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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어" 다르고 "아" 다르다.

by 소담* 2023. 10. 4.

우리말에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같은 말이라도 말하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오래 전 고향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별로 친하지도 않고 따로 부고도 전달받지 않았던 터라

모른 척 지나치기로 했는데 갑자기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는 상중인 친구와 사촌 관계였는데 내용을 들어보니

상갓집에 손님이 없어 텅 빈 모양이었다.

 

친구야!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데 자네라도 와서 자리 좀 지켜주게 나!

 

그 순간 기분이 무척 상했다. 같은 말이라도

"상갓집에 사람이 없으니 자네만은

꼭 와서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네. 라고

이렇게 정중히 부탁을 해와도 갈까 말까 하는 판인데.

기껏 하는 소리가 “자네라도” 라니…….

 

이 말은 얼핏 들으면 상대방을 생각해 주는 것 같지만 

"라도" 라는 말은 만족스럽진 않지만  아쉬운 대로

자네를 선택한다는 말이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주인공도 아니고 들러리라는 것인데.

 

생각이 깊어진 나는 대답만 하고 결국 참석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친구들 대부분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이렇듯이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느낌이 무척 다르다.

 

 

며칠 전!

 

얼굴에 난 피지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피지가 많아지면서 모공이 넓어지다 보니 미관상 보기에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피부과를 찾았다.

 

병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는데 벽에는 손으로 직접 쓴

모 대학 수석졸업이라는 원장의 약력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기다린 후 호명에 따라 상담실로 들어섰다.

 

그때 사 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원장이 나를 보더니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얼굴에 난 피지가 자꾸 커져 보기 흉해서 왔습니다!

 

잠시 원장이 내 얼굴에 가까이 다가와 살펴보더니

 

그거 늙으면 다 생기는 것이니 걱정 마시구요!

레이저로 치료해 드릴 테니 밖에서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

 

그 순간 기분이 떨떠름했다.

 

예순 두 살의 청년을 앞에 두고 늙으면 다 생긴다.?

 

이런 제기랄! 

 

말이라고 해서 다 같은 말이 아니다.

은근히 부아가 난 나머지 작심을 하고 원장을 불렀다.

 

원장님!  실례된 일이지만

같은 말이라도 늙으면  생긴다."는 말 대신에

나이 들면 다 생긴다.”고 하면 더 좋지 않겠어요!

 

내 말이 끝나자 당황한 듯 원장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그러셨나요?

애고. 제가 실수를 했네요.

앞으로 참고하겠습니다.

 

삼십 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치료를 끝내고 난 후

자리에서 일어나던 원장이 살며시 말을 건네 왔다.

 

아까 충고해 주신 말씀 고맙습니다.

얘기를 해 주지 않았다면 ‘늙으면’ 이라는말을

습관처럼 썼을 텐 데 이참에 말을 가려서 하겠습니다.

 

치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모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고 하더니 수석 못지않게

남의 쓴 소리를 겸허하게 받아 줄줄 아는 젊은 원장이

새삼 멋있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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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인칭대명사) : 듣는 이가 친구나 아랫사람일 , 

 사람을 높여 가리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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