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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누가 더 좋아 했을까!

by 소담* 2014. 8. 23.

토요일 아침 모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뒤늦게 잠에서 깨어난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우리 산에 갈까요.

 

평상시에 산에 가자고 하면 늘 힘들다고 손사래를 치던 와이프가

오늘따라 손수 산에 가자고 서두르는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배낭 속에 간단한 음료를 챙겨 넣고

반룡산 산행 길에 나섰다

 

반룡산은 장유 시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해발 380m 높이로 동산처럼 아늑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맘 놓고 호락호락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니다

 

집에서 출발한지 한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목적지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김해 평야와 함께

저 멀리 낙동강 너머로 부산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모든 산이 그렇듯이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들은

그야말로 그림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며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자리에 앉아 모자를 벗는데 그 순간

 

애고! 우리 서방님. 머리에 흰머리도 나고 이제 늙었나 보네.

 

한 숨을 쉬고 다가오던 와이프가 흰머리 서 너개를 뽑아 주었다

와이프가 뽑은 머리카락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나역시도 와이프처럼 저절로 한숨이 흘러 나오는데.

 

애고!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엊그제 만난 것 같은데

세월 잘도 가는구먼.

 

싸모야!

우리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해!

 

알지. 그날을 어떻게 잊겠어.

 

우리는 벤치에 앉아 처음 만났던 그날을 되새기며

그때 그 시절 속으로 함께 빠져 들어갔다.

 

총각시절. 어느 날이었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담아. 오늘 퇴근하면 술 한 잔 하게 우리 집으로 와!

 

그렇잖아도 출출했는데 술 이야기에 퇴근길이 급해졌다

친구 집에 도착해 보니 고기를 굽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나를 기다렸다는 듯 바로 술상이 차려졌다

 

몇 순배의 술이 돌았을까.

친구가 느닷없이 내게 여자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다

나는 관심도 없어서 한 마디로 필요 없다고 거절을 했는데.

내가 거절을 하자 친구가 말을 자기 와이프에게로 돌렸다.

 

여보. 당신이 얘기해봐.

이 놈이 내말을 안 들으려고 하니 원.

 

소담씨!

제가 제 친구를 소개시켜주려고 하는데

예쁘고, 순하고, 착한 얘 인데 소담씨하고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제가 큰 맘 먹고 소개하려고 해요

 

갑자기 친구 와이프가 안방에서 앨범 하나를 꺼내들고 나왔다

사진속의 인물을 가리키며 꼭 한 번 만나 봐라 하면서

은근히 나를 재촉하는데. 사진속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무엇보다도 서글서글한 눈이 맘에 들었다

예쁘고 순하고 착하다는데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다 갖추었으니 주저할 내가 아니지 않는가!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나는 승낙과 함께 만날 날짜를 잡았다

 

드디어 약속한 날이 돌아왔다

 

친구와 친구에 와이프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 셋은 차를 타고 약속장소인 진주로 향했다

 

가는 내내 비가 내렸지만 우리의 만남을 축복이라도 하는지.

진주성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그치고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촉석루에 앉아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내 저 멀리

사진 속에서 보았던 그 아가씨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소담씨! 제 친구예요 인사 나누세요.

 

아가씨와 나는 그렇게 내 생애 역사적인 첫 만남이 이루어 졌다

 

우리는 우선 진주성을 둘러보기로 했다

촉석루를 내려와서 남강으로 그리도 다시 진주박물관으로

여러 곳을 누비는데 그때마다 친구와 나는 앞에 서서 앞장을 섰고

아가씨와 친구와이프는 몇 발짝 뒤에서 우리를 뒤따라 왔는데.......

어느 순간뒤따라오는 아가씨의 표정이 궁금해 졌다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를 훔쳐보는데 그 때 마다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가씨가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문득 그때  미처 묻지 못했던 궁금한 한 가지가 떠올랐다

 

싸모야! 우리가 처음 만난 그 날.

그때 자기가 나를 볼 때 마다 늘 싱글벙글 웃더라.

지금에와서  물어보는데 그때 내가 뭐가 그렇게 좋았어?

 

내 물음에 눈을 휘둥그레 뜨던 와이프가

 

무슨 소리야?

자기가 나를 볼때마다 싱글벙글 웃어 놓고서는.

그럼 그때 자기는 내가 뭐가 좋아서 웃었어?

 

이 사람아.

자네가 웃고 있는데 나도 웃을 수 밖에 더 있어.

 

애고!  사돈 남말 하고 있네

나도 자기가 웃는데 웃을 수 밖에 더 있어.

 

그렇다면 우리는 누가 더 좋아 했을까.

 

아전인수라고 했던가.

 

우리는 결국 티격태격 하기에 이르렀다

사랑을 하면 어린아이가 된다고 했던가!

우리는 그렇게 벤치에 앉아 유치한 사랑싸움에 흠뻑 빠져 들었다

 

한 바탕 웃고 내려 오는 길.

 

싸모야!

 

나 이 참에 머리에 염색도 하고 파마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 해!

 

됐거든요. 지금 흰머리가 그 정도면 나이에 딱 맞고 잘 어울리는데

뭐 하러 굳이 헛돈을 쓰려고 해요.

 

혹시 다니는 회사에 예쁜 아주머니들이 많다고 하더니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것 아니에요!

만의 하나 한 눈 팔면 그때는 어찌 되는지 알지요!

 

절대 한 눈 팔지 말라는 와이프의 협박

 

내가 감히 누구 앞이라고 예쁜 각씨를 두고 한 눈을 팔 수 있겠어!

 

한눈을 팔려면 차라리 양 눈을 팔지.

 

갑자기 피식 웃던 와이프가 갑자기 손바닥으로 사정없이 내 등짝을 내리쳤다.

 

양 눈을 팔겠다고 했으니 당연히 맞아도 쌀 일이다.

 

하산을 하는 길.

 

와이프가 은근히 화가 난 듯 내곁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바람만바람만 뒤 따라오고 있는 와이프를 보고 있노라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랑홉던지.......

 

사소한 일로 알콩달콩 하며 내려오는 우리가 재미있어서 일까!

때마침 흘러가는 구름이 갈 길을 멈춘 채 환하게 웃으며

우리 부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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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바람만 : (부사) 바라보일 만한 정도  멀찍이 떨어져서 따라가는 모양 나타내는

 * 사랑홉다 : (형용사) {예스러운 말로} (사람이나 그 언행, 모습이) 사랑하고 싶도록 귀여운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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