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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들의 밀어/인연과 사연

주인을 잘 만나야....

by 소담* 2015. 4. 4.

작년 어느 날.

 

출근을 하는데 맞은 편 회사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이룬 채 

웅성거리고 있었다.

 

나 어떡해! 이번 달 우리 아들 대학 등록금 내야 하는데.

 

한 아주머니가 발을 동동거리며 눈물 짓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달에는 상여금도 있는 달인데.

 

상여금은 고사하고 퇴직금도 못받겠네.

 

그들은 망연자실 하고 있었다.

 

사연인즉 이 회사 사장이 야반도주 했다는 것.

 

안타까운 사연에 그들이 다니는 회사를 들여다보았다

급하게 기계를 빼 돌리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텅 빈 공장에는

미처 빼 돌리지 못한 철판과 쓰레기가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나는 궁금했다. 사장이 야반도주 했을 정도라면 사전에 어떤 느낌이

있었을 텐데 그러나 섣부른 나의 판단은 잘못되었다.

들의 말에 의하면 어느 누구도 아무런 낌새도 느낄 수 없었다는 것.

 

그 순간. 내가 사기를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금융회사를 퇴직하고 처음으로 자영업을 시작 하던 그때

찰떡같이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던 경험이 있었던터라

이들의 갑작스런 사고에 어떤 동질감이 내 가슴을 짓눌렀다.

 

사장 이라는 CEO.

이런 주인이 노동자 몰래 한 밤중에 달아나다니.......

같은 노동자로서주인을 잘 못 만난 그들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런 안타까운 만남은 비록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물과 식물에게도 이런 안타까운 만남이 있는데.

 

요즘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애완견도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

 

자기가 키우는 개래고 해서 함부로 하면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그 개를 하찮게 대하는 모습을 우리는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어느 봄 날. 언젠가 처갓집을 가게 되었다

 

꽃을 좋아하시는 장인답게 마당에는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때마침 활짝핀 군자란이 눈에 띄었다.

와이프가 꽃에 매료되어 한 참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때 이 모습을 

지켜보던 장인어른께서 제일 예쁜 걸로 하나 골라서 가져가라고 했다.

 

신이 난 와이프는 그 중 제일 크고 멋진 꽃을 골라 왔는데.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꽃들이 다 지고 어느 날. 앙상한 꽃대가 자꾸만 눈에 거슬렸다.

나는 생각 끝에 그만 가위로 꽃대를 싹둑 잘라 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뒤로 꽃이 피지 않았다

일 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도 또 그 다음 해에도 꽃은 피지 않았다

 

해마다 봄이 되면 와이프는 내가 꽃대를 잘라서

꽃이 피지 않는다고 대놓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꽃집을 들를 기회가 주어졌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 참에 군자란을 분갈이 해 주기로 했다.

 

마침내 분갈이가 시작되었는데

 

내가 보아도 난이 도저히 꽃을 피울 수 없을 만큼 죽은 헛뿌리와

새 뿌리가 얽히고 설긴 채 윤기하나 없이 푸석푸석 엉망진창이었다.

우선 죽은 헛뿌리부터 떼어낸 다음 새 뿌리를 가지런히 모아

새로 가져온 화분에 부엽토를 깔고 군자란을 옮겨 심었다.

 

정성이 하늘에 통한 것이었을까

 

올 봄 드디어 꽃대가 솟아올랐다

 

미래 아빠! 군자란에 꽃대가 올라오고 있어요!

 

이른 아침. 베란다에서 들려오는 와이프의 감탄소리에

 

뭐라고! 잠결에 벌떡 일어나  베란다로 나갔다

 

보름 전 그 날 나는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모른다.

 

꽃대를 본 순간. 그 동안 주인을 잘못 만나

꽃을 피우지 못한 군자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미안함도 잠시.

 

무엇보다도 더 좋았던 것은 와이프의 환한 웃음이었다.

와이프는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베란다로 나갔다.

 

마침내 군자란이 꽃을 활짝 피웠다.

 

꽃을 보자 와이프는 마치 몇 해 전에 돌아가신

장인어른의 환생을 보는 듯 요즘 입이 귀에 걸렸다

 

동물이나 식물도 사람 못지 않게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활짝핀 군자란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  

 

내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위풍당당하게 솟아오른 꽃대 위로 활짝 핀 주홍색 꽃이

                    꽃말처럼 고결하게 우아한 자태로 한껏 뽐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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