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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딸 바보 아빠의 착각

by 소담* 2019. 11. 24.

 

“딸 바보”라는 말이 있다.
 
딸이 얼마나 예쁘면 바보소리를 들어야 할 만큼 사랑하는 것일까.
모든 아빠들이 다 그렇겠지만 나 역시도 딸 바보를 부정할 수가 없다.
 
며칠 전. 퇴근을 하면서 신호등 앞에서 멈췄다
 
그때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자세히 보니 내 딸 미래가 아닌가.

 

“미래야 어디 가는 거니!”
 
“친구 만나러가요.”
 
그 순간 멋지게 차려입은 내 딸이 어찌나 눈이 부시던지.......
나도 모르게 그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와!” “우리 딸 참 예쁘네.”
 
그 순간. 쉿!  딸이 입술에 검지를 세우고 성큼 내 귓전으로 다가왔다.
 
우리 아빠! 딸 바보.
 
딸은 그렇게 내게 ‘딸 바보’라는 귓속말을 남기고 행단보도를 황급히 건너갔다.
 
내 딸 미래!
 
나는 딸을 볼 때마다 늘 이렇게 싱글벙글 웃음이 절로 나온다.
 
뭐 하나 특별히 잘 해준 것도 없는데
해맑고 밝게 자라준 딸이 어찌나 고마운지.......
 
그런데 아무리 예쁜 내 딸이라지만 어느 순간 맘에 들지 않는 때도 있다.

 

 

 

나는 막걸리를 좋아한다.
이것을 모를 리가 없는 딸이건만 딸은 아직까지 내게 막걸리 한 병 사 준 적이 없다.
 
어디 이뿐인가.
 
다른 심부름은 곧장 잘 들어주면서도 유독 술심부름만큼은 늘 거부하고 있는데.
하지만 이런 딸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그동안 술 때문에 와이프와 다투는 모습을 종종 보와 왔던 딸이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언젠가는 딸이 사준 막걸리를 꼭 한 번 마셔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갔던 딸이 밤 열한시가 다 되어 가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웬일인지 걱정된 나머지 전화를 찾고 있는데  때마침 전축위에 놓인 와이프의

핸드폰이 한눈에 들어왔다.
 
초저녁도 지나고 술 생각이 간절한 나머지 이때다 싶은 생각에 얼른 메시지를 보냈다
 
미래야! 뭐하고 있니 빨리 들어오너라. 들어 올 때 막걸리 한 병 사오고.
 
잠시 후.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마침내 딸이 검정비닐봉지를 들고 집안에 들어서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나도 모르게 급히 현관으로 뛰어갔다.
 
아이구야! 우리 딸이 막걸리를 사오다니 고맙다 미래야.
 
막걸리라는 말에 안방에서 와이프가 뛰쳐 나왔다. 
 
이 시간에 무슨 술이야.
너는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그러니?
 
깜짝 놀란 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마가 사오라고 했잖아요.’
 
잠시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와이프가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술을 사오라고 했어!
 
‘엄마가 메시지 보냈잖아요!’
 
뒤늦게 눈치를 챈 와이프가 전축위에 놓인 자기 핸드폰을 열어보더니 갑자기

노발대발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못살아! 네 아빠가 내 핸드폰으로 장난을 쳤네.
 
고요하던 거실이 느닷없이 소란스러워 졌다.
 
미래 아빠! 할 일이 그렇게 없어요!  왜 남의 전화 가지고 장난질을 해요!
 
어이가 없다는 듯 와이프가 한참 동안 씩씩거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제풀에 지친 와이프도 이를 묵묵히 바라보던 딸도 아무 말 없이 안방과

자기 방으로 사라졌다.

 

*뻘쭘해진 마음에 홀로 식탁에 앉았다.

사발에 막걸리를 가득 따르고 벌컥 벌컥 들이 마시는데 오늘따라

술 맛이 참 고약하다. 마치 쌀뜨물 마시는 것처럼 어찌나 텁텁하던지.......
정말이지!  태어나서 이렇게 맛없는 막걸리는 처음이다.
 
애고! 이제 딸한테 술 가지고 장난질 안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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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쭘하다: 1. 서먹서먹하고 어중간하다

                 2. 이도 저도 아니게 어정쩡한 상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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