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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때 그시절17

무밥과 무생채 소싯적에 새벽녁이면 깊은 잠을 깨우는 소리가 있었다. 썩썩썩 무를 써는 소리. 앞집에도, 옆집에도, 뒷집에도 썩, 썩, 썩 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새벽녘. 어머니는 늘 새벽같이 일어나서 무를 썰었다. 무써는 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눈을 비비며 어머니의 손길을 바라보았다. 동그랗게 썰어진 무가 가지런히 놓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무채로 변하기 시작했다. 무채는 다시 옆으로 돌려서 썰게 되는데 이때 밥알처럼 크기가 작게 변했다. 얘야, 무줄까!!! 어머니는 파란 무 머리를 동강내어 먹기좋게 한 조각을 내 입에 넣어 주셨다. 아삭 ................. 이불 밑에서 맛보는 무의 향기! 약간 매운 맛도 풍기면서 어찌나 시원하던지. 마침내 햇살이 밝아지며 아침 밥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밥은 강된장에 비며 먹어.. 2011. 12. 4.
막걸리의 추억 나는 술을 좋아한다. 하지만 양주는 싫고 소주는 안주에 따라 가린다. 어쩌다 술 생각이 나면 막걸리를 마시는데 적당히 포만감도 있고 그리 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 체형에도 잘 맞는 것 같아서 가끔씩 반주로 막걸리를 즐긴다. 나는 막걸리를 살 때 절대 대형 마트에 가지 않는다. 달랑 그것 한 병 사겠다고 줄서는 것도 싫고 남세스러워서 주로 아파트 단지 내 점방으로 간다. 물론 가격차이야 감수를 하지만 줄을 설 필요도 없어서 좋고 검정 비닐봉지에 포장도(?) 잘 해준다. ㅎㅎㅎ 나는 술을 일찍 배웠다. 이미 초등학교 시절에 취기를 느껴 보았다. 어른들이 모여서 놀다보면 자연스레 술이 어울리기 마련인데 이때 술이 있으면 꼭 안주가 있는 법! 소싯적 어는 비오는 날. 어른들이 부침개를 부치기 시작했다. 그때.. 2011. 12. 1.
고구마에 대한 애상(哀想 ) 요즘 언론에서 흔하게 오르는 말이 하나 있다. 베이비 붐 세대! 1953년생부터 1963년생까지를 두고 베이비 붐 세대라고 하는데....... 지긋 지긋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그 날. 밤마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이 시대 갑자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 하였다. 형제들은 많고 먹을 것이 부족해서 늘 배가 고팠던 그 시절 고구마는 우리들의 주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구마를 캐는 날! 행여 생채기가 날까 보물을 캐 듯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했다 상처 난 고구마는 저장 중 가장 먼저 썩기 때문에....... 이렇게 수확이 끝나고 나면 생채기 난 고구마는 걸러내고 토실토실 한 고구마만 골라내어 하룻동안 햇빛에 잘 말린다 고구마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대나무를 쪼개서 대발을 엮는데 처음과 끝을 잇고 세.. 2011. 12. 1.
짜장면의 추억 찬 바람이 부는 어느 봄 날. 아침을 먹는데 작은 형님이 나를 불렀다. 소담아! 오늘 논으로 거름을 내야 되니까 밥먹고 다른데 가지 말고 기다려라! 행여나 내가 밥을 먹고 놀러가기라도 할까봐 노심초사 하던 형님이 일찌감치 내게 선전포고(?)를 했다 잠시 후 형님이 리어카에 거름을 잔뜩 실고 출발을 하는데 그때 마다 건성으로 밀고 있다고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감히 형님 앞에서 짜증을 낼 수도 없었다. 띠 동갑이다 보니 나이차이가 열두 살이 나는데 어느 누가 이 숫자 앞에서 감히 대들 수 있겠는가! 논은 멀고, 거름은 많고, 리어카에 실어야 할 량은 정해져 있고 많이 실어야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건 어린 내 마음도 알고 있었지만 어찌나 거름을 많이 실었든지 힘이 버거웠다. 마침내 언덕길 앞에.. 2011. 11. 5.
토하잡이 저물어 가는 토요일 베란다 앞에 섰다. 거리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갈 곳을 잃은 채 찬 바람에 어지럽게 거리를 뒹글고 있는데. 스산한 분위기에 불현듯 소싯적 고향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추수를 끝내고 난 텅 빈 들녘 지금처럼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쯤이면 어머니와 옆집 할머니는 약속이나 한 듯 토하 잡이에 나섰다 이 토하는 전라도말로 새비라고 부르는데 민물에 사는 조그만 새우의 하나다 어느 늦가을날... 어머니와 손을 잡고 새비잡이에 나섰다. 마을 앞 요천수를 가로질러 둑을 넘고 나면 송동면이 나온다. 여기에는 솔밭을 끼고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는 보가 하나 있는데 사람들은 이 마을의 이름을 따서 해대 방죽이라고 불렀다 이 방죽은 늘 고여 있는 물이 아니고 어느 높이에 다다르면 물이 넘쳐 흐르게 되어있는데.. 2010.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