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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들의 향연 /둘레길 풍경

조만강에서 만난 사람들

by 소담* 2018. 4. 2.

일요일 아침.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던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날도 좋은데 우리 자전거 타고 하이킹 갈까요!

 

 

하이킹을 가자는 와이프의 말에

신이 난 나는 그 사이 칼과 비닐봉지를 챙겼다.

 

잠시 후.

 

빨래를 널고 거실로 돌아온 와이프가

내 손을 보더니 의아하다는 듯 말을 건네왔다.

 

비닐봉지는 뭐하러 챙겨요?

 

뭐하긴!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고 하이킹 가다가

혹시 봄나물이라도 만나면 캐야지.

 

나물 캐러 간다는 말에 급하게 와이프가 뭔가를 챙기기 시작했다 

 

오렌지와 사과 그리고 간단한 음료가 자전거에 실어지고.......

마침내 하이킹이 시작되었다

 

어라! 

그런데 준비한 물건 중에 무언가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잠시 후 어느 편의점 앞에서 멈췄다

검정 비닐봉지에 막걸리 한 병을 사들고

와이프와 함께 신나게 폐달을 밟으며

대청천을 지나 조만강으로 향했다

 

봄은 어디만큼 지나가고 있을까!

 

 

이 곳이 *조만강이다

집에서 20여분을 달리다 보면 만나게 되는데

이 곳을 지나다 보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 지면서

마음의 정화를 얻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서 인지 오가는 사람도 없고 한적하다 

 

 

좌우로 끝없이 펼쳐진 김해평야.

이곳을 보노라면 문득 내 고향 금지 평야가 떠오른다

 

 

한참을 지나다 보니 어린 조사를 만났다

 

얘야!

고기 많이 잡았니?

 

뒤를 돌아보던 아이가 씩 웃더니

 

조금 전에 큰 고기 한 마리 놓쳤어요!

 

놓친 고기가 무척이나 아쉽다는 듯 고개를 연신 좌우로 흔드는데.

 

얘야!

 

얼마나 컸는데 그러니?

 

그러자 아이가 양손을 벌리며 

'이 만큼이요'

 

!

이럴 수가 양손 간격을 보니 그 크기가 얼추 월척에 가깝다.

 

우리 속담에 '놓친 고기가 크다라는 말이 있는데

역시 어린 조사 눈에도 놓친 고기가 꾀나 컷 나보다.  

 

낚시에 푹 빠져 있는 아이를 향해

 

얘야!

너도 조사가 다 되었구나!

 

이 말의 뜻을 모르는지.

아이가 갑자기 조사가 뭐냐고  물어왔다

 

'조사란 낚시하는 사람을 말한단다.'

 

그제야 아이가 씩 웃었다.

 

고기 많이 잡아라! 라는 내 말에 인사를 깍듯이 건네오는 이 친구.

 

그 모습이 미래의 프로 조사를 보는 듯 무척 듬직해 보였다.

 

 

어린 조사를 만나고 가는데 이번에는 아주머니 조사를 만났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고기 많이 잡으셨나요?

 

내 인사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아주머니는 낚시 바늘에 지렁이를 꿰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생김새를 보면 지렁이도 못 만질 만큼

여리게 생겼건만 생각과는 달리 그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았는데.

 

어디에서 오셨어요?

 

아주머니가 뒤 늦게 관심을 보였다

 

장유에서 왔습니다.

 

그때 낚시바늘을 강으로 휙 던지고 난 아주머니가 다시 말을 건네오는데.

   

고기 많이 잡았나요?” 이 말은 조사들의 대한 예의가 아니란다.

 

당황한 나머지 아주머니에 물었다.

 

그럼 어떻게 물어야 되나요?

 

씩 웃던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재밌다

 

"손 맛 많이 보셨나요?"

 

이렇게 물어 보는 것이 좋다고........

 

짧은 내 생각으로는

 

고기 많이 잡았느냐는 소리나

손맛 많이 보았느냐는 소리나

 

그 소리가 그 소리 같은데.......

 

아주머니의 얘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조사들 중에는 고기는 잡되

손맛만 보고 다시 놓아주는 조사들도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보면 아주머니의 말이 일리가 있긴 한데

 

여하튼 조사들끼리는 이렇게 인사를 한다고 하니

참고해 볼만 한 일이다.

 

십여 분 동안 아주머니의 챔질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자리를 뜨며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

고기 많이 잡으세요! 라고

 

인사를 하고 막 뒤돌아서는 그 때!

아주머니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아저씨!

아까 이야기 했는데.......

 

그 순간!

조금 전에 아주머니가 가르쳐 주었던 말이

휙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애고!

제가 실수를 했네요.

 

손 맛 많이 보세요!”

 

그제야 아주머니가 씩 웃었다.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 재밌는 아주머니였다.

 

 

조사가 여성이라고 해서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된다.

아주머니가 잡아 놓은 붕어가 이를 잘 증명 해 주고 있다.

 

 

이렇게 아주머니 조사가 있는가 하면 외국인 조사도 있다

태국에서 왔다는 이 사람은 내가 자기 앞에 다다랐을 때

마치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베스를 휙 낚아챘다.

기분이 좋은지 나를 보더니 자랑이 한참이다.

 

알고 보니 이 사람!

한국말을 아주 잘 했다

이 친구 말에 따르면 저번 주에 이 곳에서 가물치도 잡았다고....... 

 

 

또 한 분의 아저씨를 만났다

 

손 맛 많이 보셨나요?

 

씩 웃던 아저씨가 조금 전에 60 센티짜리 잉어를 낚았단다.

 

60센티라면 엄청 큰 대물이 아닌가.

흥분 결에 잉어를 볼 수 있냐고 물었더니

다시 물에 놓아 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자기는 붕어 전문이라서 잉어는 재미없다고.

그런데 왠지 아저씨의 말에서 허풍이 느껴졌다

 

조사들의 따르면 60센티의 잉어는 일생동안

그리 쉽게 잡을 수 있는 고기가 아니라는 것.

 

믿을 수 없는 아저씨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큰 고기를 잡으면

사진으로 인증 샷을 남기던데 혹시 사진 찍으셨나요!

라고 물으니 그 대답이 걸작이다.

 

그런걸 뭐 하러 찍어요!

 

그때 *투깔스럽게 헛기침을 하던 아저씨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무엇인가를 빠트리고 온 듯 

다리 밑에 주차되어 있는 자기 차를 향해 급히 걸어가는데.

그 사이 몰래 그가 잡아 놓은 고기 망을 살짝 들어 보았다.

 

이런 개뿔!

 

붕어라고 잡아 놓은 것이 딸랑 세 마리 인데

그 크기가 고작 10~15센티에 불과했다

 

10 센티급의 어린 붕어는 잡으면서

60 센티의 대물 잉어를 놓아주었다니

 

이 아저씨의 말을 어떻게 이해 해야 할지.......

 

 

봄 날씨가 좋아서 인지 조사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50미터 간격으로 조사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다.

 

조사들의 숫자를 헤아려 보니 무려 백여 명에 가까웠다.

 

 

조만강의 다리를 건너고 나니 해반천이 눈에 들어왔다.

 

너울 너울 춤을 추는 노랑나비가 우리를 반길 줄 알았는데

기대와는 달리 어울리지 않은 검은 물닭이 무리지어 우리를 반겼다.

 

 

해반천에 다다르자 나물을 캐는 한 쌍의 부부를 만났다

한 손으로는 전화를 하랴 한 손으로는 나물을 캐랴

아주머니의 손길이 바쁘다 

 

 

잠시 더 지나가다 보니 이번에는 무리를 지어 나물을 캐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렇게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분명히

이 곳에 나물이 많이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우리는 이 곳에서 자전거를 멈췄다

 

 

나물을 캐는 사이 오십 여분을 쉼 없이 달려온

두 애마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우리 부부를 닮은 듯

그 모습이 무척이나 정겹게 다가온다.(ㅎㅎㅎ

 

해반천에는 이렇게 쑥도 있고

 

쑥부쟁이도 있고

 

원추리나물도 있고

 

불미나리도 있었다.

 

 

쑥을 캐기위해 자리를 않는데

 

그 순간.

 

그리운 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물을 캐기 위해 논두렁 밭머리 방천길등

이곳 저곳을 누비던 그때 그 시절 풍경이 아른거렸다.

 

종달새는 하늘 높이 지지배배 울어대고 날은 더운데

저 멀리 철뚝길 위로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는

뭐가 그리 좋아서 끊임없이 춤을 추며 하늘로 올랐는지.......

 

 

잠시 그 시절의 풍경에 흠뻑 빠져있는 그 때

와이프가 불쑥 나를 불렀다

 

쑥은 다 되었으니 이제는 불미나리를 캐자고.

 

그렇게 한 시간 이상을 나물을 캐고 나니 목이 말랐다

 

 

이쯤에서 우리는 새참을 먹기 위해 시원한 다리 밑을 찾았다

 

막걸리를 따르고 시식을 하기 전에

오렌지 한 조각을 떼어서 신에게 바쳤다.

 

고수레~~~~~~~~~~~~~ 

 

고수레를 끝내고

막걸리 한 잔을 꿀꺽 꿀꺽 들이키고 나니

뱃속이 짜르르 하면서 술맛이 금세 돌았다

역시 밥이든 술이든 음식은 집에서 먹는 것 보다

들에서 먹는 맛이 훨씬 더 맛있다.

 

와이프와 함게 주거니 받거니 술을 한 잔 마시고 나니 

와이프가 기분이 좋은 듯 마치 봄 소풍을 나온 것 같다고

 

어찌나 좋아 하든지. 

 

와이프가 캔 쑥부쟁이 

 

 

내가 캔 쑥부쟁이......

 

그런데 누가 더 나물을 많이 캤을까

 

시골총각이었던 나와

도시 처녀였던 우리 와이프!

 

와이프는 쑥부쟁이를 오늘 첨 알았다

그 동안 꽃은 알고 있었지만 어린 나물은 몰랐다고…….

 

그래서 오늘 게임은 하나마나다.

 

쑥부쟁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내가

당연히 더 많이 캘 것이라는 것은

누가 생각해 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애고!

결과는 와이프가 훨씬 더 많이 캤다

 

사진으로 봐서는 그 나물이 그 나물인 것 같지만

와이프가 캔 쑥부쟁이가 훨씬 무게가 더 있다

 

그렇다면 시골총각이었던 내가 왜!

도시처녀 보다 적게 캐었을까!

 

소담 <------- 이 친구는

캐라는 나물은 안 캐고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자전거 타고 낚시터를 기웃거리고 다녔다

 

그러니 당연히 적게 캘 수밖에 ........

 

그렇지만 와이프는 오늘 마냥 신이 났다.

 

미래 아빠!

 

우리 내년에도 또 오자.

 

와이프와 약속을 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

 

 

박태기 꽃을 만났다

우리 누이들은 이 꽃을 밥티꽃이라고 불렀다

우리 마을에서는 밥알을 밥티라고 불렀는데 이것을 두고

밥태기 밥태기 하다가 박태기가 되었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 꽃을 보노라니 문득 고향생각이 떠올랐다

 

우물가 앞 화단에 박태기 꽃이 있는데

지금 쯤 이렇게 활짝 피어 있을 생각을 하니

불현 듯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떠올랐다.

 

햇살 고운 어느 봄 날!

마루에 걸터앉은 어머니께서 꽃을 한 참 동안 바라보시더니

 

! 꽃이 예쁘다.

참! 꽃이 예쁘다

 

하셨는데

 

지금은 누가 이 꽃을 보아줄까.

 

아무도 봐주지 않는 텅 빈집에서

홀로 쓸쓸히 피어있을 박태기 꽃을 생각하니

한심스런 마음에 나도 모르게 그만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물을 캐러 오기 전.

 

봄은 지금 어디만큼 지나가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주변을 돌아보니

 

매화꽃과 목련꽃은 이미 지고 없지만

박태기 꽃과 벚꽃은 지금이 한창이었다.

 

이렇게 봄은 초봄과 늦봄 사이의 한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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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강 : 경상남도 김해시 주촌면 덕암리 황새봉에서 발원하여

               부산광역시 강서구 봉림동에서 서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하천.

* 투깔스럽다 : [형용사] 일이나 물건 따위의 모양새가 투박스럽고 거친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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