문에 먼지가 많이 날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안쪽에 있는 우리 원두막을 더 선호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

 

이따금씩 어머니께서 그때 이야기를  하시곤 했는데......

수입이 제법 쏠쏠했다고 .

 

한편 손님들이 떠나고 나면 어머님은 부랴부랴 씨앗부터 챙기셨다

손님들에게 팔았던 수박은 최고의 상품이었으니 그만큼 씨앗도

굵고 튼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어머니!

  

그때는 종이가 참 귀했다. 어머님은 수박씨를 말릴때 종이 대신

뚝에 심어진 넓고 큰 호박잎을 따다가 그 위에 말리곤 했는데

이렇게 잘 말려진 씨앗은 그 이듬 해에 종자로 쓰였다.

 

반면에 흠집이 있고 못난 수박은 어머니의 허락없이도

내 마음대로 따 먹을 수 있었다

 

방학이 되면 요천수에서 멱을 감고 놀다가 허기가 지면  밭에 들어가서

수박과 참외로 배를 채웠는데 이렇게 강과 들녘을 쏘다니다 보면

여름날의 긴 햇살도 어느 듯 짧게만 느껴졌다.

 

땅거미가 질 무렵 나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러서 저녁을 먹고 난 후

누나가 싸놓은 어머니의 저녁밥을 보따리에 싸 들고 다시 원두막으로

돌아오는데.

 

그 사이  모깃불에 자욱한 연기가 원두막을 휘돌고 있었다.

 

매캐한 연기 속에서 어머니는 그렇게 늦은 저녁을 드셨다

 

저녁을 들고 난 후.

어머니는 모기장을 펴기 시작했다.

 

나는 깊은 잠에 빠지지만 어머님은 밤손님들의 서리를 막기 위해서

이따금씩 마른기침을 하시며 손전등을 들고 밭 여기저기를 살피셨다

 

잠들기 전 먹었던 수박 탓일까!

어머니의 인기척에 잠에서 깬 나는 소마를 보기위해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원두막에서 멀리 떨어진 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언뜻 바라본 하늘…….

 

머리위로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수많은 별들…….

나는 지금도 그 때의 밤하늘을 잊지 못한다

 

(사진출처: KNN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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