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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42

쓰레기 분리 수거의 날 하나. 둘. 셋 . 다섯 숨이 가쁘게 아들놈이 숫자를 센다. 이 숫자가 팔굽혀펴기 운동 횟수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미안하게도 이것은 단물 다 빨아먹고 난 텅 빈 막걸리 병 숫자다 매주 목요일 이면 재활용 수거의 날이다 오늘도 나와 아들은 일주일 동안 모아놓은 종이와 비닐봉지 그리고 플라스틱 등을 잔뜩 들고 나섰다. 그런데 플라스틱을 들춰내는 순간 아들놈이 막걸리 병을 보자 다짜고짜 숫자부터 세는 것이 아닌가! "아빠! "와! 다섯병이나 되요?" 아! 어쩌자는 말인가. 힘들다고 마시는 술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술에 빠져있는 나약한 아빠의 모습을 지워야 할 텐데……. (소담이 즐기는 부산의 생탁이다) "꽃삽을 들고"의 실린 모든 글은 "이용허락표시(ccl)"가 걸려 있습니다. 다음 .. 2010. 12. 26.
김장 김치 오던 날 퇴근이 가까워 올 무렵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가! 나다. 어째 잘 지내고 있냐!" "오늘 김장했다. 지금 택배 차 불러서 막 부쳤응개 받고 나면 받았다고 꼭 전화해줘라~~이 잉"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애타게 하지 말고. 양념도 많이 넣고 니가 좋아하는 파김치도 같이 보냈다" "맛이 어떨랑가 모르것다!" "나이가 묵어 농께 자꾸 짜게 묵어지는디" "느그들 생각해서 싱겁게 한다고 했다마는 나도 잘 모르것다!" "입맛에 안 맞아도 엄마가 한 것 잉개 그리 알고 맛있게 묵어라 ~~이 잉" "글고 아가! "나도 인자 심이 없다. 이번 김장 겁나게 심이 들었어!" "그렁 개, 내년부터는 며늘애기가 담가서 묵어라고 해라!" "오늘 김장을 해 불고 낭개 내 속이 다 시원하다" "내가 언제까지 살랑가 모르것는디.. 2010. 11. 22.
토하잡이 저물어 가는 토요일 베란다 앞에 섰다. 거리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갈 곳을 잃은 채 찬 바람에 어지럽게 거리를 뒹글고 있는데. 스산한 분위기에 불현듯 소싯적 고향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추수를 끝내고 난 텅 빈 들녘 지금처럼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쯤이면 어머니와 옆집 할머니는 약속이나 한 듯 토하 잡이에 나섰다 이 토하는 전라도말로 새비라고 부르는데 민물에 사는 조그만 새우의 하나다 어느 늦가을날... 어머니와 손을 잡고 새비잡이에 나섰다. 마을 앞 요천수를 가로질러 둑을 넘고 나면 송동면이 나온다. 여기에는 솔밭을 끼고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는 보가 하나 있는데 사람들은 이 마을의 이름을 따서 해대 방죽이라고 불렀다 이 방죽은 늘 고여 있는 물이 아니고 어느 높이에 다다르면 물이 넘쳐 흐르게 되어있는데.. 2010. 11. 20.
고향집 부엌의 풍경 맞벌이 부부에게 아침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와이프가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아이들을 깨우고 청소기를 돌린다. 식사를 끝내고 나면 설거지는 늘 내 몫이다 맞벌이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설거지……. 설거지를 하는 사이 와이프는 화장대 앞에서찍고 바르고 오만가지 단장을 한다. 오늘 아침! 갑자기 여러 군데 송금할 일이 있어서 모처럼 딸아이에게 설거지를 부탁했다 미래야! 아빠가 바빠서 그러는데 설거지 좀 해줘 "설거지 끝나면 살강에 올려놓고......." 그때 딸내미가 "살강"이 뭐냐고 물어왔다 "살강"이라는 말이 딸내미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렸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이들은 시골집 부엌에 있는 살림도구들을 모르고 지내는 것이 참 많다 우리 마을에서는 부엌을 정게라고 불렀다... 2010. 11. 2.
추억의 콩쿨대회 추석 전 날. 마을앞 공터에 간이무대가 설치 되었다 악단들이 서로의 악기를 연습하며 요란한 소리가 시작되면 많을 사람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행사를 기다렸다. 그 사이 아~ 아~ 마이크 실험 중~ 잘 들립니까? 무대를 이끌어갈 사회자가 마이크 음성을 테스트했다 키는 작았지만 이 형님의 구수한 입담이 콩쿨대회를 더 빛나게 했다 세월이 지났으니 아마 이 형님도 꽤나 연세가 드셨으리라 키는 작았지만 입담이 좋았고 무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파워가 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지금 이 형님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성조차 떠오르지 않는데 이름이야 기억이 나겠냐마는……. 여하튼 그 시절 오늘날의 뽀빠이 이상용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무대 옆에는 시상품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흑백텔레비젼.. 2010. 11. 2.
그리운 내 고향 옹정리 남원시 금지면 옹정리는 내가 태어난 고향이다 마을이 얼마나 좋은지 국어사전에도 나오는 마을이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옹정"을 찾아보면 "독우물"이라고 나온다 내가 태어난 고향 옹정리에는 "독우물"이 있다 마을유래가 된 이 "독우물"을 일제강점기에 행정편의를 위한답시고 한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도가지 옹" 또는 "항아리 옹"이라고 부르는 "옹" 자에 "우물정자"를 넣어 옹정(甕井)이라고 부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 옹정리라는 명칭을 쓰는 마을이 여럿 있다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가 그렇고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옹정리 가 그렇다 '옹정리'라는 마을 이름도 각기 사연이 있고 우물의 생김새도 다 다르겠지만 특히 내 고향 옹정리의 독우물은 생김새가 남다르다 독이라는 말은 원래 여러가지 뜻을 갖고 .. 2010.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