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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중독

by 소담* 2013. 12. 21.

 

비약 풍약 초약

초단 홍단 청단

 

소싯적 동짓달 기나긴 밤

 

우리는 긴긴 겨울밤을 민화투 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화투를 보면 그 시절이 문득 떠오르는데.

 

나는 누이들과 화투를 칠 때마다 늘 꼴찌를 했다 

그때마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누이들의무시무시한 손가락 매질이었다.

얼마나 두들겨 맞았던지  팔목이 빨갛게 부어 올랐는데.

 

매일 두들겨 맞는 내게 어느 날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누나들이 점수를 많이 딸 때면 일부러 화투짝 하나를

살며시 이불 밑으로 쑤셔 넣어서 파투가 되게 만들어버렸다

 

이럴때면 눈치를 챈 누나들이 동시에 나를 두들겨 패는데

맞고 나면 얼마나 억울하던지.

 

그러다가 운좋게도 내가 내가 점수를 많이 따게 되면 복수 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 때는 두 손가락으로 때려야 할 것을 네 손가락으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기겁을 한 누나는 반칙이라고 하면서 다시 내 손목을 잡고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는데......

 

애고! 이래도 맞고 저래도 맞고  불행했던 내 유년 시절(ㅎㅎㅎ)

 

지금도 누나들을 만나면 화투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때를 생각하면 왜 이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이처럼 나는 어렸을 때는 민화투를 굉장히 좋아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화투가 싫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즐긴다는 그 흔한 고스톱도

내게는 먼나라 이야기다.

 

당연히 장기도 바둑도 못 둔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앉아서 잔머리 굴리는 게 내게는 딱 질색이다

그래서 공부도 지지리도 못했다

 

요즘은 바야흐로 스마트 폰 시대다

이따금씩 카톡으로 게임방에 초대하는 친구들을 볼 수 있는데

나는 역시 게임도 할 줄 모른다.

남들은 스마트 폰을 들고 몇 시간씩 게임을 즐긴다는데

나는 이런 게임 쪽으로는 도통 취미가 없다

 

그런데 우리 아들녀석은 나와는 다르게 게임에 푹 빠져 산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

 

마트에 들러 막걸리 두병을 사들고 왔다.

아니나 다를까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들이 책상 앞에서

스마트 폰을 들고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아들 녀석이 게임에 중독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누워 잘 때까지 손에서 한시도 폰이 떨어질 날이 없다

 

이런 아들을 바라볼 때면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 간다.

일주일 전에 아들이 컴퓨터에서 게임을 다운 받다가 무엇을 잘 못 건드렸는지

그만 컴퓨터가 부팅이 되지 않았다. 답답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해서 일주일만인 오늘에서야 겨우 다시 고쳤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런 일이 벌써 세 번째라는 것이 문제다

오늘 작정을 하고 아들 녀석과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막걸리 한 잔을 급히 비우고 아들을 탁자에 앉게 했다

 

! 이놈아.너 큰 일 났다.

 

너 게임중독이 무언지 아니? 너 지금 상태가 아주 심각해.

 

네가 게임하는 시간의 절반만이라도 공부를 해봐.

 

그러면 네 인생이 달라져 알겠어!

 

그리고 앞으로 게임 하려면 절대 컴퓨터 손대지마.

 

씩씩거리는 내 목소리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아들 녀석이

마지못한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하고 짧게 대답을 했다

 

그 사이 와이프와 눈이 마주쳤다

 

입가에 검지를  세우고 이제 그만 하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아들을 불렀다

 

아들아! 부탁한데 제발 게임시간을 줄여줬으면 좋겠다.

 

너도 생각을 해봐!

네가 하루에 몇 시간을 게임에 빠져 살고 있는지.

게임을 전혀 못하게 한다고 해서 안하는 너도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게임만 하고 살 수는 없지 않니!

그러니 앞으로 서서히 게임하는 시간을 줄여가 보자 알겠지!

 

와이프의 눈치도 있고 아들의 굳은 표정을 풀겸해서

말투를 차분히 가라앉혔더니 아들이 대답을 하는데.

 

저도 알아요.

그런데 쉽게 고쳐지지 않아서 저도 속상해요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줄여 볼게요. 죄송해요.걱정 끼쳐드려서.

 

아들이 모처럼 긴대답을 하며 어색한 눈빛으로 씩 웃었다

조금 전 와이프가 보낸 눈치가 내 체면도 살리고

아들의 체면도 살려주는 것 같아서 갑자기 내 마음이 흐뭇해졌다

 

반주로 막걸리 한 병이 금세 사라졌다

 

잠시 후

 

아들이 학원에 가기위해 가방을 챙겨 들었다

모처럼 아들을 배웅해 주고 싶은 마음에 아들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함께 파이팅을 외친 뒤 다시 식탁으로 돌아오는데 그 사이 와이프가

식탁에 놓인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마시더니 부탁을 해 왔다.

 

술 작작 마시세요!

 

듣기 싫겠지만 자기도 알코올 중독이에요.

이왕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게임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이나 뭐가 달라요?

만에 하나 희망이가 아빠도 알코올 중독이잖아요”라고 하면

그때는 뭐라고 답 할래요!

 

이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갑자기 머릿속이 띵 해졌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말은 이런 순간을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이 깊은 현명한 와이프 덕분에 자식 앞에서 애비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천만 다행이었다

 

잠시 후면 학원에 간 아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애고!

빨리 술 병을 치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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