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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자네 덕분에!

by 소담* 2016. 6. 4.

자기야! 나 좀 꼭 안아줘!

 

.............................

 

태어날 때부터 짐승남처럼 쩍 벌어진 가슴도.......

그렇다고 운동으로 잘 발달 된 풍만한 근육질의 가슴도 아니건만

와이프는 이따금씩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농담 삼아 와이프에게 물었다

 

서방님 품이 그리 좋아!

 

! 좋아.따뜻하고.........

 

며칠 전 새벽.

잠자리에서 뒤척이던 와이프가살며시 내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미래 아빠! 나 좀 꼭 안아줘.

 

안아달라는 와이프를 가슴에 꼭 안는데

 

그 순간! 직감적으로 어떤 예감이 나를 휩싸고 돌았다.

 

세상일에 지치고 힘이 들 때 내 가슴을 파고 들었던 와이프가 아니던가.

 

혹여 그렇다면!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와이프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미래 아빠나 아무래도 직장 옮겨야 할 까봐! 너무 힘들어.

 

그러니까  일주일 전.

 

여느날과는 다르게 와이프가 어깨에 힘이 축 쳐진 채 집으로 돌아왔다.

사연을 알고 보니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입사동기이자 나이가 같은 

친한 친구가 다른 부서로 가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 친구가 자리를 옮긴지 사흘 만에 힘들어서 그만 퇴사를 하였다고.......

 

그 친구가 떠나고 난 다음날.

이번에는 와이프가 그 자리에 배치가 되었다고 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

오래 근무한 연장자들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와이프는 힘이 들어도 끝까지 다닌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체력의 한계에 부닥쳤는지 퇴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나는 주저 없이 회사를 그만 두라고 했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그 때 와이프가 말을 꺼냈다.

 

새로운 직장을 가려고 하니 나이도 있고 왠지 두렵고 자신이 없네........

 

나는 와이프의 이런 두려움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해 줄 수가 없었다.

 

와이프가 회사를 퇴직한지 나흘이 흘렀다

 

행여나 쉬고 있는 와이프가 실업자라고 내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요즘 들어 내 언행이 무척 조심스러워 졌다.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메모를 해가며 직장을 찾고 있는 와이프.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한 탓일까!

컴퓨터를 끄고 벌떡 일어서던 와이프가 갑자기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나를 불렀다.

 

와이프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에 가는 길.

 

 

와이프의 퇴직 사실을 모르고 있는 아이들은 고기를 앞에 두고 신이 났다.

 

몇 순배의 술이 돌았을까!

식탁에 빈 소주병 세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계산을 마치고 나와서 와이프와 아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처마 끝에 서서 떨어지는 빗물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그 순간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이 떠오르며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힘이 들 때 면 늘 떠오르는 어머니.

 

요즘 내가 다니는 회사도 일이 별로 없다

이때쯤이면 비수기라서 일감이 많이 떨어지는데

하필이면 이때 와이프까지 회사를 퇴직하고.......

 

갑자기 내 발걸음이 빨라졌다

 

얼마를 지났을까!

 

미래 아빠! 아들과 함께 뒤를 따라오던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가까이 다가온 와이프가 씩 웃으며

 

서방님아! 각시를 두고 도망 갈 거야!

 

이 사람아 도망가긴! 내가 요즘 운동을 하고 있잖아!

습관처럼 잠시 걸음걸이가 빨라졌을 뿐이라네.

 

은근슬쩍 말을 얼버무리며 와이프를 바라보는데

 

그 순간 우산을 받쳐 든 와이프의 얼굴이 어찌나 예쁘던지.

 

이렇게 예쁜 와이프에게 뭔가 힘이 될 수 있는 말은 없을까.

 

그때 문득 떠오르는 말. 

 

싸모야! 내가 자네 덕분에 사네. 힘내게나.

의아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보던 와이프가

 

무슨 소리에요!

내가 서방님 덕분에 사는 거지!

서방님도 힘내세요

 

아자! 아자!

 

서로가 자기 덕분 이라고 치켜세우는데 그 사이 곁에 있던 아들 녀석이 하는 말

 

엄마 아빠는 역시 찰떡궁합이야!

 

아들 녀석에 재치 있는 위트 덕분에 잠시나마 우산 속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졌다

잠시 어둠에 잠겨 있던 내 마음을 쓸어 내리기라도 하려는 걸까.

요란하게 쏟아져 내리는 빗물이 무척이나 시원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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