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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100세 시대

by 소담* 2015. 5. 16.

두 달 전 어느 날.

TV 홈쇼핑을 시청하고 있던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이리 와보세요.

지금 선전하고 있는 저 약이 나하고 증상이 비슷한데 

이 참에 저 약 한 번 먹어 보면 안될까.

 

평소 건강제품을 미더워 하지 못했던 나는

 

"차라리 한약이라도 한 첩 지어먹지"

"잘 알지도 못하는 약을 뭐 하러 사려고 해"

 

달가워 하지 않은 내 말이 서운 했는지 투덜거리던 와이프가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내가 갱년기를 이겨내고 건강하면

결국은 미래 아빠가 좋은 거 아니에요"

 

그 순간! 와이프의 그럴 듯한 핑계가 살며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좋은게 좋다고 그 날 즉석에서 약을 구입했는데.

 

재수에 옴 붙었다고 했던가. 구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가짜 백수오가 우리를 분노케 했다

건강하게 살기위해서 구입했던 약이 가짜라니.......

돈도 돈이지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날 뉴스가 끝나자마자 반품을 하기위해서

즉시 포장을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포장을 마친 박스가

며칠 째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볼 때 마다 짜증이 났던 나는 그만 벌컥 화를 내고 말았다

 

싸모야! 죽 쑤어서 개 주었다 생각하고 이 약 그냥 갖다 버려!

차라리 안 보이면 속이나 편하지.

 

짜증을 내는 내가 미웠는지 와이프가 큰 소리로 대꾸했다.

 

시간이 없어서 아직 반품을 못한 것뿐인데 왜 돈을 버리라고 하는데요!

누구는 지금 기분 좋은 줄 아세요!

 

그 날 우리 부부는 가짜 백수오로 인해 한참동안 고성이 오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시 냉전이 이어지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잘 못한 점이 더 많았다

 

가짜 약을 구입하고 속이 상한 쪽은 나보다도 와이프가 더 심하지 않았을까

와이프 자신이 구입한 약이다 보니 누군가에게 투정을 할 수도 없고

혼자 끙끙 앓았을 것이 분명한데.......

 

생각이 여기에 이르러

 

싸모야 .미안하네 내가 잠시 생각이 짧았구먼 이해 해 주게나.

 

미안하긴요! 내일 당장 반품할게요.

 

그러면서 짧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애고! 100세 시대라고 해서 약을 샀는데 100세는 커녕

약 때문에 싸우다가 내일 모레 곧 죽게 생겼네!

 

곧 죽게 생겼다는 와이프의 말에 웃음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대놓고 면전에서 웃을 수도 없고 모르는 척 돌아섰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가!

 

3주 전 토요일

 

와이프가 같이 치과를 가자고 나를 보챘다

나는 스케일링을 할 때 굉음을 내는 기계소리가 싫어서 가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와이프는 작년에 일을 상기시키며 나를 윽박질렀다

 

작년에 월드컵 축구 때 뭐라고 했어요!

늦은 밤과 새벽에 나를 잠도 못자게 하면서 앞으로 월드컵을

열 번은 더 봐야 한다고 큰 소리 치지 않았어요!

그때까지 편히 살려면 빨리 따라와요.

 

푸 하하하. 갑자기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월드컵이 4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니 앞으로 열 번이면 그 때 내 나이가(?)

 

지금 한가하게 앉아서 나이 계산을 할 시간이 아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와이프의 뒤를 따라 나섰다

 

이윽고 치과에 들러 스케일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진주에 있는 딸이 집에 곧 도착한다고 전화가 왔다

 

 

모처럼 보름 만에 집에 오는 딸을 위해 아귀찜을 주문했다.

아귀찜은 딸도 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술안주이기도 한데.

 

아귀찜이도착하고 이윽고 식탁이 풍성해졌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는지 갑자기 딸이 나를 불렀다

 

아빠! 아빠가 좋아하는 술이 빠졌는데요!

 

, 오늘은 왠지 술이 싫은데!

 

술이 싫다는 내 말에 딸이 갑자기 파안대소를 하는데

이제 질세라 아들 녀석도 덩달아 따라 웃었다

 

가족들의 시선이 온통 내게로 쏠렸다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던 그때 와이프가 나를 거들고 나섰는데.

 

얘들아.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지 않니!

아빠가 노후 건강을 위해서 술을 줄이겠다고 엄마하고 약속을 했단다

 

그 순간 나는 황당했다

오늘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은 순전히 스케일링 때문이었다.

잇몸 속 치석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들이 행여 덧이 날까봐

애써 참고 있었을 뿐인데 이를 두고 와이프가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 말은 와이프가 나를 염려해서 한 말이었다

아무튼  아이들 앞에서 약속을 했다고 했으니 나는 이제 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

 

100세 시대에 같이 사는 그 날까지 건강을 위해서 술을 줄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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