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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술잔을 들고

주대식 (酒大食) 친구에게

by 소담* 2018. 3. 16.

주대식 (酒大食)씨!

 

! 오랜만에 자네 이름을 불러보는군.

 

그 동안 잘 지내고 계셨는가!

 

오늘 오후!

 

퇴근 길에 어느 집 울타리 앞에서 머물렀다네.

 

노랗게 활짝 핀 영춘화가 나를 붙잡더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데

그 순간 불현 듯 자네 모습이 떠오르지 뭔가!

 

그러니까 그게 언제더라?

 

자네와의 만남을 얘기 하려면 시간을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되겠구먼.

 

내가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하던 첫째 날

회사 앞에 있는 영춘화가 활짝 만개를 했었지.

아마 그때가 딱 요 맘 때가 아니었나 싶네.

 

(봄을 맞이한다는 뜻을 가진 "영춘화( 迎春花) "가 노란 꽃을 활짝 피웠다)

 

그때 꽃샘추위가 장난이 아니었지.

신입사원인 나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꽃샘추위는 내게 한 겨울처럼 느껴졌어.

 

그렇게 잔뜩 움츠려 있던 나를 향해 자네가 어디선가 난로를 들고 오더니

내가 서있는 앞쪽에 떡하니 놓아 주더군.

 

나는 그때의 자네 고마움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네.

 

어디 그뿐인가!

 

처음 본 나를 형님! 형님! 하면서 얼마나 붙임성이 좋던지.......

나는 그런 자네와 금방 친해 질 수 있었지

 

자네를 만나고 한 참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이었어.

 

그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지.

 

모두가 퇴근을 서두르는 그 때 자네가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이런 말을 하더군.

 

오늘 같은 날은 부침개에 막걸리가 딱 인데

 

그 순간 막걸리라는 말에 나는 너무 반가웠어.

 

나는 단박에 자네에게 물었지. 막걸리를 좋아 하냐고!

 

그때 자네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남았네.

 

형님 제가 "주대식"이 아닙니까.

한문으로 술 주(酒)자에  큰 대(大)자와 먹을 식(食)자를 써서

주대식(酒大食) 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술을 좋아하면 그럴까

나는 그 자리에서 술집으로 자네를 이끌었지.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술자리자네 덕분에 참 즐거웠네.

 

그런데 말이야술자리가 잦아질수록 이상한 일들이 생겼어.

 

세 번을 가고 네 번을 가고 열 번을 가도 자네는 술값을 한 번도 치르지 않더군.

 

물론 내가 먼저 술을 마시자고 했으니 내가 지불하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이지

  

내가 먹고 싶어서 자네를 불렀기 때문에 어울려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따라서 내가 술값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

 

여기까지는 누구나 이해 할 수 일 이라네.

 

그런데 말이야 자네 이 말 아는가!

 

남자들 세계에서 불문율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그 말!

먼저 술을 마시자고 하는 쪽에서 술값을 치른다는 것.

 

그렇다고 이 것을 꼭 지켜야 한다는 법칙은 없지.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 것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네!

 

와이프가 요리 해준 닭 근위 볶음이다 (일명 닭  똥집 볶음이라고도 한다)

 

비 오는 어느 일요일 오후!

 

기억하건데 아마 자네가 내게 처음으로 전화를 하던 날이 아니었을까.

 

비도 오는데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옷을 갖춰 입고 밖을 막 나서는 그때 내 머릿속이 잠시 혼란스러워 지더군.

 

설마! 이 친구가 오늘도.......

 

막걸리 집에 들어서자 자네가 나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어울렸어.

 

한 병이 두 병이 되고 두 병이 네 병이 되어 갈때 이제는 내일을

위해서라도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어찌된 일인지!

자네는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아주 날을 새더군.

 

그러면 그렇지.

 

성질 급한 놈이 우물 판다고 결국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계산을 하는데

 

형님다음에는 꼭 제가 사겠습니다.

 

나는 그날 자네의 그 약속을 그냥 흘려듣기로 했다네.

 

이쯤에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구먼

 

먼저 술을 마시자고 해놓고서 어떻게 딸랑 입만 가지고 올 수 있는가!

 

지금에 와서 하는 얘기지만 나는 *알로까진 자네가 참 얄미웠다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더 많은 보수를 받기위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고 자네도 덩달아 두 달 후에 회사를 옮겼어.

 

우리는 직장이 서로 달라지게 됐지만 그 이후로도 꾸준한 술자리를 이어갔지.

 

그런데 제 버릇 개 줄까!

역시 자네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네.

그러던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

 

내가 떼 부자도 아니고

 

생각이 여기에 이르러 그때부터 내 마음속에서 자네가 서서히 멀어져 갔어.

 

그 후로 나는 자네와의 만남을 줄였지

물론 자네도 내 눈치를 알아차렸는지 연락이 줄어들더군.

우리는 그렇게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관계가 멀어져 버렸어.......

 

그런데 말일세.

 

미운정도 정이라고 시간이 지나니 그래도 자네 생각이 나더군.

그래서 어느 날 전화를 했지. 하지만 자네 전화번호가 이미 바뀐 뒤였어

그 순간! 우리의 인연이 여기까지인가!’ 싶어!

아쉬운 탄식이 절로 나왔다네.

 

그렇지만 인연이라는 것이 어디 그리 쉽게 끊어질 일인가.

 

기억하건데 그 후로 자네를 서 너 번 더 보았네.

그런데 그때마다 자네가 내 눈을 피하더군.

 

어젯밤에도 마찬가지였어.

 

퇴근길에 G슈퍼에 들렀지.

 

저 멀리서 자네가 눈에 들어오더군.

 

반가워서 자네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데 여전히 자네는 내 눈을 피한 채

어디론가 금세 사라져 버렸어.

 

자네도 알고 나도 알고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우리는 분명히 눈이 마주쳤는데.......

 

자네가 알다시피 G슈퍼가 좀 큰가!

 

자네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이 코너 저 코너를 찾아 나섰지만

자네는 저 멀리 카운터에서 이미 계산을 마치고 뒤 돌아서고 있더군.

 

그때의 허탈감이란!

 

이 사람아! 자네가 무슨 죄가 있다고 나를 피하는가!

 

자네나 나나 죄가 있다면 막걸리 좋아 한 죄 밖에 더 있는가!

그러니 행여 나를 보거든 피하지 말게나.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내가 자네에게 막걸리 한 잔 사기로서니

내 가세가 기울겠는가! 그렇다고 내 가산이 탕진 되겠는가!

절대 그럴 일이 없으니 나를 피하지 말게나.

 

알고 보면!

 

술값 한 번 내지 않는다고 토라진 나나 술값 한 번 내지 못해 피해 다니는 자네나

우리는 피차 오십 보 백 보일세.

 

그러니 혹여 다음에 눈이 마주치거든 절대 피하지 말게!

 

내가 이렇게 자네에게 글을 쓰는 것은 그래도 자네 만한 술 친구도 드물어서 일세!

 

각설하고, 

 

이제는 누가 술값을 내던지 개의치 않겠네. 그러니 우리 다시 만나세!

 

그래서 우리가 처음 마주했던 그때 그 곳!

 

시장통 안에 있는 허름한 그 막걸리 집.

손때 묻은 의자에 앉아 주거니 받거니 막걸리 한 잔 *거나하게 기울여 보세!

 

긴 글 읽어줘서 고맙구먼!

 

다시 만날 그 날까지 몸 건강히 잘 계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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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까다 :  [형용사] (낮잡는 뜻으로) 몹시 약다.

거나하다 :   술이 취한 정도가 기분이 좋을 정도로 어지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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