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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세월의 장난

by 소담* 2014. 1. 17.

세월여류라고 했던가! 세월 빨리도 흘러간다.

2014년 새해도 벌써 보름을 넘기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왜 세월을 물처럼 흘러간다고 했을까.

그렇다면 물의 흐름처럼 세월에도 속도가 있는 것일까

이를 두고 혹자들은세월은 나이에 비례한다.”라고 이야기 한다.

예를 들어 30대는 30km의 속도로 40대는 40km의 속도로

자기의 나이 숫자대로 세월이 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나의 세월 속도는 현재 53km의 속도라는 얘긴데.

53km의 속도는 과연 얼마만큼 빠른 것일까.

 

여기에는 지나온 과정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남자들 세계에서 세월을 두고 흔하게 하는 말 중에

마음은 엊그제 군에서 제대한 것 같은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그 만큼 많이 변했다는 걸 의미한다.

 

나 역시도 세월이 비켜 갈 수 없었다.

 

퇴근길에 병원에 들르기로 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무리를 했더니 손목이 아파서 지금 일주일째

신경외과 병원에 다니고 있는데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나는 오늘도 어제처럼 습관처럼 병원 승강기에 올랐다

5층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삼면에 붙여진 거울 속에서

한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에 까치집처럼 헝클어진 머리.

검은 머리 절반과 흰 머리가 절반인 흑백머리에 M자형 대머리가

환하게 빛을 내고 있는 이 남자.

얼굴은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온통 주름투성이다

 

누굴까! 사방을 둘러 봐도 나 혼자 뿐이다

 

한 때는 이발소에 가면 숱이 많다고 솎아 내야 할 만큼

풍성했던 내 머리가 지금은 다 어디로 갔다는 말인지?

나는 절대로 대머리가 되지 않을 거야!

굳게 믿고 있었던 나의 정설은 이제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얼른 청바지 뒷주머니에 있는 빗을 꺼내 들었다

곱게 머리를 단장하고 나니 그래도 몰골이 조금은 나아졌다

이처럼 언제부터인지 나이가 들면서 빗은 나의 분신이 되고 말았다

 

 

병원에 들어섰다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주위 환자들을 보니 온통 노인들 세상이다

치료를 받으며 옆에 누워있는 60대 후반의 할아버지를 바라보면서

10년 후에 60km의 속도로 갔을 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때는 나도 저 할아버지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있겠지.

 

집으로 돌아왔다. 신발장 거울 앞에 또 한 남자가 서 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똥배에 눈이 자꾸만 아래로 향하는 이 남자.

나도 모르게 피식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런 나를 지켜보는 와이프의 모습이 재미있다

 

왜! 갑자기 아랫배를 쳐다보고 그래요?”

 

그 정도는 품격을 위해서 딱 보기 좋은데

 

와이프가 내 똥배를 보며 웃으며 하는 말이다

사실 나 좋아라고 하는 말이지만 똥배는 누가 뭐라고 해도 똥배다

어디 이뿐인가. 안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지를 벗는 순간 조선무처럼 튼실했던 나의 허벅지가

마치 단무지를 만드는 왜 무처럼 빼빼하게 홀쭉하지 않은가!

 

! 어쩌란 말인가.

 

머리에서 발까지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이 모든 것이 다 세월의 장난이다!

 

그렇지만 어이하랴!

세월의 장난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법.

그래서 사람들은 세월을 거슬릴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 역시도 세월을 거슬릴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오는 세월을 어떻게 즐겨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위해 고민 하던 중

나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와이프와 나는 같은 노동자로서 맞벌이 부부다

 

와이프는 요즘 자기계발에 한창이다.

매일같이 힘들다고 노래를 하면서도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퇴근 후 어김없이 시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타에 참여하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그림 그리는 일과 스포츠 댄스를 배우는데

무척이나 재미가 있다고 한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다녀오고 나면 무언가를 되찾은 듯

힘이 나고 마음이 뿌듯하다는 와이프.

 

이런 와이프를 지켜보면서 나는 깊는 생각에 빠져 들었다.

 

가는 세월은 이미 흘러갔다

문제는 오는 세월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가!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세월 말릴 수도 없는 법.

세월의 속도에 따라 변해가는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세월이 헛되지 않도록 사는 것이 더 현명한 삶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헛된 삶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라도 와이프 처럼 나도 나에 맞는 자기계발을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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