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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들의 향연 /둘레길 풍경

이야기가 있는 봄날의 텃밭

by 소담* 2023. 3. 18.

휴일 아침!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 날씨에 밖으로 나섰다

 

집을 나서자 먼발치에서 텃밭들이 내 눈을 유혹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완두콩, , 마늘, 양파, 부추, 상추가  

사이좋게 나란히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푸념이 쏟아졌다.

 

이 넓은 땅에 나는 왜!  텃밭 하나도 없을까.

 

잠시 주눅이 들었지만 대리만족도 만족이라고 

비록 남의 텃밭이지만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텃밭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완두콩이 눈에 들어왔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꽃을 피운 완두를 보니

완두의 신비함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는데.

 

그 순간 짜장면과 콩밥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짜장면을 시키면 오이위에 완두콩을 대여섯 개씩

뿌려주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파를 보니 새삼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났다.

김장 김치를 보내오는 날 늘 파김치를 따로 보내주셨는데

이제는 어머니의 손맛도 느낄 수도 없고.......

 

 

 

잘 자라고 있는 마늘을 보니 갑자기 막걸리 생각이 절로 났다.

 

마늘 밭에서 뜬금없이 웬 막걸리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사연을 보면.

 

해마다 마늘을 수확하는 6월이 되면 와이프가 시장에서 마늘을

한 접 사온다. 한 접의 양이 100통이니 한통에서 6쪽이 나오면

낱개로 계산해서 600 쪽이 되는데 이렇게 많은 마늘을 까다보면

손톱사이가 벌어져서 시리고 얼얼해지는데…….

 

마늘 까기만큼이나 힘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멸치 똥을 까는 것인데 멸치 역시 한 박스가 보통 1.5kg인데

세어 보지 않았지만 수십 마리의 멸치가 담겨져 있다.

이것을 한 마리씩 일일이 깐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 와이프는 머리가 참 똑똑하다.

일을 시켰을 때 내가 짜증을 내면 막걸리부터 들이댄다.

그래서 인지 어느 날부터 멸치 똥을 까고 마늘을 까는 날에는

고맙게도(?) 꼭 막걸리를 사준다.

 

막걸리 얘기를 하면 우리 할아버지 얘기를 빼 놓을 수가 없다.

어머님 말씀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술에 대한 철학이 있으셨다고 했다

 

술이란!

 

놀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다.”

 

참으로 위대하신 말씀이시다

 

일찍이 맹자님도 공자님도 그 누구도 이런 명언을 남기지 못하셨다.

심지어 소크라테스까지도.......

 

실제로 할아버지는 노는 날에는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으셨다고 한다.

 

 

데.......

 

소담아! 정신 차려라.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계신다.

 

. 이놈아!

멸치 똥 까고 마늘 까는 것도,

그것도 일이라고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 가더냐!

.

.

.

.

.

 

애고. 할아버지 뵐 면목이 없습니다.

 

 

머위를 우리 고향에서는 머우라고 부른다.

 

머위는 데쳐서 된장에 무쳐 먹거나 또는

밥 위에 쪄서 쌈으로 먹는 것이 전부였는데

며칠 전 지인이 보내준 머위김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깻잎김치처럼 차곡차곡 포개서 담가 놓았는데 맛을 보니

쌉싸름한 맛이 나른한 입맛을 확 깨워주고도 남았다.

 

머위 김치를 담구는 방법은 먼저 삶은 물에 살짝 데쳐서 물기를

제거한 후 껍질을 벗겨내고 깻잎 양념과 똑같은 방법으로

담그면 된다. 다만 머위 잎은 크기가 천차만별이라서 담굴 때

크기가 같은 잎을 골라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고.

 

맛이 궁금하다면 직접 담가서 먹어 볼 일이다.

 

 

이번에는 상추를 만났다.

초록색 상추가 어찌나 싱싱하던지…….

 

이름을 알 수 없어 망설이고 있는 그때 때마침 옆 텃밭에서

상추에 물을 주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세상에나.

 

이 상추의 이름은 '담배상추'였다.

아니나 다를까 자세히 보니 잎이 담뱃잎을 닮았는데.......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담배상추는 잎이 두꺼워서 장아찌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고 특히 겉절이로 해 먹으면 씹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담배상추라고 해서 담배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니 맘 놓고 드시라.

 

 

양파는 두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양파다마내기가 바로 그 것인데.......

 

사실 다마내기라는 말은 일본말이라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하지만 농민들 사이에서 이 말은 버릴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양파가 작황이 나빠서 흉년이 들면  양파가 금값이 돼서

이때는 ‘당연히 양파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풍년이 들면 값이 폭락해서 인건비는 커녕 운반비도

건지지 못하는 때가있는데 이때는 부득이 포대에 담아서 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담아 내버린다고 해서 다마내기라고 부른다고.

 

 

 

부추 밭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부추 밭에 재거름이 뿌려져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소싯적 우리 집

뒷마당에 있는 텃밭 풍경을 보는 듯 어찌나 흥분이 일던지…….

 

어머님도 재거름을 소쿠리에 담아서 부추 밭에 뿌리셨다.

아마도 이 텃밭에 주인은 나이 지긋이 드신 할머니가 아닐까.

나름대로 추측을 해 보았다.

 

내 고향 전라도에서는 부추를 솔잎을 닮았다고 해서 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경상도에서는 '정구지'라고 부르는데.

 

그러고 보면 부추만큼 이름이 많은 작물도 드물다.

충청도에서 강원도 에서는 소풀제주도에서는 세우리

서울 경기는 부추라고 부른다고.

 

이렇게 한글로 된 이름도 많지만 한문으로 된 이름도 꾀 많다.

 

정력을 오래 유지 한다고 정구지(精久持)’ 양기를 돋운다고 기양초(起陽草)’,

남편에게 먹였더니 힘이 좋아져서 부인이 집을 부수고 심었다해서

파옥초(破屋草)’ 장복하면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는 파벽초(破壁草)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너무 힘이 세어져 남의 집 담을 넘는다고 월장초(越墻草) 등 

그 이름이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월장초’는 어떻게 해서 얻은 이름일까.

 

어느 과부가 텃밭을 둘러보다 부추가 어찌나 잘 자라던지

볼 때마다 솎아내서 옆집 담 너머로 마구 던졌다고 한다.

옆집 아주머니는 던져놓은 부추가 아까워서 남편을 위해

매일같이 요리 해 먹였는데 그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고.......

아저씨가 넘쳐나는 양기를 주체하지 못해 마누라도 부족해서

야밤에 몰래 과붓집 담을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문으로 넘을 월() 자에 담 장()자를 쓰고 여기에

풀 초(草)자를 붙여서 월장초(越墻草)라고 한단다.

 

그러고 보면 부추가 흔하다고 해서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하는 얘긴데

남자들이여! 몸에 좋다는데 무엇을 망설이는가!

 

무조건 많이 드시라!

 

 

 

돌나물은 돌밭에서도 잘 자란다고 해서 돌나물이라 한다.

 

어렸을 때는 비릿한 냄새가 싫어서 잘 먹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주

잘 먹고 있는 나물 중에 하나가 되었다.

 

초고추장에 깨소금 듬뿍 뿌려서 무쳐 놓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텃밭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

 

비탈길에서 달래를 만났다.

 

달래를 본 순간 달래장에 비빔국수가 떠 올라 얼른 자리에 않았는데

*에계 양이 작아도 너무 작았다.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여남은 밖에

안 되는 데 이것을 캔다면 자연의 대한 도리가 아닐 것 같았다 

 

달래야!

올 해 꽃을 피우고 씨를 맺어서 사방으로 퍼져다오!

 

다음해를 기약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내가 생각해 봐도 참 착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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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계 : (감탄사) 어떤 것이 작고 하찮거나 기대 따위에 훨씬 미쳐 업신여길 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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