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을 좋아한다.
하지만 양주는 싫고 소주는 안주에 따라 가린다.
어쩌다 술 생각이 나면 막걸리를 마시는데
적당히 포만감도 있고 그리 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 체형에도 잘 맞는 것 같아서 가끔씩 반주로
막걸리를 즐긴다.
나는 막걸리를 살 때 절대 대형 마트에 가지 않는다.
달랑 그것 한 병 사겠다고 줄서는 것이 싫어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점방으로 간다.
물론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줄을 설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도 검정 비닐봉지에 직접 담아 주어서 좋다.
나는 술을 일찍 배웠다.
이미 초등학교 시절에 취기를 느껴 보았는데.
어른들이 모여서 놀다보면 자연스레 술이 어울리기
마련인데 이때 술이 있으면 꼭 안주가 있는 법!
소싯적 어는 비오는 날.
어른들이 부침개를 부치기 시작했다.
그때 회식이 엄마가 나를 부르며 막걸리 심부름을
시켰는데 신이 난 나는 노란 양은 주전자를 들고
껑충껑충 뛰면서 점방으로 달려갔다.
점방 술통에는 언제나 긴 손잡이가 달린 네모난 술되가
있었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술통을 되로 크게 원을 그리며
휘저었다. 이렇게 서 너번 젓다 보면 가라앉은 진한 술들과
위에 옅은 술이 잘 섞어져서 걸쭉하게 변하는데 이때가 되면
주인 아주머니는 잽싸게 술을 퍼서 주전자에 담아 주었다
술을 받아 들고 고샅에 들어선 순간!
나는 급히 앞뒤를 살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골목길.
나는 얼른 주전자 부리를 입에 대고 꿀떡 꿀떡 마셨다.
잠시 후!
뱃속이 후끈거리는데 알고보니 이게 바로 술맛이었다.
막걸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술 사오느라고 애썼다는 칭찬과 함께 어른들이 맛있는
부침개를 듬뿍 주는데 그 사이 술을 따르던 회식이
엄마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어찌! 술이 좀 작은 것 같다"
"어린 얘를 보냈더니 술을 작게 주었나."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했던가.
괜스레 나로 인해서 술집 주인 아주머니만 애꿎게 되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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