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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계절병

by 소담* 2015. 10. 24.

남자는 세 번만 울어야 된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나라가 망했을 때

 

그런데 남자의 눈물은 여기에서 강요하지 않는다.

 

여성들에게는 다소 낯선 말일지도 모르지만 남자들이 화장실 소변기

앞에 서면 늘 마주치는 글이 하나 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한 발짝 더 앞으로.

왜 남자는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는 걸까

정말 세 번만 우는 남자들이 있기는 하는 걸까

그렇다면 그들의 가슴은 과연 따듯하기나 한 걸까.

 

토요일 오후.

 

힘들었던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는데 낙엽이 뒹구는 

바람소리에 놀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석양은 붉게 물드는데 갑자기 눈가에 눈물이 핑 고였다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

 

텅 비어있는 집.

잠시 소파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는데

알 수 없는 어떤 외로움 하나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휴대폰.

습관처럼 카톡속에 저장되어 있는 내 가족방을 찾았다

아들과 딸은 친구들을 만나고 있고 와이프는 계모임을 하고 있다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욕실로 들어섰다

샴푸를 듬뿍 짜서 머리부터 감고 망사 타월에 비누를 진하게 묻히고

온몸을 씻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깨끗해진 몸과는 달리 마음속에는 공허한

어떤 무거운 생각들이 여전히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거울 앞에 섰다.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왜 그럴까!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근심 걱정도 없이  모든 일들이 그저 행복하기만 한데.......

 

소싯적 나는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자랐다.

물론 친구들이 있었지만 친구들 보다는 어머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아버지가 있는 친구들.......때로는 이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풍경에 익숙해진 나는

아버지가 있는 친구들에 집이 왠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내 나이 세 살 때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서른여덟에 홀로되신 어머니는 늘 머리가 아프다고

매일같이 뇌신이라는 하얀 가루약을 입에 달고 사셨다

 

힘든 세월을 외롭게 보내온 어머니.......

나는 이런 어머니 밑에서 사춘기를 보내며 자랐다

 

계절이 바뀔 때면 비가 오는 것처럼

가을이 되면 어떤 슬픔하나가 내 마음을 적신다.

 

잊어버리려고 해도 마음에 걸려 풀리지 않는 시름.

아련하게 떠오르는 그 시절의 외로움, 애처로움, 서러움.......

외상 후 스트레스처럼 내 마음 저쪽 어딘가에 숨어있던

감성적인 트라우마 하나가 똬리를 틀며 나를 슬프게 한다.

 

남들은 나의 이런 모습을 보며 가을을 탄다고 한다.

나는 지금 가을을 타는 것이 아니라 가을을 앓고 있다

석양이 물들고 찬바람이 부는 오늘처럼 홀로 있게 되는 날.

어김없이 계절병을 만난 듯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

 

헛웃음을 지으며 거울 앞에 서 있다

또다시 흐르는 눈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마음이 시원해 졌다

 

가슴속에 응어리진 어떤 슬픈 하나가 내 몸속에서 씻겨 내려간 듯

갑자기 맑아진 내 영혼.

 

다시 창가에 섰다

 

수많은 차량들이 쉴 새 없이 꼬리를 물며 지나가는 거리위로.

눈이 부시도록 노란 은행잎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곱게 물든 은행잎이 어찌나 아름답게 다가오는지.......

 

 

한 바탕 쏟아내고 난 눈물이 나를 또 다른 세상으로 안내를 하는 듯 했다

 

찬바람 부는 가을 날 해가 질 무렵 문득 혼자 있게 되는 날!

그래서 외롭다고 느껴지면 나는 이렇게 울음을 쏟아낸다

 

가을을 타는 남자들이여!

가을을 앓는 남자들이여!

 

남자는 세 번만 울어야 된다는 그 허튼 소리 당장 걷어치우고

 

울어라!

맘껏 울어서 이 가을이 아름다울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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