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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달이가고 해가가고!

by 소담* 2022. 12. 29.

칠 전.

 

마트에 들렀다가 옷가게를 할 때 단골손님 이셨던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안녕하세요.

 

발길을 멈춘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이어갔다.

 

사모님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네요.

세월이 비껴가나 봐요.

  

그 순간! 씩 웃던 아주머니가 손사래를 치더니  

 

애고 무슨 말씀을요. 사장님도 여전하신걸요.

 

웃음과 함께 아주머니는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남기고 총총히 마트 안으로 사라졌다.

 

( 쓸쓸한 고갯길이 인생길을 닮았다 )

          

 으로 돌아오는 길.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녀에게도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했다  

 

내가 이 여인을 기억하는 이유는 단골도 단골이지만 무엇보다도

빼어난 그녀의 미모에 반했기 때문이다.  

 

참 예쁘고 고운 얼굴이었는데........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역시 그녀도 세월을 비껴가지 못한 듯 부쩍 나이가 들어 보였다.

 

요일 아침.

 

습관처럼 아침 일찍 대중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을 끝내고 거울 앞에 선 그 순간.

거울 속에 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조선무처럼 튼실했던 내 허벅지.........

 

그런데 그 많던 살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단무지 만드는 왜무처럼 홀쭉하게 변해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볼록하게 솟아오른 배에 빛나는 흰머리가 가관이다    

 

거울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느낀 한 가지.

 

내가 나를 봐도 부쩍 늙어 보였다.

그 순간 며칠 전에 만났던 단골 아주머니가 눈앞에 떠올랐다.  

 

내가 나를 봐도 이렇게 늙었는데 그렇다면 그 아주머니는

나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저 아저씨 참 많이 늙었네.”  

 

생각이 여기에 이르러 나도 모르게 그만 피식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돈 남 말 한다더니........

 

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다시 거울 앞에 섰다 

 

오늘도 관자놀이 옆에 난 검버섯 두 개가 한 눈에 들어왔다

검버섯을 보자 며칠 전에 눈에 거슬린다는 와이프의 말이 떠올라

오늘은 맘먹고 병원에 가기위해 목욕탕을 빠져 나왔다

 

사실 내가 피부과에 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나이들어가면서 생기는 검버섯도 문제지만 요즘들어  탈모가

엄청나게 심하다. 아침에 머리를 감고 나면 하얀 욕조에 

검은 머리카락이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빠져 있는데 

이를 볼 때 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침내 병원에 도착했다.

 

검버섯을  빼고 난 후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원장님과 다시 마주 앉았다 

 

원장님. 제가 요즘 탈모가 엄청 심하거든요.

그래서 처방전 좀 받으려고 하는데......... 

 

그 순간 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머리를 이곳저곳 

어지럽게 훑어보더니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잠시 후 그가 하는 말. 

 

연세가 좀 있으시네요. 

그래서 하는 얘긴데.결혼을 앞둔 2-30대라면 제가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탈모가 진행된 상태라서 약을 복용해도 5-6개월 후에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고 심한 경우 거의 효과를 못 볼 수도 있고

설령 효과를 봐도 계속 약을 계속 복용해야 된다고 했다.

만약에 중간에 약을 중단하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간다는 것.

 

혈압 약 하나 먹고 있는 것도 버거워 죽겠는데 평생을 먹어야 한다는 말에

은근히 짜증이 난 나머지 원장님의 말을 중간에 가로챘다.

 

원장님! 한마디로 제가 나이가 있으니까 *그냥저냥 살아 라는 말 아닌가요?

 

내 말이 너무 사실적 이었을까원장은 대답대신 호호호 웃기에 바빴다.

 

검버섯을  빼고 피부과를 나서는 길. 가벼워야 할 마음이 되레 더 무거워 졌다

 

                         ( 인생길에는 오르막 길도 있고 내리막 길도 있다 ) 

 

다음 달 이면 내 나이 예순 두 살.

 

그렇다면 나도 이제는 늙어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야

할 나이가 아닌가.

 

까짓것. 민머리가 되던,대머리가 되던, 벗거지가 되던, 빛나리가 되던.........


누가 내 모습을 돌아 보리오.

 

주어진 내 삶에 순응하며 살면 그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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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저냥 : [부사] 그러저러한 모양으로 그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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