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마트에 들렀다가 우연히 10여 년 전에 같은 회사에
다녔던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네 안녕하세요.
발길을 멈춘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이어갔다.
숙희 아주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네요.
세월이 비켜가나 봐요.
그 순간! 씩 웃던 아주머니가 손사래를 치더니
애고 무슨 말씀을요. 소담 아저씨도 여전하신걸요.
잠시 서로의 근황을 묻고 담소를 나누던 아주머니는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남기고 *총총히 마트
안으로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녀에게도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내가 이 여인을 기억하는 이유는 예쁜 미모 때문이었다.
얼굴이 어찌나 예쁘던지 사장을 비롯해서 전 임직원들이
아주머니 곁을 그냥 스쳐가는 법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꼭 눈도장을 찍고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가야 할 만큼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는데
그에 걸맞게 회사에 껄떡쇠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여기서 문제 나갑니다....... (소담) <---------------이 친구는
껄떡거렸을까요. 그렇지 않았을까요? 답은 후미에 있습니다>
☞ 저 봐라. 저 봐라! 글도 안 읽고 막 내려간다. (ㅎㅎㅎ)
참 예쁘고 고운 얼굴이었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역시 그녀도 세월을
비켜가지 못한 듯 부쩍 나이가 들어 보였다.
어제 아침 일찍 대중목욕탕을 찾았다
옷을 벗고 거울 앞에 선 그 순간.
거울 속에 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조선무처럼 튼실했던 내 허벅지가 이제는 왜무처럼
홀쭉하게 변해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볼록하게 솟아오른 배에 빛나는 흰머리가 가관이다.
거울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느낀 한 가지.
내가 나를 봐도 부쩍 늙어 보였다.
그 순간 며칠 전에 만났던 직원 아주머니가 떠올랐다.
내가 나를 봐도 이렇게 늙었는데 그렇다면 그 때
아주머니는 나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저 아저씨 참 많이 늙었네.”
생각이 여기에 이르러 나도 모르게 그만 피식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목욕을 마치고 다시 거울 앞에 섰다
여느날 처럼 관자놀이 옆에 보기 싫은 검버섯
두 개가 유난히 한 눈에 훅 들어오는데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작정을 하고 병원을 찾기로 했다.
사실 내가 피부과에 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검버섯도 문제지만
요즘 들어 탈모가 엄청나게 심하다.
아침에 머리를 감고 나면 머리카락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빠지는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침내 병원에 도착했다.
검버섯을 빼고 난 후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원장과 다시 마주 앉았다
원장님. 제가 요즘 탈모가 엄청 심하거든요.
그래서 처방전 좀 받으려고 하는데.........
그 순간 자리에서 일어난 원장이 내 머리를 요리조리
헤집으며 하는 말.
연세가 좀 있으신데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약을 복용해도 5-6개월 후에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고 중간에 약을 중단하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 갈 수도 있고요!
혈압 약 하나 먹고 있는 것도 버거워 죽겠는데
평생을 먹어야 한다는 말에 은근히 짜증이 난
나머지 나는 그만 원장의 말을 중간에서 가로챘다.
원장님!
한마디로 제가 나이가 있으니까
*그냥저냥 살아 라는 말 아닌가요?
내 말이 너무나 사실적 이었을까!
원장은 대답대신 호호호 웃기에 바빴다.
검버섯을 빼고 피부과를 나서는 길.
가벼워야 할 마음이 되레 더 무거워 졌다
다음 달 이면 내 나이 예순 네 살.
그렇다면 나도 이제는 늙어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야 할 나이가 되었다.
까짓것 이제 나이도 먹었는데.......
대머리가 되든, 벗거지가 되든, 빛나리가 되든
누가 내 모습을 돌아보겠는가.
주어진 내 삶에 순응하며 살면 그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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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총히 : (부사) 급하고 바쁘게
* 그냥저냥 : (부사) 그러저러한 모양으로 그저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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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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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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