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꼬부부라는 말이 있다.
다정하고 금슬이 좋은 부부를 이르러 잉꼬부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잉꼬부부는 보는 이들에게 하여금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 졌기에 그들을 두고 이렇게 표현을 했을까!
내가 고향을 떠나 이 곳 김해 장유에 온지도 벌써 십 삼년 째를 맞고 있다.
5 년 동안 아동복가게를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인근에 대형 아울렛 매장이
들어서면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닫고 지금은 노동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 후로 주말이면 나는 늘 와이프와 함께 가까운 산을 찾는다.
가게를 할 때는 감히 바랄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지금의 산행 길은
나에게는 행복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산에 오르다 보면 그때마다 아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특히 옷가게를 할 때 단골손님들을 만나면 반갑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분들을 만나면 꼭 듣게 되는 말이 하나 있다.
내 자랑 같지만 그 들은 우리 부부를 잉꼬부부라고 한다.
듣는 사람 기분 좋아라고 하는 소린지는 몰라도 듣고 나면
정말 잉꼬부부라는 되는 듯 나도 모르게 어깨가 우쭐해지는데…….
그때 마다 와이프에게 물었다
싸모야! 우리 잉꼬부부 맞어?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보던 와이프가
“우리가 오죽 붙어 다니면 그러겠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 잘 붙어 다닌다.
산에 갈 때도 시장에 갈 때도 마트에 갈 때도 늘 이렇게 함께 다닌다.
이런 모습이 남들 눈에는 퍽이나 금슬 좋은 부부로 비춰지는 모양이다
늘 붙어 다니는 우리 부부는 볼트와 너트 같은 존재가 아닐까!
떨어져 있으면 한낱 쇠뭉치에 불과 하지만 둘이 결합이 되면
모든 것을 조여 주고 이어주고 연결을 해 주니 이 거야 말로
볼트와 너트처럼 우리는 이미 한 몸으로 만난 것이 아닌지…….
그런데 이런 볼트와 너트도 생각이 다르면
붙어있어도 떨어져 지낸 듯 멀어 질 때가 있다
오늘은 금요일
2박3일로 수학여행을 간 아들이 돌아오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어젯밤 퇴근길에 직원들과 함께 마신
주독을 빼내기 위해 욕실에서 흠뻑 땀을 흘리고 나왔다
그 사이 와이프가 요리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싸모야. 오늘 아들이 돌아오는 날이네
말을 건네는데 와이프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
큰 소리로 와이프를 불렀다.
싸모야! 학교 다닐 때 화학 안 배웠어? 자극이 있으면 반응이 있어야지.
그 때서야 와이프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 왔다
“아들이 오는데 뭐가 어떻다고요.”
어라! 반응이 와서 좋긴 한데 무언가 불만이 있는 듯 잔뜩 볼멘소리다
이 사람아! 아들이 오니까 좋다는 말이지.
그런데 자네 말투가 이상하네. 왜 그래!
의아해서 물어보는 내 물음에 와이프가 답답함을 토로 하는데.......
으이그! 골든 데이를 이틀이나 놓치고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듣고 있던 나는 와이프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골든 데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모르면 말고.......
마치 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 듯
알 수 없는 말을 남기며 와이프가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뒤늦게 형광등처럼 깜빡거리는 내 감각.
아뿔싸!
아들의 2박3일간의 수학여행은 우리들에게는 모처럼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 아닌가.
그런데 황금 같은 이런 날에 서방이라는 작자가 이틀간이나
술독에 빠져 들어왔으니 내가 생각해 봐도 참 한심할 노릇이었다.
그래도 할 말이 남았던 나는 획 뒤 돌아 서는 와이프를 향해
이 사람아. 밤이라는 것이 어젯밤만 있는가!
오늘밤도 있고 내일 밤도 있는데…….
할 말이 없을 때 입버릇처럼 둘러대는 나의 이런 말이
지금까지 어디 한 두 번 이었던인가.
이제는 이 말이 이골이 났는지 마치 뚫어질 듯 나를 노려보던 와이프가
애고! 내가 저 아저씨 때문에 못살아
누가 지금 잠자리(?) 일로 이러는 줄 아세요!
여하튼 남자들은 단순하고 무식해서 같이 상대를 못해요........
(하늘같은 서방님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호칭이 아저씨로 돌변한다.)
그럼 왜 그러는데.
한동안 말이 없던 와이프가 이내 말문을 열었다
모처럼 둘 만의 시간이었는데
어제 같은 날. 맛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같이 먹고
창 넓은 멋진 창가에 앉아서 차 한 잔 마시고
한껏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는데........
와이프의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와이프는 아직도 소녀시대의 풍부한 감성을 갖고 있는데 ........
서방이라는 놈은 분위기도 모르고 엉뚱하게
잠자리 일만(?) 늘어놓고 있지 않는가.
그래도 뚫어진 입이라고 와이프에게 말을 걸었다.
이 사람아그러면 전화를 하든지 문자를 보내든지
그러면 내가 약속을 할 거 아니야
이런 당당한 내 물음에 와이프는.
예정하고 짜여진 일정이라면그게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그냥 그때 그때의 분위기에 따라 발 길 닿는 곳에 가면 그만 인 것을........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색함도 잠시.
마침내 식탁에 아침 식사가 차려졌다
식탁에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계란찜이 먹음직스럽게 식탁에 놓여 있는데........
그 순간 숟가락 두 개가 계란찜에서 만났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서로 눈이 마주쳤다
계란찜을 들고 숟가락 너머로 바라보는 와이프의 얼굴이 오늘따라 참 예쁘다
나도 모르게 씨익 웃음이 절로 나오는데.
그때 웃고 있는 나를 향해 와이프가 물었다
왜! 웃는데요!
이 사람아! 예쁘니까 웃지
예쁘다고 하는 내 대답에 와이프가 어이가 없다는 듯
“싱겁기는”
서방님은 지금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싱겁다니.
그 순간. 들고 있던 계란찜을 한 입에 넣었다
애고! 이 사람아 싱겁기는!
짜구만......
서방님이 싱겁다고 하는 와이프와
생뚱맞게 계란찜이 짜다고 우기는 서방.
동문서답이 이보다 더 또 어울릴 수 있을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파안대소 하는 와이프와
내 웃음이 아침 식탁에 웃음꽃으로 가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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