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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모정의 세월9

사무치는 그리움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 역 이쁜이 곱분이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 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는 가슴안고 눈 감아도 떠오르는그리운 나의 고향 역 나훈아의 ‘고향역’ 추석이 다가 올 무렵 이 노래를 들으면 노래 속의 가사처럼 고향 가는 생각에 어찌나 마음이 설레던지....... 해마다 두 아이들을 데리고 와이프와 함께 고향을 찾았다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명절날 인데 차가 밀리는 맛도 있어야지....... 평일 날처럼 쉽게 씽씽 오 갈수 있다면 그것이 어찌 명절이겠는가.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 는 말 처럼 차가 밀릴 때 마다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노란 황금 들녘이 끝없이 펼쳐지고 농로 길에 핀 코스모스 꽃이 바람의 장단에 하늘하늘 춤을 추며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데. 어디 이뿐인가! .. 2018. 9. 23.
가슴이 미어지는데....... 토요일! 고향을 가는 설렘에 아침 일찍 잠에서 깨었다 다가 올 음력 동짓달 초여드렛날은고인이 되신 어머님의 생신날이다 돌아가신 뒤의 생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돌아가시고 처음 맞는 생일이라서 꼭 찾아뵙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혼자서 조용히 발길을 서둘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내 버스가 남원에 도착했다. 때마침 기다리고 있는 형님과 함께 어머님이 쉬고 계시는 승화원으로 향했다. 어머님! 막둥이 저 왔습니다. 살아계셨다면 낼 모레가 어머님 생신이신데....... 오늘! 제가 어머님을 뵈러 온 것은 어머님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제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만일! 제가 오늘 찾아오지 않았다면 “우리 막둥이가 이제 내 생일도 잊고 사는 구나” 라고 서운해 하실까봐...... 2016. 12. 3.
사모곡(思母曲) (아래에 펼쳐진 글은 올 초에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작년 추석 때의 풍경을 재현해 낸 그림입니다) =========================================== 아침 일찍 아이들을 깨웠다 평일 날 같으면 일찍 깨운다고 불만이 많던 아이들도 고향에 가는 날이면 군소리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향에 갈 준비를 마친 우리는 설레는 맘을 안고 고향 길에 나섰다 가다 서고 또 가다 서던 고속도로에서의 체증. 얼마를 달렸을까! 한참만에야 우리는 마을 어귀에 도착하였다. 그때 동구 밖 저 멀리로 어머님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명절날이면 늘 그랬던 것처럼어머님은 변함없이 도랑가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꼬부장한 모습에 실버카 손잡이를 꼭 잡고 우리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계시는 어머님.. 2016. 9. 14.
아! 어머님 소싯적 어느 날! 어머님에 손을 잡고 밤 마실 길에 나섰다 어머님이 가는 곳은 단골집처럼 늘 가는 봉산댁이라는 곳이었는데 이 집에는 아이를 갖지 못했던 첫 아주머니와 후처로 들어와서 아이를 가졌던 둘째 아주머니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한 남편을 모시고 살았으나불행하게도 젊은 나이에 남편과 일찍 사별을 하고 말았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은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말인데 내 나이 세 살 때 그러니까 어머니 나이 서른여덟에 팔남매를 남겨두고 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셨다. 홀로된 사람의 마음은 홀로된 사람만이 안다고 했던가! 젊은 나이에 홀로 되신 어머니는 매일 밤 이 집에서 두 분의 미망인과 오랜 시간을 같이 지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같이 놀아 .. 2016. 1. 22.
가래떡 소싯적 어느 겨울날! 희철이와 나는 연을 날리기 위해 논배미로 향했다 그 시절 우리들의 놀이터는 누가 뭐라고 해도 마을 앞에 있는 커다란 논배미였다 가을날 타작을 하고 난 텅 빈 논은 금세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했는데 어찌나 아이들이 많이 뛰어놀았는지 벼 그루터기가 모두 뉘여서 사라질 만큼 논배미는 번들번들 윤기가 흐를 만큼 단단했다 논배미에는 이미 많은 친구들이 놀고 있었다. 자치기를 하는 아이들 딱지를 치는 아이들 제기를 차는 아이들 제각기 무리 지어 놀고 있는데 우리는 연을 날리기 위해 논배미 가장자리로 향했다. 이곳에는 우리 키 보다도 한참이나 더 높은 볏 짚단이 수북이 쌓여져 있어서 바람을 등지고 연을 날리기에는 최적의 보금자리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변에는 이미 어슴푸레 땅거미가 내려앉고.. 2015. 2. 10.
박꽃과 어머니 한여름 날... 해가 서산을 넘을 무렵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칼국수에 배를 채운 나는 마루에 걸터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때마침 처마 밑에 살찐 왕거미 한 마리가 허공을 돌며 빙글빙글 집을 짓고 있었는데 순간 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무얼 얼마나 먹었으면 이렇게 배가 빵빵할까? 주저 없이 막대기를 가지고 왕거미의 배를 살짝 건드려 보았다 깜짝 놀란 거미가 줄을 죽 늘어뜨리며 땅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거미는 죽은 척 하면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비웃기라도 하는 듯 잽싸게 기어서 도망을 갔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도망가는 거미를 잡고 또 잡으며 장난삼아 놀았다 그러는 사이 밤은 어느새 초저녁을 넘어서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나를 불렀다 아가! 마실 가려는데 따라 갈래? 어머니의 손.. 2013. 6. 29.
삶의 여정(餘情) 오늘은 토요일! 어머님이 고향으로 돌아가시는 날이다 그러니까 일주일 전. 집안에 기일이 있어서 고향에 가는 길에 어머님을 모시고 이곳 김해로 왔다 팔순의 노모는 세상지리에 어두워 아파트를 오갈 때 열쇠가 아닌 버튼식의 도어락은 그야말로 마음대로 외출을 할 수 없을 만큼 요즘세상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오신 분이시다 그러다 보니 맞벌이 부부인 와이프와 나 학생인 딸과 아들 제각기 출근과 등교를 하고나면 집에 남은 어머님은 온 종일 텔레비전을 보다가 이따금씩 베란다에 의자를 놓고 바깥풍경을 바라보는 게 하루의 일과였다 일주일 내내 이렇게 지내시던 어머니께서 오늘은 다른 여느 날 보다 더 빨리 일어나셨다 세수를 하고 곱게 단장을 마친 어머님. 오늘도 어머님은 습관처럼 조용히 베란다로 나섰다 한참동안 어딘가를 멍하.. 2013. 4. 13.
사부곡 (思父曲) 한 아이가 누워있는 아빠의 배위에 올라앉았습니다. 이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아빠는 아랫도리에 있는 아들의 고추(?)를 따서 입가에 대고 후루룩~요란한 소리와 함께 맛있게 먹는 시늉을 짓습니다. 아이는 이런 아빠의 표정이 신이 나는지 싱글벙글 어쩔 줄을 모릅니다. 다시 아빠가 아들에게 조릅니다. 아가! 고추 좀 따 줄래! 신이 난 아들은 자기의 고추를 따서 계속해서 아빠의 입에 대줍니다. 한 번,두 번,세 번 후루룩~~~ 후루룩~~ 후루룩~ 그럴 때 마다 아이의 웃음이 자지러집니다. 그렇게 아이와 아빠는 한참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 위 풍경은 소담이 세 .. 2012. 2. 6.
김장 김치 오던 날 퇴근이 가까워 올 무렵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가! 나다. 어째 잘 지내고 있냐!" "오늘 김장했다. 지금 택배 차 불러서 막 부쳤응개 받고 나면 받았다고 꼭 전화해줘라~~이 잉"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애타게 하지 말고. 양념도 많이 넣고 니가 좋아하는 파김치도 같이 보냈다" "맛이 어떨랑가 모르것다!" "나이가 묵어 농께 자꾸 짜게 묵어지는디" "느그들 생각해서 싱겁게 한다고 했다마는 나도 잘 모르것다!" "입맛에 안 맞아도 엄마가 한 것 잉개 그리 알고 맛있게 묵어라 ~~이 잉" "글고 아가! "나도 인자 심이 없다. 이번 김장 겁나게 심이 들었어!" "그렁 개, 내년부터는 며늘애기가 담가서 묵어라고 해라!" "오늘 김장을 해 불고 낭개 내 속이 다 시원하다" "내가 언제까지 살랑가 모르것는디.. 2010.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