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염색을 하고 파마를 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어느새 나도 머리에
하얀 실꽃이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다
가뭄에 드문드문 피었다가 찌들어버린 꽃처럼
힘없이 너울대는 하얀 실꽃들을 바라보노라니 갑자기
세월에 대한 불만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저절로 튀어 나왔다
애고! 빌어먹을 세월 ㅎㅎㅎ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미용실로 향했다
하얀 실꽃을 검은 실꽃으로 물들이고 여기에 한 술을 더 떠서
파마라는 새로운 덧꽃까지 과감하게 해 버렸다
숯이 많이 빠져 버린 머리를 파마 꽃으로 포장을 하고나니
어느새 꼬불꼬불 제법 그럴 듯 하게 숯이 꽤 많이 부풀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조금 더 일찍 할 것을.......
그 동안 언젠가는 염색을 해야지 맘은 있었지만
파마까지 결정 하기까지에는 사실 적지않은 용기가 필요했다
파마를 하고 난 후. 미용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훨씬 애띠게 보이네요"
믿거나 말거나 듣기 좋아라고 하는 말이겠지만 어찌되었던 기분은 썩 좋다.
세월은 누구에게도 비켜 갈 수 없다는 말!
나이가 들어 갈수록 이 말이 더 깝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세월도 가꿀 수 있다면 그래서 삶의 질이 더 젊어
질 수 있다면 염색과 파마도 즐겁게 받아들일 일이다
내일 출근을 해야 하는데 벌써 부터 직원들이 뭐라고 할지 설렘 반 기대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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