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사는 이곳 김해 장유의 장날이다
3일과 8일 오일간격으로 닷새마다 펼쳐지는데
사실 말이 장이지 장의 규모는 내 세울 것 없을 만큼 매우 작다
그렇지만 분위기만큼은 아담한 시골장터를 꼭 빼 닮았다
마치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화개장터처럼 있는 것은 다 있고
없는 것은 없지만 시골 장터로서의 왁자지껄한 풍경은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와이프와 함께 장에 들르기로 했다
수레를 끌고 장에 가는 길.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향하는데 장터에는 이미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때마침 여기저기서 장꾼들의 호객행위가 이어졌는데 신이 난 와이프는
용케도 부르는 곳마다 잘도 찾아가서 물건 사기에 바빴다
슈퍼에서 5만원을 가지면 살 것이 없다고 늘 볼멘소리를 하던 와이프도
오늘 만큼은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장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그때
시장 저쪽에서 할머니 한 분이 우리를 불렀다
“동치미 사이소”
“이거 만원인데 떨이로 오천 원에 드릴게예"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는 집에서 직접 담궜다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자랑을 쳤다
나는 주저할 필요 없이 몽땅 다 사버렸다
그 사이 와이프는 홍합을 샀는데 갑자기 와이프의 발걸음이 수상해 졌다
장도 다 보았는데 농협 마트로 들어가던 와이프가
잠시 후 막걸리 한 병을 들고 나타났다.
미래 아빠! “막걸리 한 병 샀으니까 집에 가서 홍합 좀 까주세요”
좀처럼 술을 사주지 않는 와이프가 자신이 아쉬울때는
이렇게 더러 술을 사주는 때가 있는데
이 때는 비록 “주머닛돈이 쌈짓돈”이긴 하지만 왠지
공짜 술을 마시는 듯 기분이 아주 좋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전한 공짜는 없다.
이때는 조건 아닌 조건이 꼭 따라 다니는데.
마늘 까기. 멸치 똥 까기. 오늘처럼 홍합까기 등등
아무리 술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까는 것에 대해
다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겨울.
장에 갔던 와이프가 호박죽이 먹고 싶다고 크고
잘 생긴 늙은 호박 하나를 사들고 왔다
손에 힘이 없으니 호박을 쪼개 달라고 하는데 여기까지는 좋았다
며칠 후
퇴근을 하고 막 현관에 들어서는데 식탁에 막걸리가
한 병 놓여 있었다. 웬 떡이야! 싶어 급히 들어서는데
막걸리 옆에 호박씨가 떡하니 놓여 있지 않은가!
그러면 그렇지 또 까는 것이 문제였다
와이프의 말을 옮기자면 호박씨를 까서 연근조림에 넣으면 고소하다고.
여하튼 막걸리 한 잔 마시겠다고 호박씨를 까는데
다음 날 손끝이 어찌나 아프던지.......
그 뒤로 나는 호박씩 깔때는 막걸리 열 병을 사준다고 해도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왔다. 와이프는 시장에서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기 바쁘건만
나는 우선 술상부터 차렸다
막걸리 한 병에 안주는 딸랑 네 가지.
장터에서 금방 사온 즉석어묵과 두부 한모, 동치미 이게 전부다
서방님은 술 마시고 있는데 각시는 지금 홍합을 삶고 있다
그나저나 막걸리 한 잔을 걸치고 나니 알딸딸하니 기분이 참 좋다
매일 매일이 장날이면 얼마나 좋을까.
"꽃삽을 들고"의 실린 모든 글은 "이용허락표시(ccl)"가 걸려 있습니다.
다음 블로그 "꽃삽을 들고"의 실린 모든 글은 끝머리 오른쪽 하단에
위와 같은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이 표식은 이용허락표시(ccl)가 담겨있으니 주의 하라는 내용입니다.
제 블로그의 CCL은 몇 가지 이용방법 및 조건을 부가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원래의 저작자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상업적 이용을 절대 하지마라는 것이며
세 번째 절대 글을 변경하지 마라는 내용입니다
"다음" 블로그 "꽃삽을 들고"의 실린 모든 글은 위와 같이 "이용허락표시(ccl)"가
걸려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일부사진 제외)
이와 같은 일이 지켜지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 꽃밭에 앉아 > 술잔을 들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껍데기와 씨껍데기! (18) | 2023.06.06 |
---|---|
세상이 만만하다 (8) | 2023.02.16 |
주대식 (酒大食) 친구에게 (0) | 2018.03.16 |
빠세! 빠세! 쭉~~~쭉빠세! (0) | 2016.08.20 |
쓰레기 분리 수거의 날 (0) | 2010.12.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