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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동상이몽(同床異夢)

by 소담* 2015. 11. 6.

잉꼬부부라는 말이 있다.

다정하고 금슬이 좋은 부부를 이르러 잉꼬부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잉꼬부부는 보는 이들에게 하여금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 졌기에 그들을 두고 이렇게 표현을 했을까!

 

내가 고향을 떠나 이 곳 김해 장유에 온지도 벌써 십 삼년 째를 맞고 있다.

5 년 동안 아동복가게를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인근에 대형 아울렛 매장이

들어서면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닫고 지금은 노동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 후로 주말이면 나는 늘 와이프와 함께 가까운 산을 찾는다.

가게를 할 때는 감히 바랄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지금의 산행 길은

나에게는 행복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산에 오르다 보면 그때마다 아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특히 옷가게를 할 때 단골손님들을 만나면 반갑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분들을 만나면 꼭 듣게 되는 말이 하나 있다.

내 자랑 같지만 그 들은 우리 부부를 잉꼬부부라고 한다.

 

듣는 사람 기분 좋아라고 하는 소린지는 몰라도 듣고 나면

정말 잉꼬부부라는 되는 듯 나도 모르게 어깨가 우쭐해지는데…….

 

그때 마다 와이프에게 물었다

 

싸모야! 우리 잉꼬부부 맞어?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보던 와이프가

 

우리가 오죽 붙어 다니면 그러겠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 잘 붙어 다닌다.

 

산에 갈 때도 시장에 갈 때도 마트에 갈 때도 늘 이렇게 함께 다닌다.

 

이런 모습이 남들 눈에는 퍽이나 금슬 좋은 부부로 비춰지는 모양이다

 

늘 붙어 다니는 우리 부부는 볼트와 너트 같은 존재가 아닐까!

떨어져 있으면 한낱 쇠뭉치에 불과 하지만 둘이 결합이 되면

모든 것을 조여 주고 이어주고 연결을 해 주니 이 거야 말로

볼트와 너트처럼 우리는 이미 한 몸으로 만난 것이 아닌지…….

그런데 이런 볼트와 너트도 생각이 다르면

붙어있어도 떨어져 지낸 듯 멀어 질 때가 있다

 

오늘은 금요일

23일로 수학여행을 간 아들이 돌아오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어젯밤 퇴근길에 직원들과 함께 마신

주독을 빼내기 위해 욕실에서 흠뻑 땀을 흘리고 나왔다

그 사이 와이프가 요리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싸모야. 오늘 아들이 돌아오는 날이네

 

말을 건네는데 와이프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

 

큰 소리로 와이프를 불렀다.

 

싸모야! 학교 다닐 때 화학 안 배웠어? 자극이 있으면 반응이 있어야지.

 

그 때서야 와이프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 왔다

 

아들이 오는데 뭐가 어떻다고요.”

 

어라! 반응이 와서 좋긴 한데 무언가 불만이 있는 듯 잔뜩 볼멘소리다

 

이 사람아! 아들이 오니까 좋다는 말이지.

그런데 자네 말투가 이상하네. 왜 그래!

 

의아해서 물어보는 내 물음에 와이프가 답답함을 토로 하는데.......

 

으이그! 골든 데이를 이틀이나 놓치고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듣고 있던 나는 와이프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골든 데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모르면 말고.......

 

마치 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 듯

알 수 없는 말을 남기며 와이프가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뒤늦게 형광등처럼 깜빡거리는 내 감각.

 

아뿔싸!

아들의 23일간의 수학여행은 우리들에게는 모처럼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 아닌가.

 

그런데 황금 같은 이런 날에 서방이라는 작자가 이틀간이나

술독에 빠져 들어왔으니 내가 생각해 봐도 참 한심할 노릇이었다.

 

그래도 할 말이 남았던  나는 획 뒤 돌아 서는 와이프를 향해

 

이 사람아. 밤이라는 것이 어젯밤만 있는가!

 

오늘밤도 있고 내일 밤도 있는데…….

 

할 말이 없을 때 입버릇처럼 둘러대는 나의 이런 말이

지금까지 어디 한 두 번 이었던인가.

이제는 이 말이 이골이 났는지 마치 뚫어질 듯 나를 노려보던 와이프가

 

애고! 내가 저 아저씨 때문에 못살아

누가 지금 잠자리(?) 일로 이러는 줄 아세요!

여하튼 남자들은 단순하고 무식해서 같이 상대를 못해요........

 

(하늘같은 서방님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호칭이 아저씨로 돌변한다.)

 

그럼 왜 그러는데.

 

한동안 말이 없던 와이프가 이내 말문을 열었다

 

모처럼 둘 만의 시간이었는데

어제 같은 날. 맛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같이 먹고

 

창 넓은 멋진 창가에 앉아서 차 한 잔 마시고

 

한껏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는데........

 

와이프의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와이프는 아직도 소녀시대의 풍부한 감성을 갖고 있는데 ........

서방이라는 놈은 분위기도 모르고 엉뚱하게

잠자리 일만(?)  늘어놓 있지 않는가.

 

그래도 뚫어진 입이라고 와이프에게 말을 걸었다.

 

이 사람아그러면 전화를 하든지 문자를 보내든지

 

그러면 내가 약속을 할 거 아니야

 

이런 당당한 내 물음에  와이프는.

 

예정하고 짜여진 일정이라면그게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그냥 그때 그때의 분위기에 따라 발 길 닿는 곳에 가면 그만 인 것을........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색함도 잠시.

 

마침내 식탁에 아침 식사가 차려졌다

식탁에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계란찜이 먹음직스럽게 식탁에 놓여 있는데........

 

그 순간 숟가락 두 개가 계란찜에서 만났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서로 눈이 마주쳤다

 

계란찜을 들고 숟가락 너머로 바라보는 와이프의 얼굴이 오늘따라 참 예쁘다

나도 모르게 씨익 웃음이 절로 나오는데.

그때 웃고 있는 나를 향해 와이프가 물었다

 

왜! 웃는데요!

 

이 사람아!  예쁘니까 웃지

 

예쁘다고 하는 내 대답에 와이프가 어이가 없다는 듯

 

싱겁기는

 

서방님은 지금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싱겁다니.

 

그 순간. 들고 있던 계란찜을 한 입에 넣었다

 

애고! 이 사람아 싱겁기는!

 

짜구만......

 

서방님이 싱겁다고 하는 와이프와

생뚱맞게 계란찜이 짜다고 우기는 서방.

 

동문서답이 이보다 더 또 어울릴 수 있을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파안대소 하는 와이프와

내 웃음이 아침 식탁에 웃음꽃으로 가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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