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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맞장 뜨는 와이프!

by 소담* 2024. 11. 7.

며칠 전

 

TV 홈쇼핑을 시청하고 있던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이리 와보세요.

지금 선전하고 있는 저 약이 나하고 증상이 비슷한데

이번 기회에 한 번 먹어 보면 안 될까.

 

평소 건강 제품을 못 미더워 했던 나는 갑작스런

와이프의 부름에 다짜고짜 역정을 내고 말았다

 

이 사람아!

차라리 한약이라도 한 첩 지어먹지.

잘 알지도 못하는 약을 뭐 하러 사려고 해.

몇 년 전에 가짜 백수오 사건 벌써 잊었어.

 

달가워하지 않은 내 말이 서운 했는지 투덜거리던

와이프가 결국 한마디를 하는데.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내가 갱년기를 이겨내고

건강하면 나보다 미래 아빠가 더 좋은 거 아니에요"

 

내가 더 좋다는 와이프의 그럴 듯한 말 한마디에 마음은

은근히 사주고는 싶었지만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10여 년 전 어느 날.

 

홈쇼핑을 시청하던 와이프가 나 몰래 백수오 약을

구입했다. 그런데 재수에 옴 붙었다고 했던가.

구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뉴스에서 나오는

가짜 백수오가 우리를 분노케 했다

 

건강하게 살기위해서 구입했던 약이 가짜라니.......

돈도 돈이지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날 뉴스가 끝나자마자

반품을 하려고 즉시 포장을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포장을 마친 박스가 며칠 째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나도 모르게 그만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 사람아!

죽 쑤어서 개 주었다 생각하고 이 약 그냥 갖다 버려!

차라리 안 보이면 속이나 편하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와이프가 벌컥 화를 내더니 금세

가쁜 숨을 씩씩거리며 평소에 하지 않던 맞장을 뜨는데.

 

내가 시간이 없어서 아직 못한 것뿐인데 왜 닦달을 해요?

반품하면 돈이 나오는데 버리면 돈이 어디서 나와!

애고! 미치고 환장 하겠네.

누구는 지금 기분 좋은 줄 알아요!

 

그 날 우리 부부는 가짜 백수오로 인해 한참동안

고성이 오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시 냉전이 이어지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잘 못한 점이 더 많았다

가짜 약을 구입하고 속이 상한 쪽은 나보다도 와이프가

더 심하지 않았을까!

 

와이프 자신이 구입한 약이다 보니 누군가에게 불평을

할 수도 없고 혼자 끙끙 앓았을 것이 분명한데.......

 

생각이 여기에 이르러

 

싸모야! 미안하네.

내가 잠시 생각이 짧았구먼! 이해 해 주게나.

 

미안하긴요! 내일 당장 반품할게요.

 

그러면서 기어들어 가는 말로 짧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애고! 100세 시대라고 해서 약을 샀는데 100세는 커녕

가짜 약 때문에 싸우다가 화병으로 곧 죽게 생겼네!

 

곧 죽게 생겼다는 와이프의 말에 갑자기 나도 모르게

그만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푸하하하하하하하

 

내 웃음에 화가 났는지 와이프의 손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더니 이내 사정없이 내 등짝을 후려쳤다

 

이 사람아 살살 때리게나.

이러다가 맞아 죽게 생겼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가!

 

가짜 백수오로 인해 한 사람은 화병으로 또 한사람은

맞아 죽게 생겼으니 이게 보통 웃기는 일이 아닌가.

 

우리 부부는 그날!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박장대소를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 날의 풍경을 반추하며 잠시 씩 웃음을 짓고 있는 그때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미래하고 희망이 저녁에 밥 먹고 온다는데

우리도 맛있는 거 먹으러 갑시다.

 

홈쇼핑에서 사고 싶다는 약도 거절을 했는데 외식마저

거절을 하면 남자 체면이 있지 이러다 낭패를 보기 쉽다

 

와이프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 얼른 화답을 했다

 

싸모야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데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갑시다.

 

그때 와이프가 신이 나는지 갑자기 노래를 불렀다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덩달아 흥이 난 나도 와이프를 따라 노래를 거들었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어라!

그런데 나를 바라보는 와이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한심하다는 듯 피식 엷은 미소를 짓던 와이프가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하는 말

 

노래를 모르면 방해나 하지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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