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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때 그시절

토하잡이

by 소담* 2024. 11. 22.

저물어 가는 오후!

 

베란다에 서서 우두커니 멍을 때리고 있다.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이 애처로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때 문득 소싯적 어떤 

풍경하나가 휙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추수를 끝내고 난 텅 빈 들녘 지금처럼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쯤이면 어머니와 옆집 할머니는 약속이나 한 듯

토하 잡이에 나섰다

 

토하는 전라도말로 '새비'라고 부르는데 민물에 사는

조그만 '새우'를 일컫는다.

 

어느 늦가을 날.

 

어머니와 손을 잡고 토하잡이에 나섰다.

요천수를 가로질러 둑을 넘고 나면 솔밭 앞으로

조그마한 '보' 가 하나 나타나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해대방죽"이라고 불렀다

 

이 방죽은 늘 고여 있는 물이 아니고 어느 높이에

다다르면 물이 넘쳐흐르게 되어있는데 이 물이

도랑을 이루며 망골 마을 앞으로 끝없이 이어 졌다

 

늦가을 찬바람이 불면 이 도랑에 토하가 많았는데

둥근 체로 양옆에 있는 풀숲을  휘저어서 들어 보면 

제법 많은 토하들이 잡혔다.

 

이렇게 잡은 토하는 주전자 안에 담아 넣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해는 뉘엿뉘엿 서산을 향했고 도랑의 찬바람이 입술을

떨게 할 무렵 어머니와 할머니는 토하잡이 일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께서 부엌에서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할머니와 

나는 잡아온 토하를 상에 올려놓고 티끌과 풀잎 등을

골라냈다. 토실토실 살찐 토하들은 어찌나 생명력이

던지 솥단지 안에 들어갈 때까지 팔딱거리며

팔팔한 힘을 과시했는데.

 

드디어 아궁이에 불이 지펴졌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기다리던 솥뚜껑이 열렸다.

 

새우의 특유한 향기가 부엌에 진동을 하고…….

 

붉게 변한 토하와 함께 야들야들한 무가 그림처럼 참 곱다

 

밥 한 숟갈에 무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토하의 향기가

온 몸에 퍼지는데  맛이 어찌나 오묘하던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밥 한공기가 금세 사라졌다

 

무맛이 전부는 아니다. 국물은 또 얼마나 시원했던가.

토하에서 녹아든  은은하고 시원한 맛이 십년 묵은

체증을 쓸어내리는 듯 마음까지 개운하게 했다. 

 

 

 

늦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이렇게 찬바람 부는 날은 뭐니 뭐니 해도 토하찌개가 최고다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생이 벼락 맞던 이야기를 한다.> 라고

 

이 말은 “까맣게 잊어버린 지난 일을 새삼스럽게 들추어내어

이야기 한다”라는 뜻인데.......

 

오늘 내가 영락없이 이런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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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이(명사) : 새뱅잇과에 속한 민물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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