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삽을 들고110 내 옷이 어떻길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인데 빼어난 미모 만큼이나인사성이 어찌나 밝고 상냥한지....... 주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며칠 전 길을 걷다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인사를 건네는데 갑자기 내 시선을 피한 채 고개를 숙이며 모르는 척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창이 달린 모자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었지만분명히 내가 아는 아주머니가 맞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며칠 뒤 다시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그 날은 여느날처럼 서로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의 눈 밑에 이상한 흔적이 엿보였다.아마도 다크서클을 없애기 위해서 수술을 한 것 같았는데며칠 전 나를 모르는 척 하고 지나쳤던 그 날이 이해가 되었다 .. 2023. 8. 26. 백년도 못살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금융회사에 다닐 때 겪었던 일이다. 8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르신 한 분이 창구 앞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불쑥 접대실 안으로 들어섰다.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어르신에게 무엇을 도와드릴지 물었지만 대답대신 다짜고짜 커피부터 달라고 하는데....... 이를 눈치 챈 여직원이 황급히 커피를 접대하고 나니그때서야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의 이율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왔다. 어르신의 요구에 탁자에 놓인 리플렛을 들고 자세히 설명을 해 주고 더 알고 싶은 것은 없는지 묻는데 그 사이 어르신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전단지 여러 장을 꺼내 들었다. 자세히 보니 시내에 있는 모든 금융회사의 전단지가 그의 손에 쥐여져 있었다. 잠시 후. 어르신의 입담이 길게 이어졌다 보아하니 돈은 있는 .. 2023. 8. 15. 고추개떡과 호박잎쌈 지루한 장마끝에 잠시 햇살이 비치는가 싶더니 또 다시 비가 내릴 듯 하늘이 잔뜩 흐린 채 일요일이 정오를 향해가고 있다. 오늘은 7월 23일 내가 사는 이 곳 장유의 장날이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던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시장에 가려고 하는데 나 좀 도와줘요! 와이프가 시장에 가자는 소리에 반가운 나머지 급히 컴퓨터를 끄고 세탁기 앞으로 다가갔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던가.둘이서 빨래를 널다 보니 금방 세탁기가 텅 비었다 잠시 후 수레를 챙겨들고 시장 길에 나섰다. 시장길에는 할머니들이 채소를 팔기위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는데. 할머니들 앞에는 고구마대, 가지, 오이, 고추. 호박잎 등이바구니에 수북하게 놓여져 있었다. 그때 맞은 편에서 할머니 한 분이 우리를 부르며.. 2023. 7. 23.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다. 퇴근 무렵 와이프로부터 카톡이 날아 왔다.내가 좋아하는 동태탕을 끓여 놓았으니 빨리 들어오라고. 그렇잖아도 술 생각이 간절했던 내 발걸음이 바빠졌다. 점방에 들러 막걸리 한 병을 사들고 부리나케 돌아오던 그때 문득 80년대 모 회사의 광고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광고속에 내용을 요약해 보면. 축구팬인 남편이 출근을 하면 업무시간에 볼 수 없었던TV 중계를 부인이 VTR에 미리 녹화를 해놓는데 이렇게 하면 남편이 축구를 보기위해서 일찍 퇴근을 한다는 것이이 광고의 핵심인데 인상적인 것은 광고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 '최진실'이 속삭이듯 외치는 대사 한 마디다. “남편의 퇴근 시간은 여자하기 나름이에요” 마치 동태탕을 끓여 놓고 나를 기다리는 와이프의 마음이 그때 최진실이 외치던 대사 내용과 너무 .. 2023. 5. 13. 보릿고개 요즘 찔레꽃이 한창이다 산속을 걷다보면 찔레꽃 향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콧숨을 크게 들이 마시게 되는데 그때 마다 어떤 추억 하나가 아련하게 떠오른다. 소싯적 어느 봄날. 누이들과 함께 동산에 올랐다. 산기슭에는 찔레순이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었는데누이는 연한 새 줄기를 뚝 끊어서 껍질을 벗기더니 불쑥 내 입에 넣어주었다. 텁텁 했지만 은근한 단 맛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이처럼 찔레꽃을 보면 나는 누이들이 먼저 떠오른다. 찔레꽃은 사연이 참 많다. “찔레 꽃 필 무렵이면 딸네 집도 안 간다.”는 옛말이 있다.오죽했으면 이런 말이 생겨났을까. 찔레꽃이 필 때면 보리가 익어 가는데 이때는 묵은 곡식이 다 떨어지고 보리가 아직 여물지 않아서 집집마다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2023. 5. 11. 닭살 부부와 닭살 뽀뽀! 사는 게 무엇인지 피곤하다는 이유로 휴일이면 늘 집안을 빙빙 맴돌고 있다.오늘은 어젯밤 와이프와 약속한 대로 작심을 하고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막걸리 한 병과 와이프가 챙겨주는 간단한 음료와 과일을 배낭에 넣고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오늘의 목적지는 용지봉 누리 길. 용지봉 정상까지는 왕복 5시간이 소요되는 비교적 먼 거리이기에 우리는 중간 지점에서 되돌아 올 수 있는 모정까지로 목표를 정했다. 얼마를 올랐을까! 능동약수터를 지나 한참을 오르다 보니 숲으로 우거진 주변에 유난히 햇빛이 쏟아지는 조그맣고 평평한 양지 한곳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와이프가 무언가를 발견 한 듯 미래 아빠! 여기 노란 꽃이 피었네. 무슨 꽃일까? 꽃을 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그동안 사진 속에서만 보.. 2023. 4. 22. 봄 바람 일요일 아침 8시! 모처럼 긴 잠을 자서인지 한 주 동안 노동으로 지친 몸이 조금은 가벼워 진 것 같다.곁에 있는 와이프는 아직도 한 밤 중을 헤메고 있고두 아이는 떠메어 가도 모를 만큼 깊이 잠들어 있는데. 이런 날은 도둑고양이처럼 살며시 움직여야 한다.조용히 밥을 먹고 어제 사다 놓은 막걸리 한 병과오렌지를 배낭에 넣고 산행 길에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반룡산. 반룡산은 장유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어느 산이나 마찬가지로 정상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풍경은하나같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바둑판처럼 시원하게 펼쳐진 김해평야 위로 저 멀리 부산이손에 잡힐 듯 가까운데....... 이 좋은 풍경을 눈앞에 두고 어찌 술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정상에 놓인 벤치에 앉아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나니 온 세상.. 2023. 4. 16. 나는 몇 살로 보일까? 혈압약을 타기 위해 병원에 들렀다 병원에 도착하자 카운터 앞에 예닐곱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앞에서 칠십대로 보이는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면도도 염색도 안 한지가 꾀 오래 되었는지 덥수룩한 수염에 흰 머리가 한 눈에 봐도 제법 나이가 들어 보였다. 잠시 후 순서대로 카운터에 놓인 에이포 용지에 성함과 생년월일을 적는데 앞에 적어 놓은 아저씨의 생년월일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1963년 10월 9일생. 나보다 한 살 작건만 왜 이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는지?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시선이 자꾸만아저씨에게 쏠렸다. 역지사지라고 했던가!그렇다면 "남들은 나를 몇 살로 볼까!" 그 순간 새삼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서는 길. 승강기에 타는 순간 거울.. 2023. 2. 19. 호칭 (互稱)이 뭐 길래! 며칠 전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두 아주머니의 대화가 내 귀를 쫑긋 세웠다. 언니!나 어제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거든.그런데 원장이라는 사람이 참 웃기더라!나를 자꾸 아줌마라고 부르는 거야.컴퓨터에 버젓이 내 이름이 나올 텐데 아주머니, 아주머니 하니까 정말 짜증나더라. 삼십 대 초반의 아주머니가 이름 대신 아줌마라고 부르는 원장의 호칭에 은근히 짜증이 났는지 불만을 가득 늘어 놓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그 순간! 문득 몇 달 전에 식당에서 있었던 풍경 하나가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추어탕 생각이 간절했던 어느 날.때마침 눈앞에 기사식당 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는데출입문을 보니 '추어탕 전문'이라는 글씨가 대 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 망설일 필요도 없이 식당안으로 들어서니 할머니와 젊은 .. 2023. 2. 10. 너 자신을 알라! 요즘 스토커들로 인한 피해가 뉴스에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를 쫒아 다닌다고 생각하면 금세라도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스토커는 분명히 범죄 행위다. 그렇다면 이런 스토커는 언제부터 존재 했을까! 때는 조선시대! 지게골에서 전해져 오는 전설 속으로 빠져들어 가보자. ------------------------------------------------------------------------------------------------------- 지게골에는 과거에 급제한 “최 진사”라는 분이 살고 있었는데이 집에 셋째 딸이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고 한다.얼마나 얼굴이 예쁘던지 딸이 거리를 지나갈 때면 모든 총각들이넋을 놓고 침을 질질 흘릴 정도였다고 하니 그 미모가 가히 어떠.. 2023. 1. 30. 국물 타령 퇴근길 직원들과 함께 마신 술 탓일까.밤새 뒤척이다가 잠에서 깨었다 이런 날 괜스레 한 숨 더 자겠다고 누워있다가는 주말이 허무하게 지나간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찬물을 한 컵 들이키고 나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식탁 앞에 앉아 밥을 먹는 그 순간! 숟가락이 있으면 젓가락이 있어야 하듯 밥이 있으면 국이 있어야 하거늘. 간밤에 술 마시고 온 것을 모를 리가 없는 와이프건만 내가 원하는 “국”은 없고 엉뚱한 것만 가득 차려놓았다 고등어구이 두 마리, 시금치무침, 풋고추멸치조림, 손대기 싫어하는 양배추 쌈,이것저것 빼고 나니 젓가락이 갈 데가 없다*데시기는 나와는 달리 맛있게 식사하는 와이프를 보니 은근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에이 참! “그 흔한 미역국이.. 2023. 1. 14. 우리는 지금 로또 사러간다. 토요일 오전! 모처럼 거실에 앉아 TV 삼매경에 푹 빠져있는데 와이프가 안방에서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가계부를 정리하다 보니까 통장에 돈이 제법 들어 있는 것 같은데 잔고 좀 확인해 봐요! 와이프의 부탁에 급하게 은행에 잔고를 확인해 보니.아니나 다를까 약간의 돈이 쌓여 있었다. 주저 없이 대출금의 일부를 갚고 나니 다시 통장이 바닥을 드러냈다. 텅 빈 통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답답한 나머지 도대체 남은 빚이 얼마인지 언제까지 갚아야 하는지확인을 해 보기 위해서 가계부를 펼쳐 보았다 지금의 내 나이 예순 둘.마흔 살에 가게와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 시작된 빚이 계산을 해 보니 지금처럼 갚아 간다면....... 그때는 내 나이 일흔.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까닭 모르게 한 숨이 절로 나왔다. .. 2023. 1. 7. 이전 1 2 3 4 5 6 7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