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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피장 파장

by 소담* 2015. 5. 9.

세월여류라고 했던가.

엊그제 오십이 된 것 같은데 어느 듯 내 나이도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세월이 간다는 것은 작게는 나이를 먹는 다는 뜻일 수도 있고

크게는 결국 늙어간다는 뜻도 될 수 있는데

 

그래서 일까!

 

예전에는 식사를 할 때 마른 반찬에도 밥을 거뜬히 먹었는데

요즘은 찌개나 국물이 없으면 왠지 밥을 먹기가 거북해 졌다

결국 나 때문에 와이프는 매 끼니때 마다 무슨 국을 끓일까!

늘 고민을 하는데.

 

아침 식탁에서 있었던 일이다.

 

구수한 아욱국 냄새에 이끌려 여느 날 보다 더 빨리 식탁에 앉았는데

얼마나 국이 맛이 있던지 와이프가 밥도 퍼주기도 전에 이미 절반을 비웠다

잘 먹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국물이 입언저리에서 

자꾸만 주르륵 흐르고 말았다

그때마다 휴지를 들고 입가를 훔쳐가며 식탁에 떨어진 국물을

닦기에 바빴는데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와이프가

 

애고! 우리 서방님도 이제 늙었나 보네.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걸 몰라서 물어요!

옛날 나이 드신 분들하고 같이 밥을 먹다보면 국물을 자주 흘리던데.......

 

이 말을 듣는 순간 알 수 없는 어떤 그 무엇인가가 나를 흥분케 했다.

 

이 사람아! 그렇다면 내가 늙었다는 말이야!

 

웃기고 있어. 자네도 내 나이 돼봐!

 

내 말이 우습다는 듯 와이프가 파안대소를 하며

 

애고! 누가 보면 나이 차이가 엄청 나는 줄 알겠네요.

 

이 사람이 왜 이래! 네 살 차이가 좀 작아서 그래!

 

젊어서는 몰라도 늙어가면서 네 살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야.

알지도 못하면서!

 

잠자코 듣고 있던 와이프가 입을 히죽거리며

 

네 살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난다고 거기서 거기지.......

 

네 살 차이는 별것도 아니라는 듯 억지를 부리고 있는

와이프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한 숨이 절로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와이프의 입에서 내가 늙었다는 소리는 정말이지 듣기 싫었다.

 

 

토요일 오후! 모처럼 외식길에 나섰다.

 

식당에 도착해서 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찌나

손님들이 붐비던지 흡사 장터를 방불케 할 만큼 어수선 했다

고기를 먹고 후식을 즐길 겨를도 없이 우리는 뒷사람을 위해서

얼른 자리를 비워주고 밖으로 나섰다

 

잠시 산책을 하기 위해 우리부부는 용두산을 오르기로 했다

한 참을 말없이 산에 오르던 그때 와이프가 조금 전에

식당에서 있었던 풍경을 화제로 말을 건네 왔다.

 

우리가 외식을 했던 식당은 처음 차려주는 첫 상을 제외하고는

전부 셀프였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온 손님들 마다 여자들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고 하나같이 모두 남자들이

셀프를 하고 있었다.

이에 질세라 나도 와이프를 위해 직접 나섰는데.......

 

입가에 미소를 띠며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다른 날은 셀프는커녕 가만히 앉아서 늘 내 손만 기다리더니

오늘은 무슨 생각으로 직접 셀프를 할 생각을 했어요?

 

싸모야!

나도 분위기 있는 사람이야!

주변에 온통  남자들이 셀프를 하고 있는데 

나만 가만히 앉아서 있으면 자네가 기분이 좋겠어!

 

내  말이 맘에 들었는지 와이프가 씩 웃는데.

 

어라!

 

그런데 씩 웃는 와이프의 하얀 이에서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고춧가루가 아닌가.

 

그 모습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네도 이제 늙었나보네

 

내 말에 화들짝 놀란 와이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늙었다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에요?

 

느낌이 그렇게도 없어!

자네 하얀 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고.’

 

애고. 나 어떡해.

식당에 사람들이 많아서 거울도 안보고 나왔더니 이게 무슨 일이래.

 

아침에 입가에 국물을 흘린다고 했던 와이프에게 보기좋게

복수를 하고나니 씩 웃음이 절로 나왔다

 

드디어 용두산 정상에 올랐다.

 

미래 아빠!

 

조금전에 나를 두고 늙었는가 보네 라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늙길 바래요?

 

무슨 소리야! 어느 남자가 자기 부인 늙기를 바래!

 

어이가 없다는 듯 와이프가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이 사람아! 뭘 그리 쳐다보는가.

자네도 아침에 내가 국물 흘린다고 나를 늙었다고 했잖아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던 와이프가

 

그래서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에요!

 

딱히 할말이 없던 나는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싸모야!

 

우리 서로 늙었다고 하지 말자 어차피 세월가면 늙어 갈 텐데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저 풍경들처럼 세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면 좋지 않을까.

 

내말을 이해라도 한 걸까!

멋쩍게 다가오던 와이프가 살며시 내 손을 꼭 잡으며 하는 말.

 

애고!

그래요. 우리 곱게 늙어 갑시다.

 

용두산에서 바라본 장유풍경. 저 멀리 우리 부부가 즐겨찾는 반룡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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