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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사회 친구

by 소담* 2013. 9. 5.

 

금융회사에 다닐 때의 일이다

전주에서 이벤트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반갑게도 이 친구는 남원에 내려 오는 날이면 

부모님 집에 가기 전에 꼭 우리 사무실부터 찾아왔다

빈손으로 찾아와도 될 것을 올 때마다 꼭 드링크를 사들고 왔는데

어찌나 자주 들르는지 모든 직원들이 얼굴을 다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기를 한 참 후 드디어 친구가 속내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내가 금융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출을 맡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대출 부탁이 들어 온 것이다

 

다른 친구들에게 들은 얘기로는 이 친구가 여기저기서 채무가 많다고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 졌다

이래저래 까다로운 조건들을 들어가면서 대출이 힘들다고 했건만

이 친구가 덥석 적금 통장부터 만드는 것이 아닌가.

고객의 입장에서 통장을 만든다는데 말릴 수도 없는 일.

그냥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통장을 만들고 난 후.그는 더욱 더 나를 집요하게 찾아왔다

그때 마다 사 들고 오는 드링크가 이제 신물이 날 정도였다

 

그러던 찰나에 IMF가 터졌다

대출 이율이 하루가 다르게 매일 매일 치 솟다 보니

여기저기서 갑자기 연체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그에 따른 회사에 수익구조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18년간 다닌 직장을 퇴직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2년 전 고향에 들렀을 때 일이다. 차에서 막 내려서 도로를 건너려고

하는데 건너편에서 신호 대기중인 친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기철아! 오랜만이다

내가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 듯 나를 바라보던 친구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더니 초록불이 떨어지자 마자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그 순간 어찌나 황당했던지.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친구라는 놈이 급해서 대출 좀 해달라는데 대출도 안 해 주었으니 얼마나 밉겠는가!

그 심정을 이해 할만도 하다

 

그런데 이 친구 말고도 내가 잘 나가던 그때는 친구들의 전화가 여기저기서 자주 왔다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내가 권력을 잡아보지는 못했지만 국회의원들이 왜 그렇게

목마르게 배지를 달고 싶어 하는지 약간이나마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퇴직을 한 지금. 그때 뻔질나게 전화하던 그 친구들 지금은 연락 한 번 없다

나라는 의 이용가치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을 그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목요일 오후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택배 회사에서 온 전화였는데 쌀 두 포대를 경비실에 맡겨 놓았다고. 

전화를 끊고 나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누가 쌀을 보낸다는 연락도 없이 갑자기 보냈단 말인가.

일을 하는 내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퇴근 후 바로 경비실로 향했다

급한 대로 우선 포대에 붙은 우편물 주소부터 확인을 했는데.

뜻밖에도 고향 남원에서 가구점을 하는 친구가 보내준 것 이었다

 

그 순간 가슴이 울컥했다.

 

 이 짜아식이~~~~~~~~~~~~”보낸다는 말도 없이

 

금융회사에 다닐 때 일이다.

 

날마다 문을 닫기 5분전에 허겁지겁 입금을 하러온 고객이 있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마다 제일 마지막에 오는 손님이라

특별히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말수도 적고 무척 점잖아 보였다.  

 

비 오는 어느 날.

직원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술집을 기웃거리다 동삼집이라는 막걸리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뜻밖의 풍경이 눈앞에 들어왔다.

 

내 친구가 이 손님과 술을 마시고 있지 않은가!

사연을 알고 보니 내 친구와 이 손님은 먼 친척 벌되는 사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나이가 같다는 것을 확인한 우리는 주저 없이 말을 놓기로 하고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

 

이렇게 해서 고객으로 알고 지낸 손님이 친구사이로 바뀌었다.

 

이 친구는 학연도 없고 혈연도 없는 사회친구지만 그 누구보다도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가 되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의형아! 나 너의 형님 이다.

 

나는 이 친구에게 전화를 할 때 늘 장난삼아 내가 형님이라고 우긴다.

그럴 때면 이 친구. 볼멘소리로 꼭 하는 소리가 하나 있다

 

. 쥐약 먹었니! 무슨 얼어 죽을 형님은?

 

넌지시 웃고 있는 친구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 ! 나한테 감동을 주는데.

 

무슨 감동?

친구는 아무 일도 모른다는 듯 태연하게 말을 건네왔다.

나는 친구에게 대뜸 욕부터 해댔다

 

! 이 짜아식아 ! 누가 쌀 보내주라고 했는데

허락도 없이 쌀을 보내고 그래!

 

그 순간 친구의 말이 나를 감동 시켰다

정미소에서 방아를 찧는데 갑자기 내 생각이 나더란다.

생각날 때 보내야지 집에 가면 잊어버릴 것 같아서

바로 택배회사에 전화를 했다고.

 

갑자기 가슴이 울컥거렸다

 

살면서 이런 친구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아니! 정말 행복했다. 꼭 쌀을 보내주어서가 아니라

나를 생각 해 주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친구의 부모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로 우리의 짧은 통화는 끝을 맺었다

 

새삼 친구라는 단어를 생각 해 보았다

 

친구라고 해서 다 친구는 아니다

초중고를 같이 다녔어도 멀게만 느껴지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학연. 혈연. 아무 관계도 없는 사회친구가 더 가깝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형아! 고맙다

낼 모레면 추석인데 그때 막걸리 한 잔 찐하게 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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