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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와이프의 바가지

by 소담* 2012. 6. 17.

 

일요일 아침.

와이프가 무언가에 열이 받았는지 아침부터 씩씩거리고 있다

누가 경상도 여자 아니랄까봐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고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장씨들 다 모여”

 

또 시작이다

이 소리는 자기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 온가족에게 퍼붓는

자기만의 독특한 바가지 타령이다

장씨들 이라 하면 나 소담이 장씨니 딸 미래와 아들 희망이도

당연히 장씨거늘 …….

식구라고 해봐야 딸랑 네 명인데 자기 혼자만 장씨가 아니니

식구들 모두 자기 앞으로 모여라는 소리다

모이기 싫지만 어느 안전이라고 거부할 수 있단 말인가!

이미 아이들은 세탁기 앞에 서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아이들 하고 같이 나란히 설 수밖에...

와이프의 일장 연설이 시작되었다

딸에게 먼저 화살이 갔다

 

딸!

너 엄마가 뭐랬어!

청바지 벗으면 후크 잠그고 자크 올려서 바구니에 넣으라고 했지.

 

그랬어! 안 그랬어! 응?

 

네가 아무렇게나 벗어 놓으면 다른 옷이 자크에 물려서 상한다고

수십 번을 이야기 했는데 왜 그냥 벗어 놓았냐고?

말 좀 해봐!

 

딸이 고개를 숙인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깜빡했어요"

 

이번에는 화살이 아들에게로 향했다

 

아들!

너 엄마가 뭐랬어!

옷 벗으면 겉옷 속옷 구분해서 넣으라고 했지!

바구니가 왜 세 개야?

구별해서 넣으라고 바구니를 세 개나 놓았잖아.

근데 왜! 이렇게 뒤죽박죽 섞어 놓았냐고?

너도 말 좀 해봐!

 

아들이 입이 뾰쪽 튀어 나온 채 답을 했다

 

“깜빡 했어요”

 

그 순간 와이프와 내 눈이 마주쳤다

죄도 안 지었는데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특별히 잘 못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내게도 불똥이 튀었다

 

미래 아빠!

미래아빠는 샤워 끝내고 나면 마른 걸레로

욕조주변을 깨끗이 닦아내라고 몇 번을 이야기 했어요?

이제 여름인데 물기가 있으면 실리콘에 곰팡이가 낀다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건만

조금 전에도 샤워 끝내고 몸만 빠져 나오고... ....

"왜! 내가 매일 매일 뒤치다꺼리를 해야 되냐고요?"

내가 정말 못살아!

어디 입이 있으면 말 좀 해봐요?

 

"깜박했어"

 

그러자 이번에는 뱃-고동을 삶아먹었는지 목소리가 더 우렁차다

 

"왜!

"매일 장씨들은 깜빡하는데?"

"무슨! '깜빡병' 걸리기로 작정했어요?"

 

애고!

이 놈의 바가지...

이럴때면 밖으로 나가버리는게 상책중의 상책이다 

 

 

점방에 들러 막걸리 한병과 오징어를 사서

배낭에 넣고 약수터가 있는 산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산행길.

 

약수터를 지나 한참을 올라가니 돗자리를 깔아 놓은 듯

매끈한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바위에 앉아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나니

온 세상이 다 내것인 듯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나는 이렇게 바가지를 산에서 훨훨 날려 보냈다

하산을 하고 나니 막걸리 한병의 취기가 온데간데 없다

다시 점방에 들러 막걸리 한 병과 와이프가 좋아하는

캔맥주 한 병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와이프가 나를 본 순간 입을 히죽거리더니

못본척 돌아 섰다.

 

싸모야! 내가 자네 좋아하는 캔맥주 사왔지!

"같이 한잔 할까!"

 

못들을 척 하던 와이프가 이내 탁자에 않았다

 

싸모야! 부탁이 하나 있는데 제발

우리들 부를때 “장씨들 다모여” 이소리 좀 안하면 안될까?

대한민국에 '장씨'가 무슨 죄라고.

 

그리고 앞으로 얘들은 얘들대로 부르고

나는 나대로 조용히 따로 불러줘!

알겠지! 애비인 나도 체통이라는 것이 있잖소!

 

내 부탁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그때 와이프가 하는 말.

 

말도 안되는 소리 말아요!

오늘처럼 시키는 대로 안하면 똑같이 할거에요.

 

또 목소리가 커진다

좋은 술 마시고 내가 참아야지.

 

애고!

아무래도 산에서 날려보낸 바가지가 배낭속에 다시 따라 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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