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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술잔을 들고

주머닛돈이 쌈짓돈

by 소담* 2013. 1. 23.

 

오늘은 내가 사는 이곳 김해 장유의 장날이다

3일과 8일 오일간격으로 닷새마다 펼쳐지는데

사실 말이 장이지 장의 규모는 내 세울 것 없을 만큼 매우 작다

그렇지만 분위기만큼은 아담한 시골장터를 꼭 빼 닮았다

마치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화개장터처럼 있는 것은 다 있고

없는 것은 없지만 시골 장터로서의 왁자지껄한 풍경은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와이프와 함께 장에 들르기로 했다

 

수레를 끌고 장에 가는 길.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향하는데 장터에는 이미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때마침 여기저기서 장꾼들의 호객행위가 이어졌는데 신이 난 와이프는

용케도 부르는 곳마다 잘도 찾아가서 물건 사기에 바빴다

 

슈퍼에서 5만원을 가지면 살 것이 없다고 늘 볼멘소리를 하던 와이프도

오늘 만큼은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장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그때

시장 저쪽에서 할머니 한 분이 우리를 불렀다

 

“동치미 사이소”

“이거 만원인데 떨이로 오천 원에 드릴게예"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는 집에서 직접 담궜다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자랑을 쳤다

나는 주저할 필요 없이 몽땅 다 사버렸다

 

그 사이 와이프는 홍합을 샀는데 갑자기 와이프의 발걸음이 수상해 졌다

 

장도 다 보았는데 농협 마트로 들어가던 와이프가

잠시 후 막걸리 한 병을 들고 나타났다.

 

미래 아빠! “막걸리 한 병 샀으니까 집에 가서 홍합 좀 까주세요”

 

좀처럼 술을 사주지 않는 와이프가 자신이 아쉬울때는 

이렇게 더러 술을 사주는 때가 있는데 

이 때는 비록 “주머닛돈이 쌈짓돈”이긴 하지만 왠지

공짜 술을 마시는 듯 기분이 아주 좋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전한 공짜는 없다.

이때는 조건 아닌 조건이 꼭 따라 다니는데.

 

마늘 까기. 멸치 똥 까기. 오늘처럼 홍합까기 등등

 

아무리 술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까는 것에 대해

다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겨울.

 

장에 갔던 와이프가 호박죽이 먹고 싶다고 크고

잘 생긴 늙은 호박 하나를 사들고 왔다

손에 힘이 없으니 호박을 쪼개 달라고 하는데 여기까지는 좋았다

 

며칠 후

 

퇴근을 하고 막 현관에 들어서는데 식탁에 막걸리가

한 병 놓여 있었다. 웬 떡이야! 싶어 급히 들어서는데

막걸리 옆에 호박씨가 떡하니 놓여 있지 않은가!

 

그러면 그렇지 또 까는 것이 문제였다

 

와이프의 말을 옮기자면 호박씨를 까서 연근조림에 넣으면 고소하다고.

 

여하튼 막걸리 한 잔 마시겠다고 호박씨를 까는데

다음 날 손끝이 어찌나 아프던지....... 

 

그 뒤로 나는 호박씩 깔때는 막걸리 열 병을 사준다고 해도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왔다. 와이프는  시장에서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기 바쁘건만

나는 우선 술상부터 차렸다

 

막걸리 한 병에 안주는 딸랑 네 가지.

 

장터에서 금방 사온 즉석어묵과 두부 한모, 동치미 이게 전부다

서방님은 술 마시고 있는데 각시는 지금 홍합을 삶고 있다

 

그나저나 막걸리 한 잔을 걸치고 나니 알딸딸하니 기분이 참 좋다

 

매일 매일이 장날이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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