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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42

빠세! 빠세! 쭉~~~쭉빠세! 소담아! 뭐하고 있어? 응. 나 금방 퇴근 했네 그래! 오늘 불금인데 우리 세상 한번 만만하게 볼까! 좋지! 어디에서 만날까? 시장 통 안에 있는 그 집으로 와! 알았어! 금요일이 저물어 갈 무렵 친구에게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 잠시 여기에서 친구와 주고받는 우리들의 대화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대화 내용 중에 우리! 세상 한번 만만하게 볼까! 라는 다소 의아한(?) 말이 하나 들어 있다. 이 말은 우리 친구들끼리 흔하게 쓰는 말인데 “술 한 잔 할까!” 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술 한 잔 마시자고 하면 될 것을 친구들은 왜 세상을 만만하게 보자고 했을까? 모두가 힘들다고 하는 이 세상! 이 험한 세상에서 술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2016. 8. 20.
원두막이 있는 풍경 내 고향에는 "요천수" 라고 부르는 큰 강이 있다. 요천수는 마을 앞을 휘돌아 흐르는데 뚝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랜 세월 삼각주로 형성된 넓은 들판이 한 눈에 펼쳐진다. 이 곳에는 할아버지께서 일궈놓은 큰 밭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는 해마다 여기에 참외와 수박, 오이를 심었다. 한 여름날! 수박과 참외가 발디딜 틈 없이 자랄 무렵. 어머님은 형과 함께 원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원두막은 전망이 가장 좋은 뚝 가장자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는데 사다리에 올라서 보면 온 밭이 한 눈에 다 들어왔다. 원두막은 비바람을 가릴 수 있도록 가리개가 있어서 비가 오거나 저녁잠에 들 무렵 사방을 둘러치고 나면 마치 안방에 있는 듯 아늑했다 우리 원두막은 신작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도로가에 있는 다른 원두막 보다 우리 원.. 2016. 6. 27.
삘기와 호드기 소싯적 어느 봄날...... 골목길에서 한참을 놀고 있는 그때 저 멀리서 바구니를 들고 바쁘게 걸어오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니는 나를 부르며 어서 따라 오라고 손짓을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폴짝폴짝 뛰면서 어머니의 뒤를 따라 나섰다. 얼마후! 어머니가 도착한 곳은 보리를 심어놓은 논이었는데 잠시 사방을 둘러보던 어머니는 논뚝에 앉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애고야. 논에 풀이 많이 *깃었네! 이 풀을 언제 다 맬까. 어머니는 이랑에 앉아 김을 매기 시작했다 나는 어머니가 매어놓은 풀을 방천둑으로 날라야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뽑아내고 뽑아내도 끝이 없는 뚝새풀들 ....... 앞을 보면 논 끝은 아득히 멀었고 속 모르는 종달새는 하늘높이 지지배배 .. 2016. 3. 29.
아! 어머님 소싯적 어느 날! 어머님에 손을 잡고 밤 마실 길에 나섰다 어머님이 가는 곳은 단골집처럼 늘 가는 봉산댁이라는 곳이었는데 이 집에는 아이를 갖지 못했던 첫 아주머니와 후처로 들어와서 아이를 가졌던 둘째 아주머니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한 남편을 모시고 살았으나불행하게도 젊은 나이에 남편과 일찍 사별을 하고 말았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은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말인데 내 나이 세 살 때 그러니까 어머니 나이 서른여덟에 팔남매를 남겨두고 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셨다. 홀로된 사람의 마음은 홀로된 사람만이 안다고 했던가! 젊은 나이에 홀로 되신 어머니는 매일 밤 이 집에서 두 분의 미망인과 오랜 시간을 같이 지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같이 놀아 .. 2016. 1. 22.
가래떡 소싯적 어느 겨울날! 희철이와 나는 연을 날리기 위해 논배미로 향했다 그 시절 우리들의 놀이터는 누가 뭐라고 해도 마을 앞에 있는 커다란 논배미였다 가을날 타작을 하고 난 텅 빈 논은 금세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했는데 어찌나 아이들이 많이 뛰어놀았는지 벼 그루터기가 모두 뉘여서 사라질 만큼 논배미는 번들번들 윤기가 흐를 만큼 단단했다 논배미에는 이미 많은 친구들이 놀고 있었다. 자치기를 하는 아이들 딱지를 치는 아이들 제기를 차는 아이들 제각기 무리 지어 놀고 있는데 우리는 연을 날리기 위해 논배미 가장자리로 향했다. 이곳에는 우리 키 보다도 한참이나 더 높은 볏 짚단이 수북이 쌓여져 있어서 바람을 등지고 연을 날리기에는 최적의 보금자리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변에는 이미 어슴푸레 땅거미가 내려앉고.. 2015. 2. 10.
정월 대보름 소싯적, 보름날이 다가오면 우리는 깡통을 찾기 위해 온 들녁을 헤메고 다녔다. 지금이야 흔하디 흔한게 깡통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반나절을 찾아 헤메어야 했을 만큼 깡통은 귀한 물건 이었다. 한참을 돌아 다녔지만 깡통은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뜻밖에도 깡통은 골목길 이웃집에서 발견했다. 할머니 한 분이 앓아 누웠는데 그 시절만 해도 병문안을 갈때는 지금의 박카스처럼 꼭 들고 가는 물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복숭아 통조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물가 곁에 빈 깡통 세개가 놓여 있었다. 얼씨구 좋구나! 우리는 깡통을 가져와서 불깡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빈 깡통 안에 깡통크기에 맞는 받침목을 넣고 큰 못으로 깡통 곳곳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구멍을 뚫고 마.. 2015. 1. 25.
복날의 풍경 오늘은 삼복중의 마지막 날인 말복이다. 복날이 돌아오면 떠오르는 풍경하나가 있는데. 소싯적 어느 복날! 이웃집 아저씨가 닭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닭을 잡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어린 내가 보아도 왠지 어설프게 느껴졌다. 닭 모가지를 비틀고 털을 뽑는데 그 순간 닭이 살겠다고 요란스럽게 발버둥을 쳤다. 어찌나 거칠게 발버둥을 치는지 아저씨는 닭의 두 발을 한데 모아 자신의 발로 짓 밟고 털을 뽑는데....... 그 사이 부엌에서 요리를 하던 아주머니 한 분이 급하게 아저씨를 부르더니 칼을 갈아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아주머니의 부름에 아저씨는 잡고 있던 닭을 바닥에 놓고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때 그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닭이 되 살아나서 마당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마음 여린 아저씨가 .. 2014. 12. 6.
오정포 소싯적 어느 날! 형님이 곗돈을 타서 괘종시계를 사왔다 괘종시계를 사온 그 날을 나는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시계를 벽에 걸어놓고 형님이 밥 주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는데. 손잡이를 잡고 빙빙 돌리던 형님이 잠시 멈추었다. 밥을 많이 먹으면 개가 *자귀가 나듯이 시계도 밥을 너무 많이 주면 고장이 난다고 형님은 여러차례 강조를 했다 재깍거리며 시간마다 울리는 괘종소리가 어찌나 신기하던지. 한참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세월 탓인지 태엽이 그만 망가지고 말았다 괘종시계가 사라지고 난 후. 밥을 먹던 시계가 이제는 약(건전지)을 먹는 시계로 변했다. 밥보다 약이 더 좋아서였을까! 요즘은 밥을 주는 시계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금이야 시계가 흔해빠진 세상이지만 내가 소싯적에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은 유일하게 *오.. 2014. 8. 15.
사라져 가는 어리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마당 구석진 곳에 조그만 닭장이 하나 있었다. 닭장에는 닭이 머무를 수 있게 대나무로 만든 긴 홰가 옆으로 길게 놓여있었고 그 아래로는 이가 빠진 헌 사발에 물을 놓아두고 닭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했다 닭장 주위에는 유난히 달개비 꽃이 많이 있었는데 이 달개비 꽃의 정식명칭이 "닭의장풀"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 이유를 알 듯도 하다 그 시절 우리 고샅에 무서운 장닭 한 마리가 있었다. 이 장닭이 있는 집은 골목 중간에 자리하고 있어서 집에 돌아오려면 언제나 이 집앞을 지나야만 했는데 그때 닭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 이 장닭은 크기가 어마어마했을 뿐만 아니라 하도 싸나워서 이 집 앞을 지나칠 때면 숨을 죽이며 장닭의 눈치를 봐야했다 신기하게도 이 장닭은 사람을 구별 할 줄 알.. 2013. 11. 23.
박 바가지의 추억 어느 가을날! 초가지붕에 탐스런 박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할머니는 잘 여문 박을 따서 톱으로 자른 다음 소금물에 넣고 오랫동안 삶았는데 이렇게 삶은 박은 나중에 튼튼한 바가지가 되었다 할머니께서는 깨진 바가지도 허투루 다루지 않았다 깨진 바가지는 양쪽에 구멍을 내어 헝겁을 대고 꿰매어서 다시 사용했다 그릇이 귀했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아껴 쓰는 할머니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바가지에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바가지에 대한 야릇한 추억이 하나 있다 제사를 지낼 때면 여기저기서 많은 친척들이 찾아오는데. 오는 친척들 마다 한결같이 바가지에 쌀을 가득 담아오셨다. 쌀은 제사를 지낼 때 들어가는 비용을 서로 돕자는 의미인데 가지고 온 바가지는 오는 순서대로 제사상 옆에 따로 놓아두었다. 어머니는 용케도 친척들의 바가.. 2013. 9. 3.
컬러 고무신 일요일오후 해질 무렵 모처럼 혼자서 대청천 둑길을 걸었다. 한참을 걷는데 때마침 냇가에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피라미들이 점프를 뽐내기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물위로 뛰어오르는데 그때마다 피라미가 떨어진 자리에 동그란 물결이 원을 그리며 사방으로 넓게 퍼져 나갔다.하늘엔 손에 잡힐 듯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고. 풍경에 도취되어 한참동안 사색에 잠기며 걷는 그때 할머니 한분이 유모차를 몰고 잰걸음이다 유모차를 바라보니 아기는 없고 텅 비어있다. 문득 언젠가 지방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허리가 좋지 않은 농촌 노인들에게 쓰지 않는 헌 유모차를 보내주자는 내용이었는데 생각 해 보면 지금 앞에 계시는 할머니도 필시 허리가 좋지 않아서 유모차를 밀고 가는 게 분명했다. 할머니의 꼬부장한 뒷모습이 왠지 .. 2013. 9. 1.
박꽃과 어머니 한여름 날... 해가 서산을 넘을 무렵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칼국수에 배를 채운 나는 마루에 걸터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때마침 처마 밑에 살찐 왕거미 한 마리가 허공을 돌며 빙글빙글 집을 짓고 있었는데 순간 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무얼 얼마나 먹었으면 이렇게 배가 빵빵할까? 주저 없이 막대기를 가지고 왕거미의 배를 살짝 건드려 보았다 깜짝 놀란 거미가 줄을 죽 늘어뜨리며 땅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거미는 죽은 척 하면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비웃기라도 하는 듯 잽싸게 기어서 도망을 갔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도망가는 거미를 잡고 또 잡으며 장난삼아 놀았다 그러는 사이 밤은 어느새 초저녁을 넘어서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나를 불렀다 아가! 마실 가려는데 따라 갈래? 어머니의 손.. 2013.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