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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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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다. 퇴근 무렵 와이프로부터 카톡이 날아 왔다. 내가 좋아하는 동태탕을 끓여 놓았으니 빨리 들어오라고. 그렇잖아도 술 생각이 간절했던 내 발걸음이 바빠졌다. 점방에 들러 막걸리 한 병을 사들고 부리나케 돌아오던 그때 문득 80년대 모 회사의 광고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광고속에 내용을 요약해 보면. 축구팬인 남편이 출근을 하면 업무시간에 볼 수 없었던 TV 중계를 부인이 VTR에 미리 녹화를 해놓는데 이렇게 하면 남편이 축구를 보기위해서 일찍 퇴근을 한다는 것이 이 광고의 핵심인데 인상적인 것은 광고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 '최진실'이 속삭이듯 외치는 대사 한 마디다. “남편의 퇴근 시간은 여자하기 나름이에요” 마치 동태탕을 끓여 놓고 나를 기다리는 와이프의 마음이 그때 최진실이 외치던 대사 내용과 너무.. 2023. 5. 13.
보릿고개 요즘 찔레꽃이 한창이다 산속을 걷다보면 찔레꽃 향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흠 흠 콧숨을 크게 들이쉬는데 그때 마다 어떤 추억 하나가 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소싯적 어느 봄날. 누이들과 함께 산에 올랐다. 여기 저기 찔레나무가 무리지어 있었는데 누이들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연한 새 줄기를 뚝 끊어서 껍질을 벗긴 다음 내 입에 넣어주었다. 단맛도 아니고 비릿하면서 텁텁했는데 나는 그 맛이 그리 달갑지가 않았지만 누이들은 맛있게 잘 도 먹었다. 이처럼 찔레꽃을 보면 나는 누이들이 먼저 떠오른다. 찔레꽃은 사연이 참 많다. “찔레 꽃 필 무렵이면 딸네 집도 안 간다.”는 말이 있다. 오죽했으면 이런 말이 생겨났을까. 찔레꽃이 필 때면 보리가 익어 가는데 이때는 묵은 곡식이 다 떨어지고 보리가 아직 여물지 않아서.. 2023. 5. 11.
닭살 부부와 닭살 뽀뽀! 사는 게 무엇인지 피곤하다는 이유로 휴일이면 늘 집안을 빙빙 맴돌고 있다. 오늘은 어젯밤 와이프와 약속한 대로 작심을 하고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막걸리 한 병과 와이프가 챙겨주는 간단한 음료와 과일을 배낭에 넣고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오늘의 목적지는 용지봉 누리 길. 용지봉 정상까지는 왕복 5시간이 소요되는 비교적 먼 거리이기에 우리는 중간 지점에서 되돌아 올 수 있는 모정까지로 목표를 정했다. 얼마를 올랐을까! 능동약수터를 지나 한참을 오르다 보니 숲으로 우거진 주변에 유난히 햇빛이 쏟아지는 조그맣고 평평한 양지 한곳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와이프가 무언가를 발견 한 듯 미래 아빠! 여기 노란 꽃이 피었네. 무슨 꽃일까? 꽃을 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그동안 사진 속에서만 보았던 금난초.. 2023. 4. 22.
봄 바람 일요일 아침 8시! 모처럼 긴 잠을 자서인지 한 주 동안 노동으로 지친 몸이 조금은 가벼워 진 것 같다. 곁에 있는 와이프는 아직도 한 밤 중을 헤메고 있고 두 아이는 떠메어 가도 모를 만큼 깊이 잠들어 있는데. 이런 날은 도둑고양이처럼 살며시 움직여야 한다. 조용히 밥을 먹고 어제 사다 놓은 막걸리 한 병과 오렌지를 배낭에 넣고 산행 길에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반룡산. 반룡산은 장유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어느 산이나 마찬가지로 정상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풍경은 하나같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바둑판처럼 시원하게 펼쳐진 김해평야 위로 저 멀리 부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데....... 이 좋은 풍경을 눈앞에 두고 어찌 술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정상에 놓인 벤치에 앉아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나.. 2023. 4. 16.
이야기가 있는 봄날의 텃밭 휴일 아침!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 날씨에 밖으로 나섰다 집을 나서자 먼발치에서 텃밭들이 내 눈을 유혹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완두콩, 파, 마늘, 양파, 부추, 상추가 사이좋게 나란히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푸념이 쏟아졌다. 이 넓은 땅에 나는 왜! 텃밭 하나도 없을까. 잠시 주눅이 들었지만 대리만족도 만족이라고 비록 남의 텃밭이지만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텃밭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완두콩이 눈에 들어왔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꽃을 피운 완두를 보니 완두의 신비함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는데. 그 순간 짜장면과 콩밥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짜장면을 시키면 오이위에 완두콩을 대여섯 개씩 뿌려주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파를 보니.. 2023. 3. 18.
남들은 나를 몇 살로 볼까? 혈압약을 타기 위해 병원에 들렀다 병원에 도착하자 카운터 앞에 예닐곱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앞에서 칠십대로 보이는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면도도 염색도 안 한지가 꾀 오래 되었는지 덥수룩한 수염에 앞코가 해진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한 눈에 봐도 제법 나이가 들어 보였다. 잠시 후 순서대로 카운터에 놓인 에이포 용지에 성함과 생년월일을 적는데 앞에 적어 놓은 아저씨의 생년월일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1963년 10월 9일생. 나보다 한 살 작은 아저씨가 왜 이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는지?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시선이 자꾸만 아저씨에게 쏠렸다. 역지사지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남들은 나를 몇 살로 볼까!" 그 순간 새삼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서.. 2023. 2. 19.
세상이 만만하다 막걸리 詩 : 천상병(千祥炳)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 사면 한 홉 자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 달에 한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 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 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느님의 은총인 것이다. 위 글은 문단의 마지막 기인(奇人)으로 불리던 .. 2023. 2. 16.
호칭 (互稱)이 뭐 길래! 며칠 전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두 아주머니의 대화가 내 귀를 쫑긋 세웠다. 언니! 나 어제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거든. 그런데 원장이라는 사람이 참 웃기더라! 나를 자꾸 아줌마라고 부르는 거야. 컴퓨터에 버젓이 내 이름이 나올 텐데 아주머니, 아주머니 하니까 정말 짜증나더라. 삼십 대 초반의 아주머니가 이름 대신 아줌마라고 부르는 원장의 호칭에 은근히 짜증이 났는지 불만을 가득 늘어 놓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그 순간! 문득 몇 달 전에 식당에서 있었던 풍경 하나가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추어탕 생각이 간절했던 어느 날. 때마침 눈앞에 기사식당 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는데 출입문을 보니 '추어탕 전문'이라는 글씨가 대 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 망설일 필요도 없이 식당안으로 들어서니 할머니.. 2023. 2. 10.
너 자신을 알라! 요즘 스토커들로 인한 피해가 뉴스에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를 쫒아 다닌다고 생각하면 금세라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스토커는 분명히 범죄 행위다. 그렇다면 이런 스토커는 언제부터 존재 했을까! 때는 조선시대! 지게골에서 전해져 오는 전설 속으로 빠져들어 가보자. ------------------------------------------------------------------------------------------------------- 지게골에는 과거에 급제한 “최 진사”라는 분이 살고 있었는데 이 집에 셋째 딸이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고 한다. 얼마나 얼굴이 예쁘던지 딸이 거리를 지나갈 때면 모든 총각들이 넋을 놓고 침을 질질 흘릴 정도였다고 하니 그 미모가 가.. 2023. 1. 30.
국물 타령 퇴근길 직원들과 함께 마신 술 탓일까. 밤새 뒤척이다가 잠에서 깨었다 이런 날 괜스레 한 숨 더 자겠다고 누워있다가는 주말이 허무하게 지나간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찬물을 한 컵 들이키고 나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식탁 앞에 앉아 밥을 먹는 그 순간! 숟가락이 있으면 젓가락이 있어야 하듯 밥이 있으면 국이 있어야 하거늘. 간밤에 술 마시고 온 것을 모를 리가 없는 와이프건만 내가 원하는 “국”은 없고 엉뚱한 것만 가득 차려놓았다 고등어구이 두 마리, 시금치무침, 풋고추멸치조림, 손대기 싫어하는 양배추 쌈, 이것저것 빼고 나니 젓가락이 갈 데가 없다 *데시기는 나와는 달리 맛있게 식사하는 와이프를 보니 은근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에이 참! “그 흔한 미역국이.. 2023. 1. 14.
우리는 지금 로또 사러간다. 토요일 오전! 모처럼 거실에 앉아 TV 삼매경에 푹 빠져있는데 와이프가 안방에서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가계부를 정리하다 보니까 통장에 돈이 제법 들어 있는 것 같은데 잔고 좀 확인해 봐요! 와이프의 부탁에 급하게 은행에 잔고를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약간의 돈이 쌓여 있었다. 주저 없이 대출금의 일부를 갚고 나니 다시 통장이 바닥을 드러냈다. 텅 빈 통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답답한 나머지 도대체 남은 빚이 얼마인지 언제까지 갚아야 하는지 확인을 해 보기 위해서 가계부를 펼쳐 보았다 지금의 내 나이 예순 둘. 마흔 살에 가게와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 시작된 빚이 계산을 해 보니 지금처럼 갚아 간다면....... 그때는 내 나이 일흔.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까닭 모르게 한 숨이 절로 나왔다. 휴우!.. 2023. 1. 7.
달이가고 해가가고! 며칠 전. 마트에 들렀다가 옷가게를 할 때 단골손님 이셨던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네 안녕하세요. 발길을 멈춘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이어갔다. 사모님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네요. 세월이 비껴가나 봐요. 그 순간! 씩 웃던 아주머니가 손사래를 치더니 애고 무슨 말씀을요. 사장님도 여전하신걸요. 웃음과 함께 아주머니는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남기고 총총히 마트 안으로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녀에게도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했다 내가 이 여인을 기억하는 이유는 단골도 단골이지만 무엇보다도 빼어난 그녀의 미모에 반했기 때문이다. 참 예쁘고 고운 얼굴이었는데........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역시 그녀도 세월을 .. 2022.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