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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때 그시절

복날의 풍경

by 소담* 2014. 12. 6.

오늘은 삼복중의 마지막 날인 말복이다.

복날이 돌아오면 떠오르는 풍경하나가 있는데.

 

소싯적 어느 복날! 이웃집 아저씨가 닭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닭을 잡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어린 내가 보아도 왠지 어설프게 느껴졌다.

 

닭 모가지를 비틀고 털을 뽑는데 그 순간 닭이 살겠다고 요란스럽게 발버둥을 쳤다.

어찌나 거칠게 발버둥을 치는지 아저씨는 닭의 두 발을 한데 모아 자신의 발로 짓 밟고

털을 뽑는데.......

 

그 사이 부엌에서 요리를 하던 아주머니 한 분이 급하게 아저씨를 부르더니

칼을 갈아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아주머니의 부름에 아저씨는 잡고 있던 닭을 바닥에 놓고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때 그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닭이 되 살아나서 마당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마음 여린 아저씨가 닭 모가지를 어설프게 틀었던 것이 분명했다

깃털도 없이 알몸으로 도망 다니는 닭의 모습이얼마나 우스광스럽던지.......

 

곁에서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모두 한 바탕 배꼽을 잡고 웃고 있는데

 

닭 하나도 제대로  못잡는다고 핀잔을 주는 아주머니말에 빨갛게 달아오른

아저씨의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얼마 후 닭은 사로잡혔고 결국 수명을 다했지만 지금도 그 때를 생각을 하면

닭이 얼마나 아팠을까 라는 안쓰러움보다는 그저 웃음부터 절로 나온다.

 

  

 

닭을 잡아서 털을 다 뽑고 나면 기다리는 순서가 있었다

 

우선 짚불부터 피우는데  짚불은 닭의 누린내를 없앨 뿐만 아니라 

무엇 보다도 두꺼운 닭발의 껍질을 벗겨내기 위해서 꼭 필요했다

 

닭발의 껍질을 벗기기 위해서는 닭발을 불 위에서 한참동안 달구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닭발이 노랗게 변한다.

이 때 짚으로 감싸서 힘껏 잡아당기면 마치 장화가 벗겨지듯이

두꺼운 껍질이 훌러덩 벗겨지면서 이내 속살이 하얗게 드러났다.

 

이렇게 작업이 끝나고 나면 마침내 배를 가르게 되는데 뱃속에는 닭똥집이라고

불렀던 모래주머니가 있었다.똥집을 반으로 가르면 노란 속 껍질이 나타나는데

이때 손에 소금을 묻히고 갈라진 부분을 살짝 비벼대면 의외로 껍질은

쉽게 벗겨 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창자 하나도 허투루 다루지 않았다. 창자를 칼끝에 대고 잡아당기면

반으로 나눠지는데 이렇게 반으로 가르고 난 창자는 깨끗한 물에 잘 씻어서

납작하고 반반한 돌 위에 올려놓고 소금을 듬뿍 뿌린 다음 손으로 빙빙 돌려서

한참을 문지르게 되는데 잠시 후 이물질은 금세 다 떨어져 나가고 마침내

꼬들꼬들한 살만 남았다

 

이렇게 잡은 닭은 곧 가마솥에 넣고 삶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잘 삶아진 닭이 쟁반위에 올려졌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를 앞에두고 갑자기 아주머니들에 손길이 바빠졌다.

마치 칡뿌리를 찢는 듯 닭고기를 가늘게 찢는데 어린 나는 고기를 왜 찢어야

하는지 물어 보았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씩 웃으면서 하는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았다

 

누구는 입이고 누구는 주둥이냐고 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인지상정이라는 말이 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국자를 쥔 사람이 닭죽을 그릇에 담아 낼 때 가깝게 지내는

사람에게는 고기를 많이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적게 줄 수가 있다고.

그래서 고기를 많이 받은 쪽은 입이 되는 것이고 적게 받은 쪽은 주둥이가 되는 것이니…….

 

이런 불평을 듣기 싫어서라도 고기를 잘게 찢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런 배려는 의외로 닭죽 속에 더 깊은 맛을 안겨주었다

닭죽을 먹다보면 닭살은 온데간데 없이 그 형체를 찾을 수 없었지만

죽속에 다 녹아져 내린 듯 그 맛의 고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는 닭을 잡는 모습도.이웃집과 함께 어울려 복달임을 하던 풍경도

추억 속에 그림으로만 남았다.

 

내가 닭을 잡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닭을 잡아서 뜨거운 물에 담궜다가 세탁기처럼 생긴 원통에 넣고

한 참을 돌리다 보면 자동으로 금세 털이 다 벗겨 졌는데

지금은 닭을 파는 가계에서도 이 기계를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일까! 요즘 신세대들은 이런 풍경을 모른다.

 

글을 다 써놓고 방학 중에 있는 딸에게 글을 교정도 할 겸해서

읽어보라고 했는데 글속의 풍경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뭔가 닭을 잡는 풍경인 것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딸.

 

하긴 닭을 잡고 골목사람들이 한데 모여 복달임을 하는 풍경을

경험하지 못한 딸이 아빠의 그 시절을 어찌 이해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사십대 후반의 중년들이라면 이 글을 보면서 그때의 풍경들이

새록새록 떠오르지 않았을까!

글을 써놓고 나름대로 내 글에 위안을 삼고 싶은 마음은 어찌 보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어떤  추억 하나를 애써 쫓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하! 그 세월 참 빠르게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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