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어머님에게 전화를 못 드렸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그 흔한 전화조차도 자주 못하다니…….
갑자기 내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죄송스런 마음에 부랴부랴 전화를 하는데.
어머니! 저에요.
소담이냐!
요새 왜 전화를 안 하냐.
한 번 올 때가 되었는디 전화가 안 옹께 내가 시방 애가타서 죽것다.
무슨 일이 있냐?
무슨 일이 있긴요.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어머니 제 걱정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점심은 드셨나요?
응! 나 금방 부엌에서 한 숟가락 들고 막 방에 들어왔다
아가. 나 요즘 심심해서 죽것다.
엊그제 00 엄마가 죽어 부렀다.
고상도 안하고 허망하게 죽어부렀어.
어머니 무슨 소리에요?
그 사람 어머니 보다 나이가 적을 텐데....
아! 글쎄.
목욕하고 마루 올라가다 넘어져서 죽었단다.
심심할 때 그 집에 자주 갔는데 이제 갈 때도 없다
요새 송동댁도 치매로 요양원에 가 불고
또 네 친구 희철이 엄마도 치매가 걸려서
자식들이 서울로 데려가 버렸어.
인자 어디 놀러 갈 때도 없고 심심해 죽것다.
전화를 할 때 마다 어머니 주위에 계신 분들이
하나 둘 고향을 떠나고 있다
가장 가까이 지내셨던 두 분이 치매로 요양원에 간 뒤로
요즘 들어 부쩍 심심하다고 하신 우리 어머니…….
사방이 늘 아프다고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정신 건강만큼은 뛰어나시다
치매가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나는 전화를 할 때 마다 어머니에게 늘 고맙다고 한다.
치매는 자식들에게도 많은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을
주위에서 많이 보아 왔기에.......
(소담의 고향 집 장독대 풍경 )
어머니와 전화를 하고 난 뒤 전화를 끊자마자
와이프에게서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자세히 보니 치매 테스트라고 하면서 문제를 풀어 보라고 하는데.
내용은 이랬다.
== 치매 테스트 ==
아래 주어지는 3문제를 다 틀리면
물어 볼 것도 없이 바로 병원으로 직행해야 합니다.
보는 즉시 문제를 풀기 바랍니다.
시간은 많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연필과 종이도 필요하지 않구요!
준비 되었으면 출발할까요.
< 문제 1>
달리기 경주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 한 선수가 2등인 선수를 앞질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몇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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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1등이라고 했다면 당연히 틀렸습니다.
2등을 앞지르고 그의 자리를 차지했다면 당연히 2등입니다
다음 문제는 틀리지 않도록 하세요.
처음 문제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면 안 됩니다
< 문제 2>
아주 헷갈리는 산수문제입니다
머리로만 푸세요!
연필과 종이는 사용하지 마시구요
자 시작합니다.
1000에다 40을 더합니다.
거기에다 또 1000을 더합니다.
그리고 30을 더하고
다시 또 1000을 더합니다.
그리고 또 20을 더하고
또 1000을 더합니다.
마지막으로 10을 더합니다.
그럼 총 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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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5000이 나왔나요.
실제 답은 4100입니다
못 믿겠다면 계산기로 해 보세요
이 것도 못 푸신 분
오늘 당신의 날이 아닌가 보군요.
의기소침 하지 마시고
마지막 문제는 풀 수 있지 않을까요?
< 문제 3.>
영희의 아버지는 5명의 딸이 있습니다.
일순이
이순이
삼순이
사순이
그럼 마지막 딸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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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오순이라구요?
당연히 오답이지요.
다섯 번째 딸의 이름은 당연히 영희입니다.
혹시 3문제 다 틀리셨나요.
빨리 병원으로 달려가세요. ㅎㅎㅎ
어렵사리 문제를 다 풀긴 풀었는데 불행하게도 다 틀렸다
은근히 부아가 났다
아무리 난센스 문제라고는 하지만 세상에 세 문제를 다 틀리다니…….
그래도 서방님을 위해서 와이프가 웃으라고 문제를 보내 주었는데
답장이라도 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큰일 났네”
“서방님 병원에 가야겠어.”
한 참 후에
와이프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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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갑시다.”
아니!
그렇다면 와이프도 다 틀렸다는 말이 아닌가!
애고. 워째야쓰까잉
요즘 세간에 치매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오죽하면 이런 우스개 문제가 떠돌아다닐까.
치매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슬픈일이다
그러나 치매도 과학적으로 얼마든지 이겨 낼 수도 있다고 한다
온전할 수 는 없지만 그래도 이겨 낼 수도 있다는데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런 희망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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