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28 애비 딸이 퇴근을 하면서 캐리어 두개를 가져 왔다. 오늘도 딸은 어제처럼 평소에 즐겨 입던 옷들을 가방 안에 차곡차곡 넣고 있는데 이런 일이벌써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묵묵히 옷을 챙기는 딸의 뒷모습을 볼 때 마다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지 나도 모르게 그만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는 떠나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딸도보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도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은 똑같을 터. 딸과 나는 짐을 싸는 내내 아무 말도 없었다. 이윽고 딸이 캐리어에 옷을 가득 챙겼다. 딸과 함께 가방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서는 길. 때마침 딸의 남자 친구가 마중을 와 있었는데. 딸을 바래다주고 조용히 딸 방으로 들어섰다방에는 아직까지 딸의 체취가 완연 하건만 텅 빈 방에서 느껴지는.. 2025. 2. 22. 하늘아래 같이 산다는 것 연말인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다들 참 고마우신 분들이다 마음 같아서는 나 자신도 많이 돕고 싶지만 현실은 늘 아쉽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까 소싯적. 꾀 오래 전 초등학교 시절 옛날이야기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올 때 나는 무섭게 생긴 어떤 아저씨들 때문에 늘 마음이 두려웠다 그런데 문제는 이분들의 생김새였다.한쪽다리가 없어서 목발을 짚고 다시는 분은 그래도 덜 무서워했는데 한쪽 팔이 없는 대신 그 자리에 무시무시하게 생긴 갈고리를 차고 다니시는 분들을 만날 때는 온 몸을 떨어야 했다 이 갈고리는 가대기를 칠 때 볏가마니를 나르는데 쓰는 물건인데 팔도 없으면서 거기에 무섭게 생긴 갈고리를 달고 있었으니 어린 내 마음에 이.. 2024. 12. 20. 낯과 상판대기 "얼굴"이라는 노래가 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무심코 그린 얼굴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하아얀 그때 꿈을풀잎에 연 이슬처럼빛나던 눈동자동그랗게 동그랗게맴돌다 가는 얼굴 이 노래는 소담이 중학교 시절 즐겨 불렀던 노래 중의하나로 서정적인 멜로디에 애틋한 얼굴을 노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노랫말 속에 드러난 얼굴은 과연 어떤얼굴일까?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겠지만 "보고 싶은 얼굴"이될 수도 있고 때로는 "그리운 얼굴"이 될 수도 있다.분명한 것은 "보고 싶은 얼굴"이나 "그리운 얼굴"이나만나면 모두 반갑다는 사실이다 인생이 살아가면서 이렇게 반가운 사람만 있다면얼마나 좋을까! 애석하게도 만나면 반갑기는커녕꼴도 보기 싫은 사람도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같은 얼굴을 두고도 그 표현을 달리했다 "얼굴"은 .. 2024. 12. 16. 결혼기념일의 불청객 12월 3일!오늘은 우리 부부의 29주년이 되는 결혼기념일이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서로에게 특별한 선물 없이 아내가좋아하는 초밥으로 조용히 자축연을 가졌다. 비록 꽃다발은 없었지만 기념일을 잊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뿌듯하던지....... 우리는 멋진 밤을 보내기 위해 가족 행사에만 켜는무드 전구 등을 켜놓고 밤이 깊어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도 잠시 텔레비전에서 갑자기 이상한 속보가 떴다. 즉흥적으로 뭔가 꺼림칙한 생각에 급히 리모컨으로 타 방송을 확인 해 보기 시작했다. 채널을 돌려보니평일처럼 본 방송을 진행하는 방송이 있는가 하면대통령의 긴급 담화문을 중계하는 방송도 있었다.이때 까지만 해도 나는 개인적으로 별일이 아니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잠시 후 모.. 2024. 12. 9. 달이가고 해가가고 며칠 전. 마트에 들렀다가 우연히 10여 년 전에 같은 회사에다녔던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오랜만에 뵙네요. 네 안녕하세요. 발길을 멈춘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이어갔다. 숙희 아주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네요. 세월이 비켜가나 봐요. 그 순간! 씩 웃던 아주머니가 손사래를 치더니 애고 무슨 말씀을요. 소담 아저씨도 여전하신걸요. 잠시 서로의 근황을 묻고 담소를 나누던 아주머니는“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남기고 *총총히 마트 안으로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녀에게도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내가 이 여인을 기억하는 이유는 예쁜 미모 때문이었다. 얼굴이 어찌나 예쁘던지 사장을 비롯해서 전 임직원들이 아주머니 곁을.. 2024. 12. 5. 호박대국과 고춧잎 무침 11월 하고도 30일. 가을의 끝자락에 서있다. 피부에 닿는 아침 공기가 부쩍 차가워진 요즘그래도 한낮엔 기온이 제법 오르는 것을 보면 아직도 가을이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한 장 남은 달력에도 조금은 여유가 느껴진다. 늦은 오후! 가을의 마지막 정취를 느끼기 위해 아내와 함께 조용히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산책도 잠시 시간이 네 시를 넘어서자 기온이갑자기 뚝 떨어졌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때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할머니들이 손님들과 흥정을 하고 있었다. 호박대와 고춧잎이 올 해 마지막 끝물인데있을 때 사라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호박잎은 호박잎대로고춧잎은 고춧잎대로 각각 새끼 열매들이 나란히 함께 섞여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호박대가 눈에 띄.. 2024. 11. 30. 덤으로 주는 인심! 사람이 살다보면! 어느 순간 삶이 무기력 해 질 때가 있다.나는 이럴 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전통시장을 찾는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왁자지껄한 흥정을 지켜보면서 새삼 살아가는 의욕을 느끼기도 하는데. 오늘은 때마침 내가 사는 이곳 장유의 장날. 와이프와 함께 장을 보러 나섰다.여느 날처럼 우리가 자주 찾는 단골집을 찾았는데. 어라,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해가 아직 중천인데 벌써 문을 닫고 있다짐작컨대 아무래도 반찬이 일찌감치 다 팔린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다른 반찬 집을 찾는데 때마침 원하던깻잎이 눈에 띄자 와이프가 오 천원어치를 주문했다 주인아주머니가 집게로 깻잎을 비닐봉지에 담아 저울에 올렸는데 그 양이 많았는지 봉지 안에 깻잎 서너 장을 덜어내고 또 덜.. 2024. 11. 28. 토하잡이 저물어 가는 오후! 베란다에 서서 우두커니 멍을 때리고 있다.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이 애처로워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때 문득 소싯적 어떤 풍경하나가 휙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추수를 끝내고 난 텅 빈 들녘 지금처럼 찬바람이 부는이맘때쯤이면 어머니와 옆집 할머니는 약속이나 한 듯토하 잡이에 나섰다 토하는 전라도말로 '새비'라고 부르는데 민물에 사는조그만 '새우'를 일컫는다. 어느 늦가을 날. 어머니와 손을 잡고 토하잡이에 나섰다.요천수를 가로질러 둑을 넘고 나면 솔밭 앞으로조그마한 '보' 가 하나 나타나는데 마을 사람들은이곳을 "해대방죽"이라고 불렀다 이 방죽은 늘 고여 있는 물이 아니고 어느 높이에다다르면 물이 넘쳐흐르게 되어있는데 이 물이도랑을 이루며 망골 마을 앞으로 끝없이 이어 졌다.. 2024. 11. 22. 식탁 위의 반전(反轉) 며칠 전 아침. 엄마! 제 밥이 너무 많아요. 좀만 덜어 주세요! 엄마! 저도요 딸과 아들이 엄마가 퍼준 밥이 많다고 아침부터 투덜거리고 있다. 이쯤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나도 모르게 그만 덩달아서 싸모야! 내 밥도 많네. 나도 좀 덜어 줘! 그 순간! 와이프가 버럭 화를 냈다. 다들 왜 이래! 내가 요리하고 밥 해 주었으면 됐지.내가 장 씨 집안에 “종”이라도 되!나 이제 밥 안 퍼 줄 테니까 내일부터 자기 밥은 자기가 알아서 퍼 먹어! 씩씩거리며 와이프가 식탁에 앉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요리를 했건만 다들 가만히 앉아서 하는 소리가 밥이 많네. 적네!투덜거리고 있으니 아내가 화가 날만도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아들 희망이가 와이프를 불렀다. 엄마! 국 좀 더 .. 2024. 11. 18. 노화를 인정해야! 요즘 들어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소리가 너무 크다고 와이프한테 자주 구박을 받는다. 작년 직장 건강 검진에서 청력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혹여 나이 탓은 아닌지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데. 소싯적에 우리 골목에 심한 난청으로 장애를 앓고 있는특이한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귀에 입을 바짝 대고 고함을 질러야 말을 알아들을 수있을 만큼 귀가 어두웠던 할아버지는 의외로 짜증을 내거나 불평을 하는 일이 없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늘 고개를 끄덕이며 싱글벙글 웃으셨다. 그렇다면 청각 장애인인 할아버지가 어떻게 매일같이웃으며 살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자기 나름대로 어떤 철학을 갖고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여기에서 귀 얘기가 나왔으니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귀 건강에 대한 일화 하나를.. 2024. 11. 13. 맞장 뜨는 와이프! 며칠 전 TV 홈쇼핑을 시청하고 있던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이리 와보세요.지금 선전하고 있는 저 약이 나하고 증상이 비슷한데 이번 기회에 한 번 먹어 보면 안 될까. 평소 건강 제품을 못 미더워 했던 나는 갑작스런와이프의 부름에 다짜고짜 역정을 내고 말았다 이 사람아!차라리 한약이라도 한 첩 지어먹지.잘 알지도 못하는 약을 뭐 하러 사려고 해.몇 년 전에 가짜 백수오 사건 벌써 잊었어. 달가워하지 않은 내 말이 서운 했는지 투덜거리던와이프가 결국 한마디를 하는데.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내가 갱년기를 이겨내고건강하면 나보다 미래 아빠가 더 좋은 거 아니에요" 내가 더 좋다는 와이프의 그럴 듯한 말 한마디에 마음은은근히 사주고는 싶었지만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2024. 11. 7. 무밥과 무생채 소싯적에 새벽녁이면 깊은 잠을 깨우는 소리가 있었다. 썩썩썩 무를 써는 소리. 앞집에도, 옆집에도, 뒷집에도 썩, 썩, 썩 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새벽녘.어머니는 늘 새벽같이 일어나서 무를 썰었다. 무써는 소리에 잠에서 깨언난 나는 눈을 비비며 어머니의 손길을 바라보았다. 동그랗게 썰어진 무가 가지런히 놓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무채로 변하기 시작했다. 무채는 다시 옆으로 돌려서썰게 되는데 이때 밥알처럼 크기가 작게 변했다. 얘야, 무줄까!!! 어머니는 파란 무 머리를 동강내어 먹기좋게 한 조각을 내 입에 넣어 주셨다. 아삭 ................. 이불 밑에서 맛보는 무의 향기! 약간 매운 맛도 풍기면서 어찌나 시원하던지. 마침내 햇살이 밝아지며 아침 밥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밥은 강된장에.. 2024. 11. 3. 이전 1 2 3 4 ··· 19 다음