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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때 그시절

컬러 고무신

by 소담* 2013. 9. 1.

일요일오후 해질 무렵 모처럼 혼자서 대청천 둑길을 걸었다.

 

한참을 걷는데 때마침 냇가에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피라미들이 점프를 뽐내기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물위로 뛰어오르는데

그때마다 피라미가 떨어진 자리에 동그란 물결이 원을 그리며 사방으로

넓게 퍼져 나갔다.하늘엔 손에 잡힐 듯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고.

 

풍경에 도취되어 한참동안 사색에 잠기며 걷는 그때

 

할머니 한분이 유모차를 몰고 잰걸음이다

 

유모차를 바라보니 아기는 없고 텅 비어있다. 문득 언젠가 지방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허리가 좋지 않은 농촌 노인들에게 쓰지 않는 헌 유모차를 보내주자는 내용이었는데

생각 해 보면 지금 앞에 계시는 할머니도 필시 허리가 좋지 않아서 유모차를 밀고

가는 게 분명했다. 할머니의 꼬부장한 뒷모습이 왠지 애처로워 보였다.

 

하지만 애처로움도 잠시…….

 

애고 머니 할머니의 고무신이 찐한 보라색의 컬러 고무신이다

흰색과 검정색의 고무신만을 보아 왔던 내게 컬러 고무신은 참 신기하기만 했다

언젠가 재래시장에서 컬러 고무신을 보기는 했지만 오늘처럼 직접 신고 있는 경우는

처음 보았는데  갑자기 고무신을 보니 옛 추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만 내 검정고무신이 사라졌다

교실과 복도 어디를 둘러보아도 고무신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맨발로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의 호된 꾸지람이 시작되었다.

 

끝까지 가서 찾아보라는 어머님을 뒤로하고 울면서 다시 학교에 갔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 어디를 둘러봐도 끝내 신발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날 어머니는 체념을 하신 듯 새 검정고무신을 사오셨다

 

그 시절  고무신은 훌륭한 장난감이 었다

냇가에서 멱을 감다 지치면 우리들은 모래밭에서 고무신을 가지고 놀았다

두짝의 신짝 중 먼저 한 신짝에 콧등 앞을 쿡 눌러 안쪽으로 밀어 넣은 다음

그 위로 나머지 신짝 하나를 절반으로 구부려서 걸쳐 넣으면 불도저처럼

훌륭한 장난감이 만들어 지는데 우리는 이를 땅차라 불렀다

 

왱왱~~~~왱왱 소리를 내며

 

고무신을 밀면 모래가 밀려 나가면서 영락없는 땅차가 되었다

그 시절 우리는 고무신 하나를 가지고도 두어 시간을 놀 수 있을 만큼

고무신의 위력은 대단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사라진 줄 알았던 고무신이 컬러로 살아남아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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