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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리운 고향

고향집 부엌의 풍경

by 소담* 2010. 11. 2.

맞벌이 부부에게 아침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와이프가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아이들을 깨우고 청소기를 돌린다.

 

식사를 끝내고 나면 설거지는 늘 내 몫이다

 

맞벌이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설거지…….

 

설거지를 하는 사이 와이프는 화장대 앞에서찍고

바르고 오만가지 단장을 한다.

 

오늘 아침! 갑자기 여러 군데 송금할 일이 있어서

모처럼 딸아이에게 설거지를 부탁했다

 

미래야!

아빠가  바빠서 그러는데 설거지 좀 해줘

"설거지 끝나면 살강에 올려놓고......."

 

그때 딸내미가 "살강"이 뭐냐고 물어왔다

 

"살강"이라는 말이 딸내미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렸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이들은 시골집 부엌에 있는 살림도구들을

모르고 지내는 것이 참 많다

 

 

우리 마을에서는 부엌을 정게라고 불렀다.

 

우리 집 정게에는 두개의 대나무를 가로로 길게 뉘어 놓고

그 위로 대발을 촘촘하게 엮어 깔아 놓은 살강이 있다.

 

살강 일층에는 대접이나 중발, 투가리라 불렀던 뚝배기 수저통 등

주로 그릇들이 있고 이층에는 큰 밥상 세개가 나란히 놓였다  

 

살강 기둥에는 대나무로 만든 조리와 체가 걸려 있고

그 옆으로 조그마한 찬장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이 찬장 속에는 나의 얄궂은 추억이 하나 담겨있다

 

어머니께서 점방에 다녀와서 쓰고 남은 잔돈들을 이따금씩

찬장 구석에 놓아 둘 때가 있었는데 이때를 놓칠세라 

동전을 훔쳐서 눈깔사탕을 사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끔씩 돈이 없어진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갸웃 거리던 

어머니에게는 수수께끼로 나에게는 환희로 기억되어 있다 

 

찬장 옆으로는 쌀을 까붐질 할 때 쓰는 키가 걸려있고

뒷 정게문 옆에는 아궁이의 재를 끌어내기 위한

고무래와 함께 함석으로 만든 재소쿠리가 벽에 걸렸다.

 

정게의 바닥에는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풀무와 대롱이 

단짝처럼 늘 붙어 있었는데  오래 쓴 탓인지 불에 닳아서

몽당연필처럼 짧게 변해버린 대롱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불을 때는 아궁이 위에는 큰 가마솥이 세 개가 걸려 있는데

이 솥 뒤에는 늘 하얀 중발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이 중발은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신을 모시는 곳인데

어머니께서는 매일같이 새물을 길어서 중발에 떠 놓고 

우리 팔남매의 안녕을 빌고 또 빌었다.

 

한편 정게문 앞 우물가에는 둥그렇게 생긴 큰 확독 하나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 확독 안에는 언제나 납작하면서

동그랗게 생긴 작은 몽돌이 하나 있었다.

이 몽돌을 우리 마을에서는 "폿독"이라고 불렀는데

폿독은 음식을 갈기 위한 것으로 오늘날로 이야기 하면

원조 믹서기라고 볼 수 있다

 

요즘 믹서기는 소리도 시끄럽고 깊은 맛을 느낄 수가 없다

하지만 폿독으로 가는 소리는 그야말로 천연 음악이다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 갈다 보면 처음에는 거친소리가 나지만

계속 갈다 보면 나중에는 차치면서 끈적한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음식을 만들때 손맛 그대로 이어진다.

 

세월이 흐른 지금!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풍경이 하나있다.

 

어머님은 겉절이 김치를 자주 해 주셨는데 그때 마다 꼭 확독안에서 직접 만들어 냈다.

빨간 고추와 함께 마늘 생강 기타 갖은 양념을 넣고 폿독으로 돌려서 가는데

여기에 배추를 넣고 버무리면 갓 지어낸 밥처럼 어찌나 맛이 있던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두고두고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여섯시 퇴근길!

 

아침나절 딸이 몰랐던 살강을 이야기 하다가 잠시 스쳐지나 갔던 고향의

부엌의 풍경들을 다시금 떠 올려 보았다

 

살강. 대접. 중발. 투가리. 고무래. 부지깽이.재소쿠리. 풀무. 대롱. 확독. 폿독 등.

잊혀져 가는 부엌의 살림도구들이 새삼 눈앞에 아른 거렸다

 

고향 이야기만 나오면 왜 이리 가슴이 아련해 지는지

이런 날이면 나는 아무 말 없이 점방을 향해 달려간다.

 

비닐봉지에 담긴 막걸리 한병에 고향의 모든 것을 그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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