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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고추개떡과 호박잎쌈

by 소담* 2023. 7. 23.

 

지루한 장마끝에 잠시 햇살이 비치는가 싶더니 또 다시 비가 내릴 듯

하늘이 잔뜩 흐린 채 일요일이 정오를 향해가고 있다.

 

오늘은 7월 23내가 사는 이 곳 장유의 장날이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던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시장에 가려고 하는데 나 좀 도와줘요!

  

와이프가 시장에 가자는 소리에 반가운 나머지

급히  컴퓨터를 끄고 세탁기 앞으로 다가갔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던가.

둘이서 빨래를 널다 보니 금방 세탁기가 텅 비었다

 

잠시 후 수레를 챙겨들고 시장 길에 나섰다.

 

시장길에는 할머니들이 채소를 팔기위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는데.

 

할머니들 앞에는 고구마대, 가지, 오이, 고추. 호박잎 등이

바구니에 수북하게 놓여져 있었다.

 

 

그때 맞은 편에서 할머니 한 분이 우리를 부르며 손짓을 했다

 

앞에 펼쳐놓은 채소들이 자기 밭에서 직접 가꾼 것이라고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세히 보니 생김새가 요즘 수퍼에서 보는

가시오이나 마디호박과는 분명차이가 있었다.

 

가시없는 매끌매끌한 오이. 길쭉하지 않은 둥그런 애호박이

소싯적에 보았던 재래종 그 모습 그대로였는데.......

 

그 중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밭에서 금방 따온 듯한

연한 호박잎 이었다. 호박잎을 보니 갑자기 "고추개떡"이 떠올랐다.

나는 와이프의 옆구리를 툭 치며 얼른 사라고 부추겼다

 

 

내 고향 시골집!

우리 마당에는 여름이 되면 늘 호박잎으로 둘러싸였다

호박은 열매보다는 주로 잎을 먹기 위해서 심어놓은 것인데

한 여름날이면 어머니께서는 호박잎을 따다가 고추개떡을 만들어 주셨다

 

밀가루 반죽에 고추를 송당송당 썰어 넣고 간을 맞추기 위해 

된장을 넣은 다음 한참동안 치대는데…….

 

이렇게 고추와 된장으로 섞인 반죽을  밥 위에 호박잎을

깔고 찌는데 우리 마을에서는 이 것을 "고추개떡"이라고 불렀다. 

 

개떡이 완성된 밥솥을 열어보면 호박잎에서 배어나온 물에 밥이

파랗게 물들어 있었고 잘 쪄진 고추개떡은 누른 듯 하얗게 빛이 났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개떡도 뜸을 잘 들여야지 더 쫄깃하고 맛이 있다고 했다

 

여름날 저녁 모깃불을 놓고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 앉아 저녁을 먹는데

모깃불의 매캐한 냄새와 자욱한 연기 속에서도 밥상에 놓인

고추개떡 만큼은 언제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입에 넣는 순간 쫄깃쫄깃한 촉감이 혀에 착 달라붙었는데.......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다보면 어머니께서는 이것도 한 번 먹어보렴.

하시면서 밥 위에 찐 새파란 호박잎을 손에 펼치고 밥 한 숟갈에 

강된장을 떠 얹어  손수 입에 넣어 주셨다.

 

거친듯하면서 쌉싸래 했지만 된장 양념에 고소했던 호박잎쌈.......

나는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점방에 들러 막걸리 한 병을 샀다

 

싸모야! 나 오늘 고추개떡이 먹고 싶은데.......

 

그 순간 와이프가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싸모야! 내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알아!

그런데 이 것 하나도 못해준다고 흥!

 

은근슬쩍 아양을 떠는 내가 맘에 들기라도 한걸까.

 

모른 척 하고 있던 와이프가 씩 웃으며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와이프의 부지런한 손품에 마침내 고추개떡이 완성이 되었다

 

 

고추개떡은 내가 여름 날 무척 좋아하는 음식중에 하나다.

 

다행히 어머니의 손맛을 와이프가 이어 받았는데

덕분에 그때 그 시절 그 맛을 지금도 즐길 수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한 놈이다. 

 

고추 개떡에 막걸리 한 잔을 마셨더니 기분이 참 좋다

 

*싸모야!

고마워!  맛있게 잘 먹었어!

역시 자기 최고야!

 

잘 먹었다는 내 말에 와이프가 싱글벙글 신이 났다.

 

나중에 또 해줄게.......

 

그 순간 우쭐해 하는 와이프의 표정이 어찌나 *사랑홉던지.......

설거지를 하고 있는  와이프를 등 뒤에서 살며시 꼬옥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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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모야 : 소담이 와이프를 부를때 쓰는 애칭이다.

*사랑홉다 : (형용사) 예사스러운 말로 사람이나 그 언행, 모습이 사랑하고 싶도록 귀여운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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