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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때 그시절

토하잡이

by 소담* 2010. 11. 20.

저물어 가는 토요일 베란다 앞에 섰다.

 

거리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갈 곳을 잃은 채 찬 바람에 

어지럽게 거리를 뒹글고 있는데.

 

스산한 분위기에 불현듯 소싯적 고향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추수를 끝내고 난 텅 빈 들녘 지금처럼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쯤이면

어머니와 옆집 할머니는 약속이나 한 듯 토하 잡이에 나섰다

 

이 토하는 전라도말로 새비라고 부르는데 민물에 사는 조그만 새우의 하나다

 

어느 늦가을날...

 

어머니와 손을 잡고 새비잡이에 나섰다.

마을 앞 요천수를 가로질러 둑을 넘고 나면 송동면이 나온다.

여기에는 솔밭을 끼고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는 보가 하나 있는데

사람들은 이 마을의 이름을 따서 해대 방죽이라고 불렀다

 

이 방죽은 늘 고여 있는 물이 아니고 어느 높이에 다다르면 물이 넘쳐

흐르게 되어있는데 이 물이 도랑을 이루며 망골앞 어디론가 끝없이 이어 졌다

 

늦가을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쯤이면 이 도랑에 새비가 아주 많았다

 

도랑의 양옆은 지난여름 쇠어버린 풀숲들이 가득했는데 새비들은

이 풀숲 아래에 많이 모여 있었다.

둥근 체를 가지고 도랑의 풀숲을 휘젓다 들어 보면 체 안에 수많은 새비들이 잡혔다

 

이렇게 잡은 새비들을 주전자 안에 담아 넣었다. 어린 나는 어머니보다 많이

잡겠다고 앞을 나서지만 손안에 잡히는 새비는 늘 두서마리에 불과했다.

 

얼마가 지났을까?

 

해는 뉘엿뉘엿 서산을 향했고 도랑의 찬바람이 입술을 떨게 할 무렵

어머니와 할머니는 하던일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께서 부엌에서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할머니와 나는  잡아온 새비를 

상에 올려놓고 티끌과 잔모래 그리고 풀잎 등을 골라냈다

잠시 후 토실토실 살찐 새비만 남게 되는데 이들의 생명력이 어찌나

길던지 솥단지 안에 들어갈 때까지 팔딱거리며 싱싱한 힘을 쏟았다

 

늦가을 초저녁 밤…….

 

무위로 빨갛게 수놓은 새비들이 그림처럼 곱다

그림도 그림이려거니와 시원하게 다가오는 그 국물 맛은 십년 묵은

체증을 쓸어내리는 듯 마음까지 개운하게 했다. 어찌 국물만이겠는가!

새비 무국은 오래 지져야 맛이 좋다고 했다

오래 지질 수록 하얀 무 조각이 검붉은 색깔로 변하는데 알고 보니

새비의 깊은 맛들이 모두 이 무 조각 안에 스며 들어 있었다.

밥 한 숟갈에 무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 스르르 사라지는 듯

오묘한 그 맛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아직도 여기에 무슨 양념이 들어갔는지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정녕 이 맛을 모를 것이다

 

늦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코끝에 스치는 쌀쌀한 바람에 갑자기 새비 무국이 생각이 났다

 

이렇게 찬바람 부는 날 해 먹으면 딱 인데…….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생이 벼락 맞던 이야기를 한다.” 라고 '생이'는 바로 이 토하를 말한다.  

“까맣게 잊어버린 지난 일을 새삼스럽게 들추어내어 이야기 한다”라는

뜻인데 오늘 내가 영락없이 이런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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