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오늘은 새내기 대학생인 내 딸 미래가 드디어 대학교
기숙사로 들어가는 날이다
와이프는 아침 일찍 일어나 딸이 기숙사에서 필요로 하는
옷가지와 생활도구를 챙기느라 분주히 움직이는데
그 사이 나는 특근을 위해 출근길에 나섰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바래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회사 일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근길에 나섰는데.......
퇴근 길.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딸의 방으로 향했다.
많은 것들이 사라진 텅 빈 방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딸을 바래다 주지 못한 마음에
나도모르게 갑자기 한숨이 절로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방을 바라보고 있는데
때마침 와이프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미래 아빠! 기숙사에 와서 보니 부족한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하는 얘긴데 아무래도 오늘 밤 집에서 자고
내일 다시 와야 할 것 같아요.
집에 도착하면 기숙사에서 필요한 몇 가지 물건들을
더 사야 할 것 같으니까
배고프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식사하세요.
와이프의 전화를 받고 딸이 오늘 밤 하룻 밤 더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에 갑자기 내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내일은 일요일. 그렇다면 내가 딸을 바래다 줄 수 있지 않은가..
싸모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쇼핑 끝나고 나면 전화 해!
오늘 저녁 우리 맛있는 거 먹자
한 참이 지난 후 드디어 와이프와 함께 아들과 딸이 돌아왔다.
약속한 대로 우리는 늦은 저녁 온 가족이 식당으로 향했다
일요일 아침.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바닥은 촉촉이 젖어 있고 이따끔씩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저 멀리 산등성 위로는 모자를 쓴 듯
하얀눈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잠을 자고 아침 일찍 목욕을 하러 갔던 딸이 돌아왔다.
딸과 나는 점심으로 와이프가 끓여준 떡국을 먹고
준비해 놓은 짐들을 챙겨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온 가족이 함께 갔으면 좋으련만
아들과 와이프는 어제 다녀왔다고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딸과 나는 그렇게 둘이서
학교가 있는 진주로 향했다
드디어 딸이 다니게 될 학교에 들어섰다.
딸이 앞장서서 기숙사로 향해 가는데 입구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래가 들어가는 기숙사는 이번에 새로 지은 신관으로
모든 시설물이 깨끗하고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짐을 정리하고 얼추 다섯 시가 될 무렵.
밖으로 나온 우리는 손을 맞잡고 대학로 주변을 거닐며
호떡과 커피를 마시며 남은 오후를 즐겁게 보냈다.
이윽고 저녁을 먹고 헤어져야 할 시간.
우리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멋지게 양손을 펼쳐들고
하이파이브를 한 뒤 헤어졌다
얼마가 지났을까! 딸 미래가 어느 듯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딸은 이백 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어가는 동안 아빠가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줄을 뻔히 알면서도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씩씩하게 제 앞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행여나 한 번쯤 뒤돌아서서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을까!
그렇게 오랫동안 뒷모습을 바라보았지만 딸은 걸어가는 내내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 흔한 잘 가라는 손짓 하나 조차도 없이.......
나는 이런 딸이 대견스러웠다.
아니! 대견스럽다 못해 너무 사랑스러웠다
딸 미래는 내 마음을 이미 다 읽고 있었다.
아빠의 감성이 너무 여리다는 것을.......
행여 헤어지고 난 뒤 자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짠하게 바라보고 있을 나를 위해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내 앞에서 홀연히 사라졌던 것이다
어느새 부쩍 커버린 내 딸 미래!
그 동안 물가에 놓인 아이처럼 늘 불안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내 마음을 헤아릴 만큼 많이 자랐다.
삼월의 첫 날.
딸과 함께 했던 오늘을 나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손을 잡고 거닐었던 대학로 주변.
같이 밥을 먹었던 식당.
기숙사 방에서 바라본 뒷 동산
은근슬쩍 매웠던 꽃샘추위 등.
내 딸! 미래야!
아빠가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구나.
"이 세상은 너를 위해서 존재 하는 거란다"
헤어질 때 학교앞에서 힘차게 외쳤던 그 말 꼭 기억 하려무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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