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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때 그시절17

도둑눈 오던 날 소싯적 겨울이 오면! 우리들의 놀이터는 누가 뭐라고 해도 논배미가 최고였다 타작이 끝난 논은 넓어서 맘껏 뛰놀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위험한 곳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훌륭한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논배미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뛰어 놀았는지 벼 그루터기는 사라져 온데 간데 없고 다져진 논은 반들반들 윤기가 흘렀다 남자들은 주로 자치기와 말뚝박기를 했고 여자들은 목자놀이나 고무줄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라 할지라도 오래 즐기다 보면 싫증이 날 때가 있었다. 이럴 때면 남자들은 여자친구들을 괴롭혔다 고무줄도 끊어 버리고 목자놀이를 할 때 갖고 놀던 *사금파리도 도랑에 차버리고....... 이렇게 훼방을 놓다보면 화가난 여자들이 남자들을 잡기위해 부리나케 쫒아 다녔는데........ 우리들의 어린.. 2022. 12. 28.
살구꽃 필 무렵 봄, 여름, 가을, 겨울 참! 이상하다. 다른 계절은 다 두 글자인데 봄은 왜! 한 글자로만 이루어져 있을까. 손을 턱에 괴고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봄은 사계절 중 가장 짧다 그래서 일까. ‘봄’은 짧은 계절에 어울리게 한 글자로도 참 멋진 이름을 얻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다른 계절에서는 절대 쓸 수 없는 새 것, 새로움, 새로 시작된다는 뜻을 가진 “새봄” 이라는 이름까지 덤으로 얻었으니. 이런 “새봄”이 지금 우리 곁에 와 있다. 산수유도 , 매화도, 목련도 , 개나리도, 그리고 아기 진달래와, 살구꽃도. 여기저기서 한창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지금. 나는 봄에 피는 꽃중에서 살구꽃을 제일 좋아한다. 소싯적 어느 날! 누이들이 나물을 캐기 위해 바구니와 칼을 챙겨들었다 곁에서 놀고 있던 나는 누.. 2018. 3. 9.
가죽숫돌과 추억의 이발소 명절이 돌아오면 많은 사람들이 연례행사처럼 꼭 찾는 곳이 있다 이발소와 미장원이 바로 그 곳인데 6-70년대 만 해도 이발소와 미장원의 고객은 남녀로 확실하게 구별이 되었다. 세월이 변한 지금은 남자가 미용실에 가는 것이 당연시 될 만큼 남녀의 구별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는데. 설을 앞두고 모처첨 미용실에 들렀다 예상대로 미용실 안은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는데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눈을 감았다. 그때 불현듯 내 고향 이발소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소싯적. 설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형님의 손을 잡고 이발관을 찾았다 이발소에는 벌써 많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나와 형님은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한참을 기다리던 끝에.. 2017. 2. 3.
원두막이 있는 풍경 내 고향에는 "요천수" 라고 부르는 큰 강이 있다. 요천수는 마을 앞을 휘돌아 흐르는데 뚝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랜 세월 삼각주로 형성된 넓은 들판이 한 눈에 펼쳐진다. 이 곳에는 할아버지께서 일궈놓은 큰 밭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는 해마다 여기에 참외와 수박, 오이를 심었다. 한 여름날! 수박과 참외가 발디딜 틈 없이 자랄 무렵. 어머님은 형과 함께 원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원두막은 전망이 가장 좋은 뚝 가장자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는데 사다리에 올라서 보면 온 밭이 한 눈에 다 들어왔다. 원두막은 비바람을 가릴 수 있도록 가리개가 있어서 비가 오거나 저녁잠에 들 무렵 사방을 둘러치고 나면 마치 안방에 있는 듯 아늑했다 우리 원두막은 신작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도로가에 있는 다른 원두막 보다 우리 원.. 2016. 6. 27.
삘기와 호드기 소싯적 어느 봄날...... 골목길에서 한참을 놀고 있는 그때 저 멀리서 바구니를 들고 바쁘게 걸어오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니는 나를 부르며 어서 따라 오라고 손짓을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폴짝폴짝 뛰면서 어머니의 뒤를 따라 나섰다. 얼마후! 어머니가 도착한 곳은 보리를 심어놓은 논이었는데 잠시 사방을 둘러보던 어머니는 논뚝에 앉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애고야. 논에 풀이 많이 *깃었네! 이 풀을 언제 다 맬까. 어머니는 이랑에 앉아 김을 매기 시작했다 나는 어머니가 매어놓은 풀을 방천둑으로 날라야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뽑아내고 뽑아내도 끝이 없는 뚝새풀들 ....... 앞을 보면 논 끝은 아득히 멀었고 속 모르는 종달새는 하늘높이 지지배배 .. 2016. 3. 29.
정월 대보름 소싯적, 보름날이 다가오면 우리는 깡통을 찾기 위해 온 들녁을 헤메고 다녔다. 지금이야 흔하디 흔한게 깡통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반나절을 찾아 헤메어야 했을 만큼 깡통은 귀한 물건 이었다. 한참을 돌아 다녔지만 깡통은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뜻밖에도 깡통은 골목길 이웃집에서 발견했다. 할머니 한 분이 앓아 누웠는데 그 시절만 해도 병문안을 갈때는 지금의 박카스처럼 꼭 들고 가는 물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복숭아 통조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물가 곁에 빈 깡통 세개가 놓여 있었다. 얼씨구 좋구나! 우리는 깡통을 가져와서 불깡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빈 깡통 안에 깡통크기에 맞는 받침목을 넣고 큰 못으로 깡통 곳곳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구멍을 뚫고 마.. 2015. 1. 25.
복날의 풍경 오늘은 삼복중의 마지막 날인 말복이다. 복날이 돌아오면 떠오르는 풍경하나가 있는데. 소싯적 어느 복날! 이웃집 아저씨가 닭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닭을 잡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어린 내가 보아도 왠지 어설프게 느껴졌다. 닭 모가지를 비틀고 털을 뽑는데 그 순간 닭이 살겠다고 요란스럽게 발버둥을 쳤다. 어찌나 거칠게 발버둥을 치는지 아저씨는 닭의 두 발을 한데 모아 자신의 발로 짓 밟고 털을 뽑는데....... 그 사이 부엌에서 요리를 하던 아주머니 한 분이 급하게 아저씨를 부르더니 칼을 갈아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아주머니의 부름에 아저씨는 잡고 있던 닭을 바닥에 놓고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때 그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닭이 되 살아나서 마당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마음 여린 아저씨가 .. 2014. 12. 6.
사라져 가는 어리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마당 구석진 곳에 조그만 닭장이 하나 있었다. 닭장에는 닭이 머무를 수 있게 대나무로 만든 긴 홰가 옆으로 길게 놓여있었고 그 아래로는 이가 빠진 헌 사발에 물을 놓아두고 닭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했다 닭장 주위에는 유난히 달개비 꽃이 많이 있었는데 이 달개비 꽃의 정식명칭이 "닭의장풀"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 이유를 알 듯도 하다 그 시절 우리 고샅에 무서운 장닭 한 마리가 있었다. 이 장닭이 있는 집은 골목 중간에 자리하고 있어서 집에 돌아오려면 언제나 이 집앞을 지나야만 했는데 그때 닭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 이 장닭은 크기가 어마어마했을 뿐만 아니라 하도 싸나워서 이 집 앞을 지나칠 때면 숨을 죽이며 장닭의 눈치를 봐야했다 신기하게도 이 장닭은 사람을 구별 할 줄 알.. 2013. 11. 23.
박 바가지의 추억 어느 가을날! 초가지붕에 탐스런 박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할머니는 잘 여문 박을 따서 톱으로 자른 다음 소금물에 넣고 오랫동안 삶았는데 이렇게 삶은 박은 나중에 튼튼한 바가지가 되었다 할머니께서는 깨진 바가지도 허투루 다루지 않았다 깨진 바가지는 양쪽에 구멍을 내어 헝겁을 대고 꿰매어서 다시 사용했다 그릇이 귀했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아껴 쓰는 할머니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바가지에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바가지에 대한 야릇한 추억이 하나 있다 제사를 지낼 때면 여기저기서 많은 친척들이 찾아오는데. 오는 친척들 마다 한결같이 바가지에 쌀을 가득 담아오셨다. 쌀은 제사를 지낼 때 들어가는 비용을 서로 돕자는 의미인데 가지고 온 바가지는 오는 순서대로 제사상 옆에 따로 놓아두었다. 어머니는 용케도 친척들의 바가.. 2013. 9. 3.
컬러 고무신 일요일오후 해질 무렵 모처럼 혼자서 대청천 둑길을 걸었다. 한참을 걷는데 때마침 냇가에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피라미들이 점프를 뽐내기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물위로 뛰어오르는데 그때마다 피라미가 떨어진 자리에 동그란 물결이 원을 그리며 사방으로 넓게 퍼져 나갔다.하늘엔 손에 잡힐 듯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고. 풍경에 도취되어 한참동안 사색에 잠기며 걷는 그때 할머니 한분이 유모차를 몰고 잰걸음이다 유모차를 바라보니 아기는 없고 텅 비어있다. 문득 언젠가 지방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허리가 좋지 않은 농촌 노인들에게 쓰지 않는 헌 유모차를 보내주자는 내용이었는데 생각 해 보면 지금 앞에 계시는 할머니도 필시 허리가 좋지 않아서 유모차를 밀고 가는 게 분명했다. 할머니의 꼬부장한 뒷모습이 왠지 .. 2013. 9. 1.
365일이 딸랑 한장에 참 세월이 빨리 지나간다. 2012년 달력을 받아들고 새 달력이 나왔네! 하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새해도 벌써 닷새를 넘기고 있다 우리 회사 사무실 책상에는아직도 새 달력이 여기저기 많이 남아 있다 직원들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일부러 구해다 놓은 것인데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먼지만 하얗게 뒤집어 쓰고 있는 달력들... 보다못한 경리 직원이 달력들을 펼쳐 들더니 자를 대고 에이포 용지 크기로 자르고 있다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고 이면지로 쓸 생각이란다. 달력에 사진이나 칼라 그림이라도 있었으면 진즉 주인을 만났을 텐데 그림이 없고 숫자만 덩그러니 있다보니 젊은 사람들은 이런 달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숫자만 나와 있는 달력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시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림이나 사진이 있는 달.. 2012. 1. 5.
추억의 급식빵 야! 당번 빨리 빵 타와~~~ 초등학교 시절 종례 무렵이면 너나없이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술렁거렸다 잠시 뒤 당번이 양동이를 들고 소사 아저씨를 찾아 가는데. 그 사이 성질 급한 몇몇 아이들은 미리 복도로 마중을 나갔다. 마침내 당번이 돌아오고. 이때 마중나간 친구들이 외치는 소리에 따라 교실안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와! 하나씩 돌아간다. 이 한마디에 교실 안에 있던 우리는 함박웃음과 함께 교실이 떠나 갈 듯 박수를 치며 신이 났다 빵이 양동이에 가득 차는 날이면 한 사람 앞에 하나씩 돌아가는데 당연히 신이 날 수 밖에........ 하지만 양이 절반으로 줄어 든 날에는 다들 풀이 죽었다. 이런 날에는 하는 수 없이 짝꿍과 함께 반으로 나누어 먹어야 했는데. 이때는 연필 깎는 칼이 요긴하게 쓰였다. 칼날.. 2011.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